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다림
"수색이 난항을 겪으면서 남아있는 실종가 가족들은 '마지막 까지 혼자 남게 되는것이 아닌지'를 가장 두려워 하고 있는 것 같아요"

기다림의 항구로 변해버린 팽목항에서 가족과 함께 동고동락하며 실종자 귀환 기도를 하고 있는 불일 스님(52)은 13일 이렇게 전했다.

불일 스님은 세월호 침몰사고 이틀째인 지난달 17일부터 팽목항 선착장에 법상을 차려놓고 100일 기도를 하고 있다. 하루 1시간씩 세차례 정도 목탁을 두드리며 귀환을 염원하고 있고 밤에는 실종자 가족 천막에 머물며 슬픔을 함께하고 있다.

불일 스님은 "내가 머물고 있는 실종자 가족 천막 A동은 현재 3가족, 10여명밖에 남지 않았다"며 "사고 초기에는 100여명이 있어 서로 의지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이들은 천막에 설치돼 있는 텔레비젼 조차 보지 않는다"며 "바깥세상의 소식마저 끊고 자녀들이 돌아오기만을 기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불일 스님은 사고 이후 28일째까지 하염없는 기다림을 반복하고 있는 실종자 가족들이 가장 두려워 하는 부분도 전했다.

그는 "일부 실종자 가족은 조용히 찾아와 '아들이 끝까지 발견되지 않으면 제사를 언제 지내야 하느냐'고 묻는다"며 "실종된 날짜에 맞춰 지내라고 답변 하지만 찾지도 못했는데 모든 것을 포기해버린 듯한 마음이 느껴져 안타깝다"고 이야기했다.

또 "날씨가 좋지 않아 수색이 중단됐을 때 가족들은 하루종일 하늘만 쳐다보고 있었다"며 "실종자 가족 대부분은 '시신이 유실돼 자기 자식만 실종자로 남게 되는 것이 아닌지'를 가장 두려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지금 팽목에 있는 종교인들이 실종자 가족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정성을 다해 기도하는 것과 '조금만 기다려 보세요. 희망을 잃지 마세요'라는 말 밖에 없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까지 세월호 탑승 승객 476명 가운데 172명이 구조돼고 275명은 숨졌으며 단원고 학생 16명과 교사 5명 일반인 8명 등 29명은 아직 실종 상태다.

또 범정부 사고대책본부는 기상여건 악화 등으로 지난 10일부터 수색을 잠정 중단했고 3일만인 이날 오전 재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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