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혜 기자]6일 오전 충남 홍성군에 있는 안희정 충남지사의 관사에 야구방망이가 날아왔다. 이어 현관 유리창이 박살났다. 더불어민주당 당원으로 알려진 30대 한 남성이 "안 지사가 비서를 성폭행했다는 언론 보도를 보고 화가 나서 그랬다"며 울분을 참지 못하고 저지른 일이다.

이날 충남도청 홈페이지는 마비됐다. 그의 성폭행 혐의 보도를 접한 이들의 접속이 폭주하면서 6일 새벽부터 오전까지 접속 장애가 발생했다.

한마디로 충청 전역, 아니 온 나라가 맨붕에 빠진 하루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가운데 차기 대선후보 ‘영순위’로 거론된 그가 ‘미투 운동’을 언급한 과거 발언과 행적들을 보면 과연 ‘그는 누구인가’ 되뇌어보지  않을 수가 없다.

안 지사의 성폭행 혐의가 알려진 5일, 안 지사는 공교롭게도 '미투(me-too)' 운동을 독려했다. 그는 당시 충남도청 문예회관에서 열린 '3월 행복한 직원 만남의 날' 행사에서 "미투 운동을 통해 '인권 실현'이라는 민주주의 마지막 과제에 우리 사회 모두가 동참해 달라"며 "지난 3년 간 충남도는 인권도정이라는 관점에서 일체의 희롱이나 폭력, 인권 유린을 막아내는 일에 노력해 왔다"고 강조했다.

또 안 지사가 지난해 7월 스위스 출장 이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도 다시 부각됐다. 앞서 김지은 비서는 스위스·러시아 등 해외 출장과 서울 일정 등 외부의 시선이 적은 곳에서 성폭행이 있었다고 밝혔다. 안 지사는 당시 '스위스 제네바에 다녀왔습니다.'라는 글을 통해 "인권에 대한 개념을 재정립했다", "이제 인권의 개념을 확정해야 한다. 존중하고 보호받는 인권을 넘어 인간 권리의 목록들을 증진하고 넓혀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지사가 지난 대선 경선 당시 "아내 덕에 페미니즘 공부를 합니다"라고 밝혔던 것도 마찬가지다. 안 지사는 당시 ‘프레시안’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부인은) 가장 든든한 조언자이자 카운슬러"라며 "몇 해 전부터 여성주의 책들을 읽으면서 공부하고 있지만, 남성 중심 사회에서 교육받고 생활해 온 탓에 아내를 통해 보는 세상의 반쪽 창이 더 소중하고 의미 있다"고 밝혔다.

그의 이 같은 발언이 재조명 되면서, 충남도청 내 '도지사가 추천하는 책' 코너에 페미니즘 문제를 다룬 책 <빨래하는 페미니즘>, <여자들은 자꾸 같은 질문을 받는다>가 비치된 사진이 다시 부각됐다.

이날 게시판에는 "소름이 돋는다", "자기 비서 인권이나 제대로 챙기시라" 등 비판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안 전 충남도지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밝힌 김지은 씨는 6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검을 찾아 안 전 지사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 김 씨 측이 제출한 고소 사유는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과 '위계 등 간음' 혐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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