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 기자]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이 6·13 지방선거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양보 매치' 성사 여부를 두고 각 당의 선거 전략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안철수 전 대표가 부산으로 지역 기반을 옮기려 할 것이란 관측도 서서히 공론화되는 분위기다. 이 경우 내후년 총선을 앞둔 바른미래당 내 당권 장악과 그 다음해 대선을 향한 지지 기반 다지기 등의 '큰 그림'과 연결된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안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야권에서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뚜렷한 후보가 나타나지 않고 있고, 안 전 대표 역시 출마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는 상황이다.

안 전 대표는 지난 12일 기자간담회에서 "선거 승리나 통합당의 미래를 위한 또 다른 역할들이 주어지면 열심히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박주선·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가 안 전 대표가 서울시장에 출마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면서 안 전 대표에 대한 압박이 보다 거세졌다.

안 전 대표가 서울시장에 출마하게 된다면, 지난 2011년 재보선 당시 후보직을 넘겨줬던 박원순 서울시장과 7년 만에 빅매치를 이루게 된다. 안 전 대표는 지난 1월 시행된 서울시 미세먼지 저감 조치를 두고 150억짜리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면서 박 시장과 한 차례 공방을 벌인 바 있다.

만약 안 대표가 서울시장 출마 의지를 굳히면 3선에 도전하는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정면 대결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안 전 대표 일부 지지자들은 "지금의 박원순 시장은 지지율 50%였던 CEO 안철수가 지지율 5%였던 박원순에게 자리를 양보했기에 가능했다"며 "이번에는 박 시장이 은혜를 보답할 차례"라며 양보를 요구하고 있다.

지지자들의 바람과 달리, 박 시장은 안 전 대표에게 물러설 생각이 전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공직, 그것도 1000만 서울 시민들의 삶을 책임진 서울시장에 대해서 그런 사사로운 것으로 판단할 수 없지 않겠느냐"고 선을 그었다.

그는 "서울 시민의 삶과 행복을 누가 더 증진할 수 있는지, 서울 경쟁력을 누가 더 확장할 수 있는지 관점에서 결정돼야 한다"고 해 오히려 안 전 대표와의 경쟁 구도를 공고히 하는 모습이다.

안 대표가 시장 자리를 양보받지 않고도 양보론의 효과는 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안 대표에 대한 서울 시민들의 마음의 빚을 잘 활용한다면 상당한 마케팅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안 대표 측근들 역시 안철수 대 박원순 구도가 되면 최소 5프로 이상 득표율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현재까지 진행된 여론조사에서는 박 시장이 상당한 격차로 1위를 유지하고 있어, 안 전 대표가 위험한 도전보다는 안전한 길을 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또 대선 패배, 바른미래당 통합 과정에서의 리더십 상처에 이어 곧바로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해 패배하게 되면 자칫 회복회복기 어려운 치명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장에 나가 박원순 시장에게 지더라도 5프로 이내의 접전을 유지해야 한다"며 "큰 격차로 지게 된다면 안 전 대표는 정말 정치를 접어야 할 상황에 놓일지도 모른다"고 내다봤다.

그런만큼 바른미래당 통합 직전부터 안 전 대표 주변에선 부산 지역의 국회의원 재보선에 출마하는 방안이 새롭게 거론되기 시작했다.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지는 재보선은 10석 이상의 '미니 총선'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중 부산 해운대을 지역구가 재보선 지역으로 확정된 상태다.

바른미래당 핵심 당직자는 "그동안 안 전 대표가 자신의 고향인데도 부산에서 큰 지지를 얻지 못했다"며 "안 전 대표 뿐 아니라 통합당에게도 앞으로 중요한 지지 기반으로 다져야 하는 지역"이라고 말했다.

안 전 대표가 부산 해운대을 재보선에 출마해 승리한다면 비록 통합당 지도부는 아니지만 원내 진입을 통해 정치적 영향력을 다시 발휘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또 지방선거 이후 당 지도부가 교체될 때 당권 장악에도 보다 용이할 수 있다.

안 전 대표는 국민의당 당 대표로 통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원외 당대표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껴야했다. 대선 출마를 위해 스스로 국회의원직을 버린 서울 노원병 등 서울 지역보다는 바른미래당의 세가 아직 약한 부산에서 당 승리에 기여한다는 명분을 내세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방선거 이후 당권 장악은 내후년 치러질 총선에서 공천권 행사로 이어질 수 있다. 국민의당 출신 국회의원들이나 친안(친안철수)계 총선 출마자들에겐 안 전 대표가 서울시장 등 광역자치단체장으로 당 외곽에 나가있는 것보다 원내로 들어와 당내 영향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바른미래당 사정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 전 대표가 유승민 대표에 뒤지는 결과가 나오면서 유 대표를 부쩍 견제하는 모습"이라며 "유 대표가 원내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동안 당 외곽에 나가있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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