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혜 기자]"내 남은 생애 가운데 남북의 통일된 모습을 보고 싶다"면서 "통일은 하나님이 이루어 주시는 것이다. 주님께 구하라. 하나님의 뜻에 합당한 기도를 드리면 통일은 꼭 이루어진다"고 했던 빌리 그레이엄 목사(사진)가 21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자택에서 별세했다. 향년 100세.

‘미국 복음주의 대부’, ‘미국의 목사(America‘s Pastor)’로 불리며 20세기 개신교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떨친 것으로 평가받는 빌리 그레이엄 목사는 암과 폐렴으로 투병하던 중 이날 아침 세상을 떠났다고 그의 대변인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그레이엄 목사는 70여 년간 개신교 복음주의의 리더로서 일반 신자들뿐 아니라 많은 미국 대통령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도맡았다. 그래서 ‘미국 대통령들의 목사님’으로도 불린다.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선정하는 ‘가장 존경받는 인물’ 톱10에 1955년부터 2016년까지 총 60회 선정돼, 이 분야의 최고기록 보유자이기도 하다.

“평생 죽는 법은 배웠지만, 늙는 법은 배우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책을 썼습니다!”라고 말한 빌리 그레이엄(Billy Graham)은 금세기 최고의 복음 전도자이다. 본명은 윌리엄 프랭클린 그레이엄 주니어(William Franklin Graham Jr.). 메이저리그 스타디움을 누비는 야구 선수를 꿈꾸던 16세 천진난만한 소년 빌리 그레이엄은 하나님을 만난 뒤 야구 방망이와 함께 오랜 꿈을 내려놓고 인생을 하나님께 바쳤다. 놀랍게도 훗날 하나님은 그를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는 설교자로 대형 야구 스타디움에 세웠다.

빌리 그레이엄은 70여 년 동안 복음 전도자로 지내면서 역사상 그 누구보다도 많은 사람에게 직접적으로 복음의 메시지를 선포했다. 6대주 185개국 이상을 다니며 2억 1천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했다. <타임> 지가 선정한 21세기 최고의 인물 20명 가운데 한 사람으로 선정되기도 했으며, 미국은 물론 세계 정치 지도자들의 영적 지도자로 알려져 있다.

2005년 전도 집회를 끝으로 설교자로서의 삶을 은퇴했으며, 자신이 설립한 ‘빌리 그레이엄 복음 전도 협회’도 아들에게 물려주면서 새로운 노년을 맞이했다. 그는 오랫동안 뇌수종, 폐렴, 엉덩이 골절, 전립선 암에 시달렸을 뿐 아니라, 지금까지 15년 동안 파킨슨병을 앓고 있다. 2007년에는 아내를 먼저 떠나보내는 사별의 아픔을 겪기도 했다.

그는 한국과의 인연도 깊다. 지난 1973년 서울에서 열린 '빌리 그래함 목사 한국 전도대회'에는 110만여 명이 모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그는 “한 차례 대회에 모인 군중으로서는 최대 규모였다. 여의도광장에 화장실 시설도 변변치 않았는데, 대회가 끝났을 때 광장 바닥에는 휴지 한 장 없었다”고 회고한 바 있다. 그의 방한은 국내 개신교 부흥의 중요한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는 두 차례 북한을 방문했는데 1992년에 조지 부시 대통령의 구두 메시지를 김일성에게 전했고, 1994년엔 빌 클린턴 대통령의 대북 메신저 역할을 담당했다. 그는 훗날 자서전에서 “그때 만난 김일성은 분명히 변화와 개방을 모색하고 있었다”고 적었다. 그의 손자 윌 그레이엄 목사는 2013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우리 가족에게 매우 특별하다. 어릴 때부터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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