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희 기자]자신의 수행비서를 수차례 성폭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8일 오후 3시에 충남도청에서 열 예정이던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전격 취소해 그 이유에 대해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안 전 지사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검찰에 출석하기 전에 국민 여러분, 충남도민 여러분 앞에서 머리 숙여 사죄드리고자 하였습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모든 분들이 신속한 검찰수사를 촉구하는 상황에서,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검찰에 출석하여 수사에 성실하게 협조하는 것이 국민 앞에 속죄 드리는 우선적 의무라는 판단에 따라 기자회견을 취소하기로 하였습니다"라고 취소 배경을 밝혔다.

안 전 지사는 "거듭 사죄드립니다"라며 "그리고 검찰은 한시라도 빨리 저를 소환해주십시오. 성실하게 임하겠습니다"라고 고개숙였다.

그렇다면 왜 당초 약속한 입장발표를 취소했을까

▲ 충남도청 한준섭 공보관이 8일 오후 충남 홍성군 도청 기자회견장에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비서관으로 부터 온 기자회견 취소 문자를 보여주고 있다.
기자회견 취소에 대해 남궁영 충남지사 권한대행은 “7일 밤 추가 성폭행 보도로 여론이 크게 악화한 게 부담이 됐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자회견이 취소될 수도 있다는 관측은 7일 밤 나왔다. 안 전 지사가 김지은 비서 외에 자신이 만든 싱크탱크인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 연구원도 1년여 동안 지속적으로 여러 차례 성추행과 성폭행을 당했다는 보도에 여론이 크게 악화했기 때문이다.

또 검찰 출석 운운한 것은 성폭행 논란과 관련해 법정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기자회견에서 하는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법정에서 유무죄를 가리는 증거로 사용될 수 있어 의도적으로 기자회견을 취소했다는 얘기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로써 안 전 지사는 피해자에게 직접 사죄할 기회도, 도민에게 고개 숙일 기회도 모두 잃게 됐다.

한편 안 전 지사는 지난 5일 김지은씨의 성폭행 폭로 보도가 나가자 다음날인 6일 새벽 12시50분께 페이스북에 피해자에 대한 사과, 정치활동 중단, 지사직 사퇴를 밝힌데 이어 이날 오전 지인을 통해 충남도의회에 사퇴서를 제출한 뒤 또 다시 잠적하는 추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추가 폭로자가 나오자 시간을 벌고 검찰 조사 대응 계획을 세우겠다는 거냐", "애초부터 기자회견이 아니라 검찰 조사를 받는게 맞았다", "검찰 조사는 조사고, 그동안 지지한 사람들의 실망감을 생각해서 직접 사과는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기자회견장에서 '#me too' 손팻말을 들고 침묵시위를 하기로 했던 여성단체도 안 전 지사를 강도 높게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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