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일보 대기자]"삼성이 우리 경제 성장을 이끌어줘서 감사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재용 삼성 부회장 1심 선고를 앞두고 공개석상에서 삼성그룹의 역할에 대해 '칭찬'하면서 나온 말이다.

이후1심 재판부가 양형 기준을 고려했을 때 최소 년 수인 4년형을 선고하더니, 2심 재판부는 아니나 다를까 집행유예를 선고하며 이 부회장을 석방시켰다. "정권 초반 법원이 이러한 판결을 내린 것은 사실상 정권 상층부의 묵인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는게 9일 <선데이저널>의 지적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심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받고 풀려난 다음날 삼성그룹은 평택에 반도체 사업 관련 30조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삼성그룹은 지난해부터 준비해온 계획이라고 해명했지만, 총수 석방 다음날 이 같은 발표를 한 것은 여론전환용으로 밖에 볼 수 없다. 하지만 이런 대규모 투자계획과 총수 일가의 거취를 엮는 것은 정권의 용인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란 얘기도 나온다.

집권 여당이 이 부회장의 집행유예 판결에 대해 반발하고 있기 때문에 가려져 있지만, 문재인 정부 역시 삼성 봐주기가 시작된 것은 아니냐는 지적도 적지 않다.

매체에 따르면 이 부회장의 봐주기 판결이 정권과의 교감 하에서 이뤄졌다는 의심은 단순히 과거 재벌들의 판결과 이번 판결이 유사하다고 해서만은 아니다. 문 대통령은 이미 참여정부에서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을 겪으면서 비슷한 의혹을 받은 바 있었다. 참여정부가 삼성공화국이란 오명을 뒤집어 쓴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참여정부 때도 삼성 x파일 면죄부 전력

이런 얘기가 나오게 된 계기는 참여정부가 이른바 삼성 x파일 사건에 면죄부를 주면서부터다.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문 대통령 혼자만의 책임으로 뒤집어 씌울 순 없지만 ‘민정수석 문재인-검찰총장 김종빈(수사 도중 정상명으로 교체)-서울중앙지검 2차장 황교안’으로 이어지는 수사 지휘부가 사실상 하나마나한 수사 결과를 내놓으며 삼성에 면죄부를 준 것은 사실이다.

X파일 사건이란, 1997년 대선을 앞두고 삼성 구조조정본부(현 미래전략실) 본부장이었던 이학수 부회장이 홍석현 중앙일보사 회장과 만나 나눈 사적인 대화가 김영삼 정부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 현재의 국정원)에 의해 도청·녹음됐고, 이 내용이 MBC에 의해 공개된 사건이다.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은 이회창 대선후보 측에 100억 원의 정치 자금을 전달하는 문제와, 실명으로 거론된 검사 7명에게 ‘명절 떡값’을 돌리는 문제를 논의하는 것이었다.

이 사건은 두 갈래에서 논란이 됐다. 첫째, 삼성의 비자금이 불법 정치자금으로 전달됐다는 의혹과, 둘째, 안기부가 민간인들의 대화 내용을 도·감청했다는 민간인 사찰 의혹이었다. 문재인 민정수석을 포함한 노무현 정부 청와대가 당시 특검 수사에 반대했던 것은 사실이었다. 물론 특검법을 최종적으로 무산시킨 것은 검찰 중간 수사결과 발표 이후 갑자기 ‘변심’한 한나라당의 반대였지만, 노무현 정부 청와대도 반대 입장인 것은 맞았다.

노무현 당시 대통령은 2005년 7월 25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현재의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정부가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국가기관의 불법행위”라고 규정했다. 홍석현 당시 주미대사의 거취 논란에 대해 노 대통령은 “불법 도청으로 만들어진 정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는 고심되는 부분”이라며 “법적으로 불법이므로 (그 내용의) 공개도 불법이라는 것과, 불법 취득 정보도 국민적 공익을 위해 공개해야 한다는 요구 사이에 인식의 차이가 존재한다”고 했다.

같은 해 8월 25일에는 “이상한 테이프가 하나 나와서 또 이회창 후보 대선자금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회창 씨는 1997년 ‘세풍’ 사건 때도 조사를 받았고, 지난 2002년 대선자금 수사 때도 조사를 받았다. 이번에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세 번째 조사를 받으면 대통령인 내가 너무 야박해 보이지 않겠느냐”며 X파일의 ‘내용’ 부분의 의혹에 대해 사실상 ‘덮고 가자’는 취지의 말을 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을 ‘개혁의 기수’로 믿고 따랐던 지지자들과 시민·사회단체는 이에 대해 정면 비판을 했다. 참여연대 등 108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X파일 공대위’는 다음날인 8월 26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 대통령은 ‘97년 대선자금 수사를 덮자’는 노골적인 수사 중단 지시를 즉각 철회하라”고 성토했다.

문재인 당시 민정수석이 이에 앞서 8월 5일 기자 간담회에서 “도청 사실에 대한 수사는 이미 국정원이 자체 조사를 하고 있고 검찰 수사도 병행되고 있다. 수사를 검찰에 맡기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특검에 대한 부분은 조금 어렵다. 오히려 특검에 맡긴다면 서너 달 후에나 (특검이) 활동하게 되는데, 그때까지 검찰 수사를 덮자는 얘기”라며 반대한 것도 맞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검찰 수사는 별 성과를 내지 못했다.

‘두 갈래’ 의혹의 첫째 부분, 즉 파일의 ‘내용’ 부분에 대해서는 아무도 기소되지 않았다. 당시 수사를 일선에서 지휘한 황교안 서울중앙지검 2차장은 2005년 12월 14일 수사결과 중간 발표에서 “이건희 회장을 서면 조사하고 이학수·홍석현·김인주 등을 소환 조사했지만 참여연대 등의 고발 내용(특가법상 뇌물 등)을 입증할 만한 증거를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며 “관련자들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리고 불기소 처분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삼성 이건희 회장이 평창올림픽을 유치전과 관련, MB와 삼성의 모종의 거래가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매체에 따르면 2009년 후반 당시 이명박 정부는 이 회장을 사면시키고,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활동에 나서도록 했다. 한국이 동계올림픽 유치전에 뛰어들었다가 두 번 실패한 후였다. 이 회장은 사면 뒤 18개월간 전세계를 돌면서 유치전을 벌였고, 결국 2011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했다고 WSJ는 전했다. 삼성은 이번 올림픽 후원사로 5억 달러(약 5455억원) 이상을 그동안 지불했다.

이 근거로 현재 평창에서는 어디서나 삼성의 이름을 볼 수 있고, 삼성 전시관에서는 가상 현실 헤드셋을 비롯한 각종 장치를 선보일 예정이며 선수들에게는 특별판 갤럭시 노트8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과연 이미 공룡 삼성의 도움없는 경제 발전은 불가능한 것인가

'앞으로 재벌개혁을 외치지만 뒤로는 재벌옹호하는 정부'가 있다면 그 또한 정경유착의칼끝이 부메랑으로 돌아 온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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