[김민호 기자]법원이 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집행유예를 선고함에 따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판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닐 법원은 이 부회장 등의 뇌물공여 등 혐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는데 법원 안팎에서는 선고형량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 박근혜 재판과 함수관계를 역추적해보면 박 전 대통령의 전략은 유무죄를 가리는 것이 아니다. 집행유예를 받아내고 구치소 밖에서 2심을 대비하는 전략이 박 전 대통령의 노림수다. 따라서 2심의 부회장에 대한 집행유예는 박 전 대통령의 집행유예를 위한 전주곡으로 봐야한다는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박 전 대통령이 재판부에 이 부회장의 선처를 요구하는 자필 탄원서를 제출한 것이나 휠체어를 타고 병원으로 가는 모습을 언론에 노출시키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둔 수 라는 것이다.

두 사람은 특검과 검찰에 의해 따로 재판에 넘겨져 그간 다른 법정에서 재판을 받아 왔다. 이 부회장의 재판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진동 부장판사)에서, 박 전 대통령의 재판은 형사합의22부(재판장 김세운 부장판사)에서 독립적으로 진행돼 왔다. 뇌물 공여자와 수수자가 따로 재판을 받는 것은 이례적인데, 이 부회장의 경우 특검이 지난 2월 활동을 끝낸 뒤 기소했지만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3월 탄핵 이후인 4월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기소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판부가 다르더라도 사건이 동일하기 때문에 ‘준 사람은 유죄, 받은 사람은 무죄’일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이 부회장에 대한 선고공판을 보기 위해 박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방청권 추첨에 몰려든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증인의 진술과 증거가 겹치기 때문에, 이 부회장의 재판기록과 판결문이 박 전 대통령 재판에서 증거로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

재판은 따로 진행되지만 이 부회장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1심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를 인정했다. 당시 이번 사건을 ‘현대판 정경유착’이라고 표현한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을 대가로 정유라 등에 대한 지원을 요구했고, 이 부회장은 승계작업 지원을 기대하고 뇌물을 지원했다”고 못 박았다.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 씨와 공모해 이 부회장과의 세 차례 단독면담에서 최씨의 딸 정유라씨(21) 등에 대한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지원을 요구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결국 1심 법원은 여러 선택지 중 가장 ‘가벼운 것’을 선택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선고과정을 꼼꼼하게 살펴보면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이 인정한 이 부회장의 혐의는 모두 5가지다. 법정형으로 따지면 81억원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가법)의 횡령죄가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가장 무겁다. 이어 37억원이 인정된 특경가법의 재산국외도피가 징역 5년 이상이고, 89억원의 뇌물공여와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5년 이하의 징역, 국회 위증죄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을 법정형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2심은 항소심 재판부는 뇌물공여와 함께 적용됐던 특경가법상 재산국외도피 혐의는 모두 무죄 판단했다.

이 부회장 측이 코어스포츠에 용역비로 보낸 36억원은 뇌물로 준 돈일 뿐 이 부회장이 차후 사용하기 위해 국내 재산을 해외로 빼돌린 게 아니라며 1심의 유죄 판단을 뒤집었다. 또 최씨가 실질적으로 지배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삼성이 낸 후원금 16억2천800만원도 1심의 유죄 판단을 뒤집고 무죄 판단했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낸 출연금 204억원도 1심처럼 무죄 판단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삼성의 승계 작업이라는 포괄적 현안이 존재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승계 작업을 위한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앞서 1심은 삼성 측이 승계 작업을 위해 박 전 대통령에게 묵시적 청탁을 한 점이 인정된다며 영재센터 후원금을 유죄로 인정했다.

이 부회장에게 법원이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 과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선고 과정에서 뇌물액수가 줄었다고 본 것은 대통령이 받은 뇌물의 액수도 줄었다고 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물론 박 전 대통령이 무죄를 받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박 전 대통령에게는 삼성 외에 다른 기업들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가 남아있고, 뇌물 혐의를 모두 씻는다 하더라도 전체 혐의가 18개에 이르는 등 방대하기 때문이다.

일단 박 전 대통령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 70억원의 뇌물을 수수하고, 최태원 SK 회장에게도 K스포츠재단 등에 89억원을 출연하도록 요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번 이 부회장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재판부는 삼성의 K스포츠재단 지원은 뇌물 공여가 아니라고 판단했지만, 롯데와 SK는 각각 면세점 특혜의혹과 총수 사면 등 각 회사의 현안이 달려 있어 따로 살펴볼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법원의 현재 분위기로 볼 때는 징역형이 아닌 집행유예가 선고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다만 박 전 대통령 입장에서 국정원 특활비가 가장 큰 아킬레스 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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