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중차대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틸러슨 장관<사진>의 해임을 트위터를 통해 일방적으로 통보해 파장을 낳고 있다. 대신 그 자리에 13일(현지시간) 마이크 폼페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신임 국무장관에 내정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대통령 승계서열 4위로, 내각에서는 부통령 다음, 우리로 치면 부총리 급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 한 방으로 국무장관을 해임시켰다.

틸러슨 장관은 이날 오후 2시 국무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오가 조금 지나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가 왔다"며 뒤늦게 경질 통보를 받았음을 시사했다. 그는 "설리반 국무부 부장관에게 국무장관의 모든 책임을 양도한다"며 "나의 국무장관 임무는 3월 31일 자정에 끝난다"고 사퇴를 공식 확정했다.

미 행정부 내 대표적 ‘대북 강경론자’인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장(CIA)이 후임으로 내정된 것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가 되기 전까지 압박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분석된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경질은 미국 외교안보팀에서 힘의 균형이 강경파 쪽으로 크게 기울었음을 의미한다. 트럼프 외교안보팀은 그동안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폼페이오 국장-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로 이어지는 ‘강경파’와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틸러슨 장관-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으로 이어지는 ‘신중파’가 팽팽한 힘의 균형을 이뤄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의 경쟁을 부추기며 외교 분야에서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행보를 보였다.

한편 폼페오 국장은 11일(현지시간) 미국 CBS 방송과 폭스뉴스에 출연해서는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낙관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정은 위원장이 약속한 4가지, 즉 ▲핵실험 중단, ▲미사일 발사 중단, ▲한미연합훈련 용인, ▲회담 의제로 비핵화 논의가 깨지지 않는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에 전적으로 준비된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단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의 만남에 적극적이기 때문에 그의 복심인 폼페오 국장이 정상회담 자체를 반대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또 평창올림픽을 전후해 CIA가 펜스-김여정 회담의 막후에서 북미 접촉을 주도하는 등 중심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정상회담을 앞두고 폼페오 국장이 국무장관으로 이동하는 것도 자연스럽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히려 더 강력하게 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할 여건이 마련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북미 정상회담이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하고 종결될 경우다. 회담이 실패할 경우 폼페오 장관 내정자를 비롯한 미국 내 대북 강경파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경고한 2단계, 즉 대북 군사행동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때문에 이번 틸러슨 장관의 경질과 폼페오 국장의 기용은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내부 불협화음을 차단하고 일사분란한 준비 작업을 시작하는 동시에, 북한이 진지하게 회담에 응하지 않으면 더 큰 부작용이 있을 것이라는 대북 경고로도 해석된다.

폼페이오 국장은 웨스트포인트(미 육군사관학교)를 수석 졸업한 후 기갑 장교로 걸프전쟁에 참전했다. 하버드대 로스쿨을 거쳐 변호사로 활동한 뒤 보수주의의 티파티 소속으로 캔자스주 하원에서 4선을 거뒀다. 지난해 1월 CIA 국장으로 발탁됐다.

폼페이오 후임으로 내정된 해스펠 CIA 부국장은 CIA에서 1985년부터 33년간 근무해온 정보부문 베테랑이다. 과거 테러리스트 심문 시 물고문 등 가혹한 수사기법을 사용했다는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CIA에서는 대표적 트럼프 라인으로 분류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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