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혜 기자]'PD수첩'이 '영화감독 김기덕, 거장의 민낯'을 방송한다.

제작진은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영화감독 김기덕과 배우 조재현의 성범죄 등을 취재하던 중에 충격적인 제보를 입수, 그 증언들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프로그램은 지난해 김기덕 감독을 폭행과 모욕죄 등의 혐의로 고소했던 여배우 A씨를 비롯해 또 다른 두 명의 여배우와의 인터뷰를 통해 김 감독과 조재현을 둘러싼 폭로를 공개한다고 전했다.

2017년 8월 여배우 A씨(41)는 김 감독을 폭행과 강요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A 씨는 2013년 개봉한 김 감독의 영화 '뫼비우스'에 당초 어머니 역할로 출연했다. 그러나 A씨는 촬영장에서 김 감독에게 감정이입에 필요하다는 이유로 뺨을 맞고, 당초 대본에 없던 배드신 촬영을 강요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A씨는 영화에서 하차하고 그 역할은 다른 배우가 맡았다.

당시 2013년 영화 촬영 현장에서 일어난 일을 4년 뒤에야 고소를 했다는 사실과 A씨의 뺨을 때린 것이 연기 지도였다는 김기덕 감독의 주장에 대해 말들이 무성했었다.

그 후 6개월, '미투(me too)'에 힘입어 배우 A씨가 다시 입을 열었다. 김기덕 감독이 자신을 폭행했던 이유에 대해 당시 사건에서 미처 밝히지 못했던 진실이 있었다. 배우 A씨는 김기덕 감독이 요구한 ‘성관계’에 자신이 응하지 않았기 때문에 폭행을 당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대본 리딩날 김기덕 감독이 다른 여성과 셋이서 함께 성관계를 맺자는 제안을 했고, 그 제안을 거절한 새벽에 김기덕 감독은 ‘나를 믿지 못하는 배우와는 일을 하지 못하겠다’며 전화로 해고 통보를 했다는 것이다.

이에 부당 해고라며 항의한 A씨는 결국 촬영 현장에서 모욕적인 일을 겪으며 영화를 그만두어야 했다. A씨에 따르면 김기덕 감독의 성폭력은 이전에도 자주 있었던 일이었다.

김기덕 감독에게 또 다른 성폭력 피해를 입은 여배우 B씨는 오랫동안 고심하다가 어렵게 인터뷰에 응했다. 당시 김기덕 감독 영화에 캐스팅되는 것이 확실시되던 신인배우 B씨는 김기덕 감독과 만난 자리에서 입에 담지 못할 황당한 성적 이야기들을 들어야 했다.

2시간 가까이 그런 이야기를 듣고서야 화장실에 간다는 핑계로 자리를 뛰쳐나온 배우 B씨는 이후 김기덕 감독의 영화에서 빠지게 됐다. 영화계에 큰 실망을 느낀 B씨는 그 이후로 영화계를 떠났다. 영화계를 떠난지 오래지만, 성관계 요구를 받고 공포심에 사로잡혀 화장실에 숨어 있었던 순간을 생각하면 B씨는 지금도 아찔하다고 말한다.

 영화 촬영 현장에서 김기덕 감독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배우 C씨를 어렵게 만났다. 배우의 꿈을 키우던 20대 초반, 그녀의 첫 영화 출연은 악몽 같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영화 캐스팅이 확정된 이후 촬영 시작 전부터 김기덕 감독에게 상습적인 성추행을 당한 C씨는 합숙을 했던 촬영 현장에서 진짜 지옥을 경험했다. 대본 이야기를 해야 한다며 주조연, 단역 배우들 가릴 것 없이 여자 배우들을 방으로 불렀던 김기덕 감독으로 인해 C씨는 촬영 기간 내내 김기덕 감독의 성폭행에 시달려야 했다. 그리고 그 가해자는 김기덕 감독 뿐만이 아니었다.

김기덕 감독과 배우 조재현에게 성폭행을 당한 배우 C씨에게 김기덕 감독은 다음 작품의 출연을 제안하며 이 관계를 계속 유지할 것을 종용했다. 그러나 그 일 이후 C씨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5, 6년 동안 세상에 없는 사람처럼 살아야 했다. TV에서 김기덕 감독과 배우 조재현이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면 온몸이 바들바들 떨렸다고 전한다. 피해자는 숨어있고, 가해자는 아무렇지 않게 활동하는 현실에서 죄책감에 시달리는 건 언제나 C씨였다.

한편 김 감독의 영화에 참여한 한 스태프는 제작진과 인터뷰 촬영까지 마쳤지만 생계를 이유로 인터뷰를 방송에 내보내지 말 것을 부탁했고, 취재에 응하더라도 방송에 내보내지 말 것을 요청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는 것이다.

제작진은 "피해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사실관계 확인과 해명을 듣기 위해 김 감독과 조재현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며 "김 감독은 제작진에게 이 사안에 대한 입장을 장문의 문자 메시지로 보내왔고, 조재현은 기존에 불거진 사건들과는 다른 내용의 해명을 했다"고 전했다.

김 감독과 조재현은 영화 '악어' '야생동물보호구역' '섬' '수취인 불명' '나쁜 남자' 등을 함께 작업해 온 영화계 대표적인 콤비다.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영화감독 김기덕과 배우 조재현의 성범죄, 그 구체적인 증언들을 공개하는 'PD수첩'은 오늘(6일) 밤 11시 10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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