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혜 기자]김정일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등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9일 전용기를 타고 오후 1시 30분 인천공항에 도착한다.

북한을 움직이는 여성 실세인 3인 중 김정은 위원장의 부인인 리설주를 제외하고 김여정과 현송월이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하는 셈이어서 주목된다.

김여정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재일교포 출신 무용수였던 고용희 사이에서 태어나 위로 김정철과 김정은 두 친오빠가 있다. 김여정은 김정은의 친여동생이란 점에서 김정일 시대 김경희 노동당 비서와 종종 비교되곤 한다.

김여정의 나이는 1987, 1988, 1989년생 등 다양하게 거론되고 있다.

김여정은 2014년 치러진 제13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투표소에 김정은을 수행하면서 공식행사에 등장했다. 이후 김여정은 북한 매체에 2014년 11월부터 2016년 5월까지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으로 호명되며 김정은이 참석하는 각종 행사의 진행과 의전을 지근거리에서 챙겨왔다.

2016년 5월 열린 당 중앙위원회 제7기 1차 전원회의에서 당 중앙위원에 이름을 올린 뒤, 17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7일 당 제2차 전원회의에서는 북한 권력의 핵심인 정치국 후보위원에도 진입했다.

김여정은 당 정치국 후보위원에 오르면서 선전선동부 부부장에서 제1부부장으로 승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이날 고위급 대표단원 명단을 통보하면서 김여정의 직책을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으로 명시한 것도 이 같은 사실을 뒷받침한다.

당 정치국 후보위원 승진 이후 김여정은 김정은과 함께 행사 주석단에 앉거나, 김정은과 나란히 걸어가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 등이 공개되기도 했다. 정부 당국에선 이를 근거로 김여정의 정치적 위상이 상당히 높아졌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한편 김여정은 지난 2014년 현재 북한 2인자인 최룡해 부위원장의 차남인 최성과 결혼한 것으로 알려졌었다. 2015년 1월2일 공개한 김정은 위원장의 평양육아원과 애육원 방문을 수행한 김여정이 왼쪽 약지에 결혼반지를 끼고 있는 모습이 포착돼 이를 기정사실화 했다.

하지만 2016년 들어 김여정이 미혼이고, 최룡해 아들은 3년 전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또 방북했던 ‘김정일의 요리사’인 후지모토 겐지는 김여정이 결혼하지 않았다고 해 이를 뒷받침 했다.

김여정과 김일성종합대학을 함께 다녔다는 한 탈북자는 “김여정이 복도를 지날 때면 학생들이 모두 비켜주고 엘리베이터도 같이 사용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정은의 고모부인 장성택이 김여정의 연애상대를 만들어 주기 위해 2012년 9월 김일성종합대학 정치경제학부에 6개월짜리 특수반을 조직했다”며 “김일성종합대학 졸업생 혹은 석사과정 학생 30명을 선발했는데, 조선인민군에 복무했고 노동당원이며 키 175cm 이상의 준수한 인물이어야 한다는 선발조건이 있었다”고 말했다.

 
최고지도자의 젊은 ‘실세’ 여성 직계가족이라는 공통점 때문에 북한의 ‘이방카’로 알려진 김여정의 정체를 서울경제가 8일 몇 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1. ‘천방지축’

지난 2013년 7월 김정은 위원장이 부인인 리설주와 함께 능라인민유원지를 방문했을 때 자유분방하게 행동하는 모습이 우연히 포착돼 주목을 받은 김여정. 김 위원장이 간부들과 악수할 때에는 화단을 넘어 뜀박질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고, 거수경례를 하자 웃음을 터뜨리며 손뼉을 치는 등 천방지축처럼 행동하는 모습도 포착된 적이 있다. 

일부 탈북자들은 철없어 보이는 모습과 달리 김여정이 김 위원장에게 숙청의 위험 없이 직언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정일의 첫째 부인인 성혜림이 낳은 김정남과 달리 김여정은 김정은과 함께 셋째 부인인 고용희가 낳은 자식이다. 고용희의 또 다른 자식으로 김정은의 형인 김정철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여정은 김정은과 함께 10대 시절 스위스 베른에서 유학하며 남매간 우애 때문에 김정은과 사이가 각별한 것으로 알려졌다.

2. ‘안하무인’

그동안 나온 북한 소식통을 종합해보면 김여정은 성미가 급하고 괴벽해 아버지(김정일)을 많이 닮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오빠의 권력을 등에 엎고 거침없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국가정보원도 지난해 10월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여정이 최근 간부의 사소한 실수도 수시로 처벌하는 등 권력남용 행태를 보인다고 보고한 바 있다.

3. ‘이슈 메이커’

김여정이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건 아버지 김정일의 장례 때였다. 베일에 쌓여 있던 김여정은 이후 공식 석상에서 여러 번 얼굴을 비췄는데 이때마다 무성한 소문이 이어졌다. 반지를 낀 모습에선 결혼설이 제기됐고, 임신과 출산설로도 이어졌다. 영국 BBC가 김여정을 아시아의 화제인물로 선정할 만큼 대내외적으로 이목을 끌었다. 

4. ‘만사여통’

김여정은 첫 공직부터 최고지도자인 오빠의 활동과 생활을 직접 챙기는 노동당 서기실장으로 일했다. 주요 공식 행사에서도 직접 연출과 경호까지 도맡아 챙기는 모습이 관찰되기도 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리설주가 능라인민유원지 완공식에 남편의 팔짱을 끼고 나타난 것이나 모란봉 악단의 공연에 미키마우스 등 미국 만화영화 캐릭터를 등장시킨 것은 모두 김여정의 연출에 따른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북한 간부들 사이에서는 “모든 일은 여정 동지를 통해야 한다”는 말이 예전부터 회자되고 있을 정도로 그녀의 영향력은 날로 커지고 있다.

5. ‘후계자’

지난해 10월 김여정이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에 오르면서 김 위원장의 유고시 김여정이 권력을 승계 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은 김 위원장의 자녀들이 어리다는 점을 들어 권력 승계의 정점에 김여정이 있다고 분석했다. 극동지역전권대표를 지낸 콘스탄틴 풀리코후스키는 2002년 러시아 열차방문에 나선 김정일이 “셋째 정은과 막내딸 여정이 정치에 관심이 많아 후계자로 삼을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오빠의 유고가 아니더라도 김여정은 북한의 후계자로 오랫동안 거론돼 온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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