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 "그들의 안중엔 국민은 없고 오로지 삼성만 있었다"

이재용 삼성부회장 뇌물공여사건에 대한 1심판결은 징역 5년의 실형, 항소심에서도 검찰은 12년을 구형했지만, 2심재판부는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를 선고 했다. 2심판결의 요지는 박근혜-최순실은 가해자이며, 이재용은 피해자라는 것이며 ‘경영권승계 작업’이라는 현안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가 이부회장이 승마지원과 관련한 36억원의 뇌물공여는 인정함으로써, 그 대가성은 도대체 무엇인지 자체모순에 빠질 수 밖에 없다. 뇌물은 대가성이 있어야 한다. 한마디로 "항소심 판결른 충격 그 자체"라는 것이 선데이저널의 지적이다.

판결로 봐서는 이부회장이 사실상 재산을 강탈당한 단순 피해자나 다름없어서 대법원의 무죄선고가 가능한 것이다. 특히 항고심 재판부는 이부회장이 박근혜-최순실의 적극적 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한 점을 참작, 형을 감면한 것으로 드러났다.

9일 매체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부회장 뇌물공여사건은 이부회장이 미래전략실의 최지성실장 등과 공모해 자신의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도움을 받을 목적으로 삼성전자 등 계열사 회사자금을 횡령, 대통령과 최순실에게 뇌물을 주고 그 과정에서 외환거래법을 위반해 삼성전자자금을 국외로 반출한 것으로 뇌물공여, 횡령과 범죄수익은닉, 국회위증 등의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이부회장에 대해 지난해 1월 16일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나 이틀 뒤 기각됐고, 2월 14일 구속영장을 재청구, 16일 구속된 사건이다. 엄밀히 말하면 이부회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뇌물공여, 업무상 횡령, 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은닉, 국회위증 등 5가지이며, 뇌물공여는 미르와 K스포츠재단, 동계영재스포츠센터, 승마지원 등 3가지로 갈린다.

사실상 삼성에 면죄부 준 황당무계한 판결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7형사부는 지난해 8월 25일 판결을 통해 이재용 부회장에게 징역 5년 실형을 선고하고 최지성-장충기 사장에게 징역 4년, 박상진에게 징역3년에 집행유예 5년, 황성수에게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으며, 피고인이 연대해 37억6736만여원을 추징금을 부과했었다. 1심 재판부는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204억원에 대해서는 무죄, 영재센터지원금 16억원에 대해서는 유죄, 승마지원에 대해서는 72억원에 대해서 유죄가 인정되며 이에 따라 횡령-범죄수익은닉, 재산국외도피, 국회위증등도 유죄가 선고됐다.

이 판결에 대해 박영수 특검팀은 물론 이부회장측이 쌍방상소를 했고, 항소심 재판은 서울고등법원 제13형사부에 배당됐다. 항소심에서 이부회장은 혐의를 전면 부인했고, 특검은 1심 형량이 적다며 징역 12년 실형을 구형했고 지난 5일 깜짝 놀랄 만한 판결이 선고됐다. 항소심재판부가 이부회장에게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것이다. 최지성- 장충기사장에게도 징역 4년에서 징역2년에 집유 3년이 선고돼, 이 사건으로 구속 중이던 3명 모두 교도소를 유유히 빠져나가 집으로 향했다. 또 1심에서 37억여원의 추징금이 부과됐지만, 2심에서는 추징금 부과가 없었다. 추징금이 없어 공돈이 된 37억여원은 변호사비용에 충당하면 될 법하다.

항소심재판부는 판결 하루 뒤인 6일에서야 특검과 변호인 측에 판결문을 배포했고, 본보가 판결문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박근혜 전대통령과 최순실은 사실상 가해자로, 이부회장측은 사실상 피해자로 규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항소심재판부는 뇌물공여혐의에 대해 미르와 K스포츠재단출연금에 대해서는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로 판단했다. 반면 영재센터지원에 대해서는 1심과 달리 무죄로 판단했고, 승마지원에 대해서는 1심에서 72억 원이 뇌물로 인정된 반변 항소심은 36억 원만 유죄로 인정했다.
뇌물공여는 1억 원 이상이면 형량에 차이가 없지만 횡령은 50억 원이 넘느냐 아니냐에 따라 형량에 큰 차이가 난다. 이부회장입장에서 는 뇌물공여액수가 72억 원에서 절반인 36억원만 인정됨으로써 안도의 한숨을 돌린 것이다.

▲ 정형식재판장
어떠한 청탁도 없기 때문에 무죄?

항소심재판부가 유일하게 뇌물로 판단한 승마지원과 관련, 이부회장등은 박근혜 전대통령과 최순실에게 용역대금만 뇌물로 준 것으로 판단하고 마필 등의 소유권은 최순실에게 이전되지 않았으므로 뇌물로 보지 않았다. 이에 따라 승마지원관련 용역대금 36억3천여만원만 뇌물로 인정됐고, 비타나와 라우싱 등 말 2필의 구입대금 및 보험료 등 28억2천여만원은 뇌물에서 제외됐다. 사실상 뇌물액수가 절반으로 확 줄어든 것이다.

재판부는 박전대통령의 직무집행과 이 부회장 측의 승마지원 사이에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이 있음을 인정했다. 박대통령은 정책수립, 법안발의, 시행령 제정, 인허가, 사업자 선정 등 기업활동에 직간접적 영향을 주는 사항을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사람이며, 기업인들에게 법률상 –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는 한편, 여당에 대한 지도력과 영향력을 이용해 주요법 안의 통과 등 국회활동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의 기업 활동을 지원하거나 제약을 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부회장도 이사건 용역대금을 송금하기 이전에 박전대통령의 승마지원요구가 최순실의 딸 정유라에 대한 승마지원이며, 용역대금이 최순실에 대한 뇌물임을 확정적으로 인식했다고 밝혔다. 또 이부회장이 박대통령의 요구를 부하직원들에게 전달하고, 지시하고, 지원경위를 확인하는 등 지원행위에 관여했으므로 박대통령에게 뇌물을 공여한다는 고의성이 있었다고 판결했다.

반면 영재센터지원금 16억여원에 대해서는 부정적 청탁이 없었기 때문에 뇌물공여죄가 성립되지 않으며, 이부회장이 영재센터와의 후원계약에 따라 지급한 돈이므로 뇌물도 아니며 횡령도 아닌 합법적인 지원이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승마지원을 뇌물로 판단하면서도 뇌물죄 성립요건인 대가성에 대해서 명확히 언급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 대가성이 인정된다고 밝히면서도 구체적인 대가가 무엇인지 적시하지 않음으로써 자가당착, 자기모순에 빠졌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두루뭉술하게 대통령의 힘이 막강하다고만 했지, 구체적으로 이부회장이 어떤 댓가를 받고 뇌물을 줬는지 설명하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면 사실 뇌물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볼 수도 있다.

 
박근혜 -최순실 요구에 응해줬을 뿐

재판부는 원심을 파기하고 다시 쓴 판결문에서 ‘박전대통령이 삼성후계자인 이부회장에게 승마지원을 요청해달라는 최순실의 요청을 수락, 두 사람이 이재용에게 요구해 뇌물을 수수하기로 공모했다’고 밝혔다. 박전대통령과 최순실의 공모를 인정했고, 공무원이 아닌 최순실의 뇌물수수가 인정되려면 최순실의 이익이 박전대통령의 이익임이 인정돼야 하는데, 재판부는 두 사람이 경제공동체인 점도 인정한 것이다. 이처럼 재판부는 뇌물죄는 성립된다고 밝히면서도 정작 어떤 대가성이 있었는지는 밝히지 못하는 오류를 범한 것이다.

이부회장은 승마지원관련 뇌물액수가 36억 원으로 줄었더라도, 영재센터관련 16억 원이 뇌물로 인정됐다면 집행유예선고를 받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횡령액이 50억 원이 넘기 때문이다. 이처럼 승마지원만 뇌물로 인정됨으로써 횡령액도 36억 원으로 줄어들고, 범죄수익은닉도 36억 원으로 줄었다. 재산국외도피는 무죄가 선고됐고, 위증혐의에 대해서만 최순실을 모른다고 한 부분에 대해 유죄가 인정됐다.

재판부는 이부회장에 대한 양형요소를 설명하며 이부회장이 박전대통령의 승마지원요구를 쉽사리 거절하거나 무시하기 어려웠다고 보이고, 이 요구에 따라 수동적으로 범행에 가담했다고 밝혔다. 이부회장은 박대통령과 최순실의 적극적 요구에 수동적으로 따라갈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뇌물공여죄는 1억 원이상이면 제4유형으로 징역 2년에서 3년에 처해지지만, 수뢰자의 적극적 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했기 때문에 형을 낮출 요인이라고 밝혔다. 또 횡령은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은 징역 1년 6월에서 3년이지만 이부회장이 횡령액을 모두 회사에 변상했으므로 역시 감경요소라고 밝혔다. 국회위증은 징역 10월에서 2년이지만 감경요소가 없었다.

재판부 논리대로라면 무죄선고 했어야

주목할 점은 횡령이다. 횡령액이 50억 원을 넘으면 징역 5년에서 최고 무기징역까지 선고가 가능하다. 이부회장이 영재센터가 뇌물로 인정됐다면 횡령액이 50억 원이 넘으므로 집행유예는 힘들었을 것이다. 집행유예는 징역3년형 이하에 한하기 때문이다. 장시호의 영재센터 지원금이 뇌물공여에서 빠짐으로서 집행유예를 받은 셈이다.

이처럼 재판부가 양형을 설명하며 이부회장은 수동적이었다는 점을 두 차례 이상 강조했다. 여기에 재판부가 이부회장이 어떤 대가를 얻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함으로서 재판부의 판단은 사실상 가해자인 박근혜-최순실이 피해자인 이 부회장 측의 재산을 강탈당했다는 인식을 가졌을 가능성이 크다. 재판부의 논리대로라면 떳떳하게 이부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어야 하지만, 차마 그럴 용기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미르와 K스포츠재단, 영재센터, 승마지원 등 뇌물공여 3개 부분을 줄이고 줄여 36억 원만 뇌물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미르와 K스포츠재단, 영재센터 등에 이부회장이 자발적으로 돈을 갖다 바쳤다고 판단했지만 사실이 그럴까, 기업인이 아무런 이득 없이 돈을 줄까. 특히 경영권 승계 등 수많은 현안을 가진 대한민국 최대 재벌 삼성이 줄잡아 3백억 원 이상의 돈을 갖다 바치고 아무런 대가를 받지 않았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이부회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 관련, 자신이 많은 주식을 가진 제일물산 주식을 가능한 1주라도 많은 삼성물산 주식과 맞바꾸려 했다.
그래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장관, 홍완선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이 청와대 비서실에 보고를 해가면서, 가능한 이부회장이 한주라도 삼성물산 주식을 많이 가질 수 있도록 온갖 압력을 행사했던 것이다.

그래서 이부회장은 결국 자신이 원하는 비율대로 제일모직 주식과 삼성물산 주식을 바꿀 수 있었고 경영권 강화는 물론 경제적 이득도 얻었던 것이다. 국민들로 부터 연금관리를 위탁받은 국민연금은 삼성물산의 대주주임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손실을 초래하면서까지 이 부회장편을 들었다. 그래서 문형표, 홍완선 두 사람에게는 1심에서도 징역 2년6월 실형, 2심에서도 단 하루도 감형되지 않은 징역 2년 6월 실형이 선고된 것이다.

▲ 이재용항소심판결문중 1심 파기내역
삼성 품에 안긴 정형식 재판장과 신상 털기

눈에 보이는 이 같은 명백한 이익, 나아가서는 경영권승계와 강화를 더욱 촉진시키는 명백한 대가성이 있었기에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영재센터, 승마지원 등에 나섰던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삼성이 제공하는 뇌물에 대해 박근혜정권은 삼성물산합병과 경영권강화라는 댓가를 제공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소심재판부는 대부분의 뇌물혐의를 무죄로 판결하고, 일부 무죄로 판결한 뇌물에 대해서는 대가성을 명시하지 않음으로써 사실상 이부회장이 일방적으로 강탈당한 것처럼 판결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기에 정형식재판장을 위시한 강문경, 강완수 등 3인의 판사에 대해 논란이 일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국민들의 관심이 이들 3인의 판사에 쏠리면서, 일부 언론에서는 판사에 대한 신상털기에 나섰다며 비난조의 기사가 심심찮게 눈에 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국민은 사법부에 대해 알 권리가 있으며 당연히 판사 개개인에 대해서도 알 권리가 있다. 더구나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사건이며, 1심과 상반되는 판결이 나왔기 때문에 재판부가 어떤 사람인지, 혹시 뇌물을 받았을 정황은 없는지 살펴보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다.

신상털기에서 더 나아가 재판부에게 사적인 제재를 가한다면 그것은 잘못된 것이다. 하지만 재판부의 신상을 알아보겠다는 국민의 요구를 잘못됐다고 비판하는 것은 심각한 잘못이다. 국민은 재판부가 누구인지, 그들의 친인척 중 원고나 피고와 가까운 사람은 없는지, 재산은 얼마인지, 또 삼성측의 변호사는 누구인지 당연히 알 권리가 있다. 이를 맹목적으로 비판하 는 언론은 언론이 아니라 삼성의 사보라는 손가락질을 받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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