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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미투' 사각지대 이주여성들...“성폭행 신고하면 추방”
신소희 기자  |  roryrory0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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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3.01  11: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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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희 기자]“체류자격 연장하러 다녀오는 길에 사장님이 한 번 자고 가자며 모텔 앞에 차를 세웠어요. 사장님이 어깨를 껴안거나 포옹했어요. 옷을 몇 개 입었냐며 바지를 당겨서 들여다봐요. 성폭행을 당했는데 신고하면 너희 나라로 보내버리겠다고 가해자에게 협박당했어요.”

이주여성이 한 인권포럼에서 밝힌 성폭력 피해 사례다.

최근 성폭력 생존자들이 SNS를 통해 자신의 피해 경험을 잇달아 고발하는 '미투(#Me Too) 운동'이 우리 사회 전체로 퍼져가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 여성노동자들의 성폭력 피해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머물고 있다.

그동안 외국인 여성노동자들의 성폭력 피해 사례는 지속적으로 제기됐지만 상대적으로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관심밖으로 내몰렸다.

지난 2016년 12월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이주여성 농업노동자 성폭력 실태조사 결과 보고회에서 따르면 설문에 답한 농업분야 여성 외국인 노동자 202명 중 약 12%가 성폭력 피해를 당한 적 있다고 답했다. 또 36%가 다른 사람의 피해 경험을 들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올해 들어 다수의 언론에 소개된 이들의 성폭력 피해상황을 살펴보면 그 피해가 가히 심각한 수준이다. 그 몇가지 사례를 살펴보면, 

필리핀에서 심리학을 전공하던 여대생 케이트(가명·22) 씨. 그는 2년 전 지인 소개로 만난 한국 기획사 관계자의 말을 듣고 들떴다. 관계자가 보여준 사진 속엔 젊은 여성들이 ‘한류 가수’처럼 무대에 올라 노래하고 있었다. 재미삼아 처음 참가해 본 오디션이었는데 기획사는 케이트 씨를 합격시켰다.

케이트 씨는 기획사와 ‘엔터테이너’ 계약을 한 뒤 예술흥행비자(E6-2)를 받아 한국에 왔다. 국내 호텔과 클럽에서 가수나 댄서로 일할 수 있는 비자다. 하지만 그가 일하게 된 서울 외곽의 한 외국인 전용클럽의 40대 남성 사장은 무대에 설 기회를 한 번도 주지 않았다. 그 대신 손님들에게 술을 팔게 했다. 클럽 근처의 숙소 입구에선 폐쇄회로(CC)TV가 케이트 씨를 늘 지켜봤다.

일한 지 석 달째 되던 어느 날, 클럽 사장은 “내 친구가 너랑 저녁 먹고 싶다고 한다”며 그를 데리고 나갔다. 사장의 친구는 “영화나 같이 보자”고 해놓고 한적한 동네의 모텔로 데려가 성폭행을 했다. 사장의 친구는 “사실은 (너를 밖에서 따로 만나는 조건으로) 네 사장에게 돈을 줬다”고 했다. 지난달 11일 기자와 만난 케이트 씨는 “내가 할 수 있었던 최대의 저항은 가짜 웃음을 지으며 대답을 거부하는 것뿐이었다”고 말했다.

또 캄보디아 출신 여성 외국인 노동자 멩 썸낭(30ㆍ가명)씨는 2016년 9월부터 지난 1월까지 1년 5개월간 경기 포천의 한 비닐하우스 농장에서 일하며 농장주의 끊임없는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

지난 1월 31일 의정부노동청 근로개선지도과에 제출된 진정서에는 여성 외국인 노동자 썸낭씨가 한국의 일터에서 겪었던 성폭력과 임금착취 현장이 생생하게 기록돼 있었다.

썸낭씨는 인근 비닐하우스에서 외국인 노동자들과 함께 하루 12시간 동안 채소를 재배하면서 한 달에 이틀만 쉬었다. 이들은 농장 인근 비닐하우스를 개조한 가건물에서 살았다. 썸낭씨도 여기서 다른 여성 외국인 노동자와 한 방을 썼다.

열악한 근무환경과 조건에 더해 썸낭씨를 지속적으로 괴롭힌 것은 농장주의 날이 갈수록 강도를 더해가는 성폭력이었다. 고용주는 그가 일한 지 3개월째부터 여성 노동자들의 숙소를 마음대로 드나들기 시작했다.

진정서에 따르면 이후 농장주는 상습적으로 썸낭씨에게 입맞춤을 강요했다. 지난해 5월에는 방에서 혼자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있는 썸낭씨의 몸 위로 올라타고는 어깨를 짓누르며 입맞춤을 강요한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썸낭씨는 “안돼! 사장님 안돼요! 안돼요!”라고 소리를 지르며 저항했다. 화장실에 있던 다른 여성 노동자가 비명소리를 듣고 방으로 돌아와 소리를 지르고 나서야 농장주는 물러났다.

싱글맘인 20대 태국 여성 티다(가명) 씨는 지난해 ‘한국에 돈 잘 버는 마사지사 자리가 있다’는 페이스북 글에 속아 한국에 왔다.

그는 대구의 마사지업소에 감금돼 성매매를 강요당했다. 태국의 인신매매 방지 시민단체 AAT의 연락관 투앙시리 카니싸나다 씨는 “피해 여성들은 24시간 감시당하면서 성매매를 강요당한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태국 법무부 산하 특별조사국(DSI)은 지난해 “한국에서 마사지사 취업은 불법이니 속지 말라”는 경고까지 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피해 여성이 국내에서 안정적으로 체류할 자격을 보장하는 게 가장 시급하다. 장기적으로는 ‘인신매매피해자보호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다만 그들 역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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