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혜 기자]북 예술단 본진을 태운 만경봉92호가 6일 묵호항에 입항한다. 만경봉 92호는 강릉 공연기간 북한 예술단의 숙소와 식사 장소로도 활용된다. 우리 정부는 북한 선박의 입항을 금지하고 있는 5.24 대북제재 조치에 예외를 허용했다.

이러한 가운데 방남(訪南) 수단으로 통보한 '만경봉 92호'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만경봉 92호는 1992년 북한 김일성의 80번째 생일을 맞아 재일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와 조총련계 상공인들이 자금을 지원해 북한 청진 '함북조선소연합기업소'에서 제작한 선박이다.

우리에게 이 배가 알려진 것은 1974년 8·15 육영수 여사 저격사건의 주범이 문세광으로 그가 만경봉호를 이용해 북한을 오갔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부터다.

당시 박정희 전 대통령은 일본과 북한을 오가던 `만경봉호'를 `이동하는 대남 적화기지'로, 조총련은 `일본 장래의 암적 존재'라고 지적한 뒤 “양호유환(養虎遺患·호랑이를 길러 근심을 남긴다)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만경봉 92호는 9672t급 화물여객선으로 최대 23노트(약42.6km/h)로 항해할 수 있으며, 350명이 탑승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승용차와 버스 등을 실을 수 있으며 여객실뿐만 아니라 식당, 영화관, 면세점, 목욕탕 등 편의시설도 갖추고 있다.

만경봉 92호는 과거 원산항과 일본 니가타항을 주로 오가며 여객 수송과 물품 교역 등을 담당해 북·일 간 인적·경제적 교류의 상징적 의미를 가지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2006년 북한 핵실험으로 일본 정부가 대응조치로 입항을 금지하면서 북한과 일본 간 운항이 중단된 상태다.

지난 2014년 북한과 일본이 일본인 납치 피해자 등에 대한 포괄적 조사 등을 합의한 계기로 일본 정부가 경제제재를 일부 해제했으나, 의료품 등 인도주의 목적의 북한 선박만 입항할 수 있게 됐고 만경봉 92호는 제재 해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또 만경봉 92호는 우리에게도 친숙한 배이기도 하다. 만경봉 92호는 지난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에 북한 응원단을 싣고 왔으며, 북한 응원단의 숙소로 이용됐다. 부산 다대포항에는 당시 만경봉 92호가 정박한 것을 기념해 '다대포 통일 아시아드 공원'이 조성되기도 했다.

지난 2016년 4월 29일 일본 NHK는 북한이 잠수함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했을 때 인근 해역에 북한 선박인 만경봉 호가 있었다고 보도했다.

당시 한일 정보당국은 북한이 군사적 움직임을 간파당하지 않기 위해 북한군 함선이 아닌 만경봉호를 이용해 미사일 발사 관련 데이터 수집과 촬영 등을 한 것으로 보고 분석했다.

이에 앞서 그해 4월초에도 만경봉호가 동해에서 잠수함 근처를 항행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번에 북한 측은 예술단 방남에도 만경봉 92호를 강릉 공연 기간 동안에 숙소로 활용할 예정이다. 통일부에 따르면 남북은 현재 판문점 연락채널을 통해 만경봉 92호의 이용항구 등을 협의 중이다.

다만 지난 2010년 정부의 5·24 조치로 북한 선박의 우리 해역 운항과 입항이 금지되면서 이에 대한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통일부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평창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지원한다는 차원에서 5·24조치에 예외조치를 검토하고 있다"며 "또한 유엔 결의와 미국 제재의 선박 관련 내용들에 대해서는 미국 등 국제사회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서 제재에 저촉이 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북한 예술단 본진을 태운 만경봉 92호가 6일 오후 강원도 항구에 입항하는 데 대해 "북한의 승리"란 지적이 나왔다.

미국 해군분석센터(CNA)의 켄 고스 국제관계국장은 5일(현지시간) 자유아시아방송(RF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만경봉 92호를 한국 항구에 입항시키는 것은 "두 가지 측면에서 북한의 승리"라고 말했다.

고스 국장은 우선 북한이 예술단의 숙식 장소로 만경봉호를 이용할 경우 예술단원들의 탈북시도 등 일탈 행위를 단속하기 쉽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두 번째이자 더 주된 북한의 목적은 한국의 대북 독자제재인 이른바 '5.24조치’를 위반하는 선례를 만들려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대북독자 제재 해제에 초점을 맞추고 더 나아가 미국과 유엔의 대북제재도 무력화 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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