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 기자]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의원이 7일 오전 10시부터 약 14시간에 걸친 검찰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이 전 의원은 이 전 대통령의 측근들을 통해 대선자금·인사 청탁 등의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한 의혹을 받고 있다.  또 2011년 초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1억원을 수수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이 의원이 중견기업 대보그룹 및 ABC 상사의 수억 원대 불법자금 제공 의혹과 김소남 전 국회의원의 4억원대 공천 헌금 의혹 등에도 관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앞서 검찰은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압수수색해 그가 2007년 10월 이 전 의원에게 8억원을 건넸다는 취지의 메모 등을 확보했다. 

이번 소환은 이명박 전 대통령 소환을 7일 앞두고 이 전 의원의 불법 금품수수 의혹에 이 전 대통령이 관여했는지 규명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가운데 MB정부 시절 이상득 전 의원의 '위상'과 역할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명박 정권 출범 후 정치권에는 ‘만사형통’이란 말이 유행어로 회자됐다. 모든 일이 뜻대로 잘 이루어진다는 뜻의 이 사자성어는,‘萬事兄通’, 즉 모든 일이 형님을 통한다는 뜻으로 희화화되어 유행처럼 번졌다. 실제로 무슨 일이든 이상득 전 의원을 통해야 한다는 말이 정설로 받아들여졌다.

이 전 의원은 청와대와 국정원, 국세청 뿐만 아니라 민간기업 곳곳에서 자기의 사람들을 심어놓고 권력을 휘둘러댔다. 이 전 의원은 휘두른 권력만큼 여러 비리에 이름이 오르내렸지만 한 번도 수사를 받은 적이 없었다. 오죽하면‘만사형통’이란 말을 검찰만 모른다는 비아냥거림까지 나왔었다.

이 전 의원은 자신의 보좌관이 SLS그룹 측으로부터 7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면서 검찰의 칼끝이 자신을 향하자 4·11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사실상 정계에서 은퇴했다. 불출마 카드로 버티기에 들어갔으나 결국‘저축은행 게이트’덫에 걸려 검찰 포토라인에 까지 서게 됐다. 일본에 나라의 국방 정보를 팔아먹으려는 이명박 대통령과 온갖 비리에 연루되어 검찰 수사를 받게 된 이상득 형제. 두 사람을 두고서 그야말로 역대 최악의 막가파 정치란 말이 나오고 있으며, 이 전 의원의 검찰 수사는 그 화룡점정이나 다름없었다.    

"이명박 밀실인사도 이상득 작품"

이상득의  위세는 밀실인사에서 더욱 '만사형통'의 위력을 발했다.

2011년 재미언론인 안치용씨가 위키리크스를 통해 확보한 외교전문에 따르면 스티븐스 주한미대사는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지 1년도 되지 않은 2009년 1월 7일자 전문을 통해 주한미국대사관 정치담당인 함성득 교수, 김형준 명지대 교수 등과 면담한 내용을 미국무부에 상세하게 보고했다.

함 교수는 2009년 1월 6일 주한미국대사관 정치담당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정치는 인맥”이라며 자신이 알고 있는 사례들을 열거한 것으로 돼 있다.  

함 교수에 따르면 유명환 전 외무부 장관이 이명박 정부의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것은 이 대통령이 선거법위반으로 국회의원직에서 물러나 조지워싱턴 대학에 다니면서 워싱턴DC에 머물던 지난 1998년부터 이듬해까지 유씨가 MB를 돌봐줬기 때문이다.

반면 선거 기간 동안 외교정책자문에 핵심역할을 했던 현인택 고려대 교수는 아무런 자리도 얻지 못했는데, 이는 이 대통령의 신임이 돈독한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과 이재오 전 특임 장관의 환심을 사지 못했기 때문이다.

함 교수는 또 이태식 당시 주미대사와 관련해서는 “이 대사가 노무현 대통령에 의해 주미대사에 임명된 것은 이 대사의 아들이 노사모 초기회원이었기 때문”이라며 “이 대사가 이명박 정권 들어서도 예상보다 오래 주미대사직을 유지한 것은 정몽준 의원의 환심을 얻은 다음 이재오 의원의 환심을 얻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 대사가 이 대통령과 한 가문인 경주이씨인 것도 도움이 됐다”고 주장했다. 이태식 주미대사는 노무현 정권에 임명돼 교체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MB정권 출범 1년여 뒤인 2009년 3월까지 주미대사직을 수행했다.

함 교수와 김형준 교수는 “이 대통령이 요직에 지명한 모든 인사들은 나이 든 사람들”이라며 “그 이유는 이 대통령과 그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이 동년배들을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따라서 참모들의 생각은 역동적이지 못해 이 대통령은 참모 조언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특히 박희태 당시 한나라당 원내대표(현 국회의장)에 대해 “70대의 박희태 의원은 너무 늙어서 현안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으며 박 의원은 은퇴준비나 할뿐”이라고 힐난한 것으로 돼 있다.    

이상득의  ‘라틴 커넥션’ 의혹

MB는 자신의 친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을 대통령 특사로 임명해  그동안 중남미 지역을 집중 공략해왔다. 지난 2009년 이래 한국은 페루, 볼리비아, 에콰도르 지역에서의 적극적인 외교활동으로 전기자동차, 전자제품 등 미래 산업의 핵심소재인 리튬, 구리 등을 다량 확보했다.

지난달 28일 MBC는 이명박 정부 시절 포스코가 1800억원에 가까운 돈을 날린 것과 관련해 남미자회사 회계 장부조작 의혹의 중심에 MB와 그의 형 이상득 전 의원이 그 배후로 의심했다. 동일한 회사의 재무상황이 수백억 원이나 차이가 나고 손실 감추려 의도적으로 회계장부를 조작했다는 것이다.

MBC에 따르면, 산토스CMI는 적자를 거듭했고 포스코는 결국 지난해 이 회사를 인수금의 8분의 1도 안 되는 단 68억원에 원소유자에게 되팔았다. 6년 만에 700억원이 넘는 손해를 본 것이다.

뿐만 아니라 포스코가 산토스CMI를 살 때 지불한 800억원엔 ‘EPC에쿼티스’라는 회사를 함께 인수하면서 든 비용 550억원이 포함돼 있었는데 영국에 주소를 둔 EPC에쿼티스는 페이퍼 컴퍼니, 즉 유령회사였다는 것이다.

결국 MB형제는 재임시절 무소불위의 권력을 이용해 인사전횡은 물론 퇴임후 '보험용' 사업까지 챙기는 치밀함을 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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