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공 응시하는 안희정
[신소희 기자]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성폭행 혐의가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안 전 지사의 정무비서였던 김지은씨가 지난 5일 JTBC 뉴스룸에 직접 출연해 안 전 지사로부터 4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것인데요. 안 전 지사는 이튿날 도지사직 사표를 냈고, 이 사표는 바로 수리됐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안희정 전 충남지사로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추가로 폭로한 여성이 이번 주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하기로 했다. 김지은 씨의 진술 내용을 분석 중인 검찰은 조만간 안 전 지사를 재소환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안 전 지사가 이 문제로 법정에 서게 될까? 법정에 선다면 그는 어떤 혐의로, 어떤 죄를 적용받을까?

시사플러스에서 네이버 법률N미디어 이창명 에디터인 박영규 변호사의 글을 인용해 향후 재판의 쟁점을 정리했다.

먼저 일부에서는 안 전 지사 행위에 대해 성폭행이 아니라 '강간' 같은 법적용어를 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안 전 지사 행위를 '강간'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법조계의 시각이다.

강간을 규정한 형법의 관련 법조문을 보면 형법 제297조(강간)에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돼 있다.
 
1. 안희정, '강간'보다는 '업무상위력에 의한 간음' 혐의 높아

이처럼 강간은 폭행이나 협박을 대전제로 한다. 처벌규정도 벌금형은 없고, 범행이 인정되면 3년 이상 징역형에 처할 정도로 성폭력 범행 중 가장 높은 수준의 처벌이 내려진다.

하지만 안 전 지사의 행위에 폭행은 없었던 것으로 보이고, 김씨의 폭로 내용으로만 보면 위협을 가하는 발언이나 협박도 아직까지는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따라서 안 전 지사에게 무턱대고 강간 혐의를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현재 정황을 종합해보면 안 전 지사에게는 '업무상위력 등에 의한 간음'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이 가장 유력하다. 

형법 제303조(업무상위력 등에 의한 간음)

①업무, 고용 기타 관계로 인하여 자기의 보호 또는 감독을 받는 사람에 대하여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간음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 혐의의 전제는 업무나 고용 관계가 성립하고, 피해자가 가해자의 감독을 받을 경우에 해당한다. 안 전 지사와 김씨의 관계도 바로 이런 관계였다. 이처럼 '업무상위력 등에 의한 간음'은 강간보다는 처벌 수위가 낮고, 벌금형도 존재한다.

2. 사회적 지위나 권세 이용하면 '위력'에 의한 간음

이 죄에서 특히 주의 깊게 봐야할 것이 바로 '위력'의 의미입니다. 대법원 판례를 살펴보면 "'위력'이라 함은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세력을 말하고, 유형적이든 무형적이든 묻지 않으므로 폭행이나 협박뿐 아니라 행위자의 사회적·경제적·정치적인 지위나 권세를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위력으로써' 간음 또는 추행한 것인지 여부는 행사한 유형력의 내용과 정도 내지 이용한 행위자의 지위나 권세의 종류, 피해자의 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이전부터의 관계,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범행 당시의 정황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8. 7. 24. 선고 2008도4069 판결)

그러니까 '위력'이란 업무상 권위나 지위가 높음을 이용해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힘을 말한다. 특히 대법원은 가해자가 피해자의 저항을 제압할 물리적 힘을 쓰지 않았다고 해도 '위력'을 이용했다고 판시해 사회적·경제적·정치적 지위나 권세를 이용하는 것도 위력에 의한 간음이 될 수 있다. (대법원 1998. 1. 23. 선고 97도2506 판결)
  
이 위력에 의한 간음은 때에 따라 가중처벌 되기도 한다. 의사결정 능력이 부족한 13세 미만의 미성년자를 위력을 이용해 간음한 경우가 그렇다. 이런 사건은 형법이 아닌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적용돼 가중처벌을 받는다(성폭법 제7조 제5항).

이전에 가수 고영욱 사건도 미성년자를 상대로 이뤄진 위력에 의한 간음 혐의가 인정됐다. 당시 대법원은 징역 2년 6월을 확정하고, 신상정보 5년 공개·고지와 3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을 명령했다. (구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7조)

3. '5년이하 징역' 처벌 가능, '진실공방' 만만치 않을 듯

이번 안 전 지사 사건은 비서인 김씨가 방송에서 쏟아낸 발언과 정황을 보면 안 전 지사의 혐의가 상당 부분 인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벌써부터 안 전 지사에게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이 낮지 않다고 관측하고 있다. 이는 5년이하 징역이나 1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는 범죄이다.

그러나 이런 위력에 의한 간음은 직접적 목격자의 증언을 기대하기가 어려우므로 피해자의 증언과 전후 제반증거를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 (대법원 1976. 2. 10. 선고 74도1519 판결)

따라서 앞으로 안 전 지사가 이 문제로 재판을 받는다고 가정할 경우 간음의 전후 상황과 피해자 증언들을 바탕으로 한 치열한 법적 다툼도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안 전 지사의 피해자에 대한 반성과 사과, 위자료 지급 같은 합의가 재판부 양형 사유에 중대한 영향을 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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