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희 기자]“산다는 건 불태우는 것, 즐기는 것, 나답게 도전하는 것이다” -고다이라
“이번엔 내 차례다. 힘껏 응원해 달라” -이상화

스피드 스케이팅 500M '세기의 대결'을 앞두고 일본의 고다이라와 한국의 이상화가 자신들의 SNS에 올린 글이다.

18일 다수의 언론에 따르면 고다이라 나오는 지난 시즌부터 국가대표 선발전 등 국내외 각종 대회에서 500m 24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승승장구했다. 이상화가 출전한 대회도 여럿 있었다. 일본 언론에서 고다이라 나오의 금메달을 높게 점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무릎 부상으로 고생했던 이상화도 3일 독일 소규모 국제대회에 출전, 이번 시즌 개인 최고 기록인 37초18를 기록하는 등 기량을 끌어올리고 있다. 이번 올림픽에선 500m에 집중하기 위해 1000m 출전도 포기했다.

이런 가운데 오후 평창겨울올림픽 최고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인 이상화와 고다이라 나오의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를 앞두고 일본팀 ‘주장의 저주’가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한겨레에 따르면 일본은 겨울올림픽에서 대표팀 주장이 금메달을 따지 못하는 ‘기묘한 징크스’가 있다. 1960년 미국 스쿼밸리 겨울올림픽부터 2014 소치 올림픽까지 무려 15차례 올림픽에서 54년간 깨지지 않았다. 실력과 인성을 겸비한 선수를 주장으로 삼는 관례에 따라, 역대 주장 15명 대부분이 정상급 기량을 지녔는데도 ‘주장의 저주’는 풀지 못했다.

노르딕스키 종목에서 ‘일본의 전설’로 통하는 오기와라 겐지가 1992년 알베르빌과 1994년 릴레함메르 겨울올림픽에서 잇따라 금메달을 땄는데, 대표팀 주장을 맡은 1998년 나가노 대회에서는 4위에 그치는 식이었다. 앞서 1988년 캘거리 대회 당시 단거리 스피드스케이팅 선수였던 구로이와 아라키와를 비롯해 하시모토 세이코(1992년 알베르빌·스피드스케이팅) 등 세계 최정상으로 군림했던 선수들도 줄줄이 징크스의 희생양이 됐다.

심지어 ‘주장의 저주’는 겨울올림픽에서 여름올림픽으로 ‘전염’됐다. 일본대표팀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고가 도시히코가 유도에서 금메달을 딴 뒤, 1996년 애틀랜타 대회부터 6차례 연속 대표팀 주장이 금메달을 따지 못하고 있다.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일본대표팀 주장을 맡았던 여자 유도 요시다 사오리는 대회 결승 직전까지 ‘206연승’이라는 믿기 어려운 기록으로 ‘영장류 최강 여성’이라는 별명까지 얻었지만, 올림픽 결승에서 져 은메달에 그쳤다.

일본의 스포츠 평론가 다니구치 겐타로는 “나만 잘하면 되는 게 아니라 국가 단위인 올림픽팀을 대표하는 주장이라 경기에서도 큰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원인을 분석했다. 세계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단거리 1인자로 꼽히는 고다이라는 ‘불길한 운명’을 선뜻 받아들였다.

이상화는 작년 부상이 발목을 잡았지만 이를 극복하고 오로지 평창올림픽을 겨냥하고 준비해 왔다. 당초 14일 열리는 1,000m 출전도 포기하고 500m에만 전념하며 기량을 끌어올린 상태다.

그렇다면 세계적 도박사들의 선택은 어떨까

세계적 베팅업체 비윈(Bwin)이 책정한 배당률에 따르면 고다이라는 1.35배, 이상화는 4배를 각각 받았다. 즉 1만 원을 배팅했을 시 고다이라가 승리하면 13,500원을 이상화가 승리한다면 4만원을 받는다는 의미다. 고다이라가 승리할 확률을 훨씬 높게 바라봤다.

그러나 이상화의 최대 무기는 올림픽 무대 경험과 자신감이다. 한국 동계올림픽 사상 최초의 올림픽 3연패냐, 아니면 54년의 저주를 풀고 일본에 금메달을 선사할 것인가, 이상화와 고다이라의 대결은 금일 저녁 8시부터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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