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출처: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동영상 캡처
[김승혜 기자]'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체육계 첫 '미투' 운동의 실체가 드러났다. 1일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이하 '스포트라이트')에서 체육계 최초 '미투(Me too) 고백'을 추적했다.

현직 국가대표 리듬체조 상비군 감독 이경희 씨. 이 감독은 다수의 국제 대회 입상으로 '북한의 손연재'라 불렸던 스타선수였고 10년 전 남한으로 건너와 국가대표 코치로 활약하고 있다.

이날 방송은 이경희 씨를 성추행하고 이를 '연인 사이'라고 주장한 가해자의 추한 변명을 조명했다. 이 감독이 가해자로 지목한 사람은 대한체조협회 전 고위간부 A씨로 대한체조협회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사람.

이경희 감독은 "2011년부터 대한체조협회 전 고위간부 A 씨에게 3년 동안 성추행을 당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당시 A 씨에게) 내가 생활이 어렵다. 기회 되시면 월급 좀 올려달라고 했다. 그럴 때마다 '그런 얘기 하려면 모텔 가자'고 했다"며 "맨 처음에 모텔이 뭔지도 몰랐다. 그게 한두 번도 아니다"라며 눈물을 흘렸다.

2014년 3월 말 이경희 감독은 코치직을 그만두기 위해 A 씨를 찾아갔다. A 씨는 자동차 안에서 이야기하자고 유도한 뒤 성폭행을 시도했다. 서울중앙지검 불기소이유통지서에 따르면 "운전석 쪽 옵션 버튼을 눌러 뒤로 눕게 한 뒤 피해자 속옷을 내렸다.

이와 관련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불기소이유통지서에는 “운전석 쪽 옵션 버튼을 눌러 뒤로 눕게 한 뒤 피해자 속옷을 내렸다. 피해자가 완강히 저항해 간음하지 못했다”고 적시돼 있다.

이후 이경희 감독은 고민 끝에 탄원서를 제출했고, A씨는 조사 1주일 만에 직위를 내려놓았다. 대한체육회는 감사를 중단하고 진상 발표없이 끝냈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 사진 출처: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동영상 캡처
2년 뒤 A 씨는 더 높은 자리의 간부 후보가 되어 돌아왔다. 대한체육회는 지난 탄원서를 이유로 임원 인준을 거부했다. 그러자 A 씨는 대한체육회를 상대로 '이경희 감독과 자신은 연인 사이'라며 법정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A 씨는 한 펜션 주인에게 '이경희 감독과 1박 2일 숙박을 했다'라는 사실확인서까지 받아와 증거로 제출했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이경희 감독은 그 시간에 은행업무를 보고 있었고, 법원은 대한체육회와 이경희 감독의 손을 들어줬다.

이경희 감독은 이날 A 씨와의 통화 녹취도 공개했다. 녹음본에서 A 씨는 이경희 감독에게 "나이를 그만큼 먹었으면, 남한에 와서 그 정도 세월이 흘렀으면 좀 파악이 안 되냐. 리듬체조계 돌아가는게?", "당신이 그럴수록 좋을 거 하나도 없다. 이 체조계에서 당신 도와줄 사람 아무도 없어. 도와주는 척하는 사람이 한두 명 있을지 몰라도"라는 고압적인 말투로 협박했다.

이 날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에선 한 체조계 관계자가 써 준 사실확인서는 전 고위간부가 내용을 적어주고 그대로 내용을 써 달라고 부탁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경희 코치는 “내가 연인이 아니었는데 법정에 나가서 보니 연인이었다”며 “나는 꽃뱀에 부화방탕한 여자에 대표 코치 안 잘리기 위해 연인이었다고 나온거다”고 말했다.

한편 A씨는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제작진과 만나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다. 자연스럽게 스킨십도 하게 되고 성관계도 갖게 됐다. 자연스럽게 돼 버린거다”라며 “여자의 프라이버시가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얘기까지 하기 좀 어렵다. 연인 사이에 디테일한 문자는 없다. 전화 통화를 좀 했고 만나서 주로 대화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