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뇌물수수와 직권남용,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횡령·배임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15일 오전 피의자 조사를 마치고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김홍배 기자]110억원대의 뇌물수수와 실소유인 ‘다스’(DAS)를 통해 30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는 이명박(77) 전 대통령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후 논현동 자택으로 되돌아가기까지 만 하루에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그는 대통령을 퇴임한 후 1844일 만에 피의자 신분으로 국민 앞에 섰고 자신에게 씌워진 혐의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6시 25분쯤 21시간 이르는 검찰 조사와 이후 조서 열람과 검토를 마치고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에서 나왔다. 장시간 조사로 피곤한 모습의 이 전 대통령은 ‘다스는 본인 것이 아니란 입장은 변함 없나’ ‘뇌물 혐의 또한 전면 부인하나’ ‘국민에게 하고 싶은 말이 없나’ 등의 취재진 질문에 별다른 답변 없이 “수고하셨다”라고 짧게 말한 뒤 미리 준비한 차량에 몸을 싣고 청사를 빠져나갔다.

15일 검찰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조사에 앞서 수사 책임자인 한동훈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와 신봉수(48·사법연수원 29기) 첨단범죄수사1부·송경호(48·29기) 특수2부 부장검사와 10여 분 동안 티타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한 차장은 이 전 대통령에게 조사 취지와 방식 등에 대해 간단히 설명했다. 이 전 대통령은 검찰 측에 "편견 없이 조사해 달라"라고 말했다고 한다.

오전 9시50분께가 되서 본격적인 피의자 조사가 시작됐다. 검찰의 포문은 다스로 시작됐다. 선봉으로 신 부장검사가 나섰고, 이 전 대통령 측에서는 강훈(64·14기)·박명환(48·32기)·피영현(48·33기)·김병철(43·39기) 등 변호인단이 교대해 가며 이에 맞섰다.

출석한 지 약 4시간 만인 오후 1시11분께가 돼서야 조사가 잠시 중단됐다. 이 전 대통령은 점심식사를 검찰청사 인근 식당에서 배달된 설렁탕으로 해결했다. 이는 소화 용이 등을 고려해 사전에 미리 선정된 메뉴였다.

오전 조사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은 다스와 도곡동 땅 등 차명재산 소유 의혹과 관련해 "나와는 무관하다"라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혐의 전부를 부인하는 입장을 일관되게 주장했다고 한다. 이 전 대통령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며 실무진에게 책임을 떠넘겼다고 한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은 진술을 거부하는 등 묵비권 행사를 하지 않고,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본인의 입장을 충실히 설명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스 등 차명재산 소유 의혹 관련 조사는 약 7시간30분에 걸쳐 진행되고 나서야 종료됐다. 오후 5시20분께서부터 송 부장검사가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불법 수수 및 100억원대에 달하는 뇌물 혐의 조사를 시작했다.

이 전 대통령은 오후 7시께가 돼서 저녁식사 시간을 가졌다. 메뉴는 곰탕이었다. 점심·저녁 식사 시간 이외에도 이 전 대통령은 서너 차례 가량 조사실 옆에 마련된 휴게실에서 휴식을 취했다.

오후 7시50분께 재개된 조사는 약 4시간 뒤인 오후 11시55분께가 돼서야 종료됐다. 지난해 박근혜(66) 전 대통령보다 약 1시간 더 긴 시간이었다. 이 전 대통령은 조사 과정 내내 본인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이 전 대통령과 변호인단은 조서 검토를 시작했다. 검찰이 작성한 피의자 신문 조서를 살펴보고, 수정할 부분이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이다. 이 전 대통령 등은 6시간이나 조서 검토 작업을 가졌다.

15일 오전 5시22분께가 돼서야 조서 검토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이 전 대통령은 마지막까지 조서를 면밀히 살펴본 뒤 오전 5시42분께가 돼서 작업을 마치고, 귀가 준비를 시작했다.

이 전 대통령이 곧 청사를 나간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취재진과 경호처도 분주해졌다. 취재진들은 검찰 청사 앞에 모여 이 전 대통령의 모습을 기다렸고, 그 과정에서 경호처와의 실랑이도 있었다.

전날 조사서 자신의 입장을 직접 설명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던 이 전 대통령은 밤샘 조사가 이어지자 심신이 지쳤음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진다. 조사 도중 휴식을 취할 때도 힘들어 했다고 한다.

이 전 대통령은 오전 6시25분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검찰 청사 1층으로 내려왔다. 그는 지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경호원과 변호인단에 둘러싸여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취재진은 이 전 대통령이 미리 대기하고 있던 차량에 탑승하기 전 "심경 한 말씀 해 달라", "다스는 본인 게 아니라는 입장은 변함 없는가"라고 물었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은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고, 굳게 입을 닫았다.

이 전 대통령은 차에 막 올라타기 직전 뒤를 돌아본 뒤 취재진과 변호인, 검찰 직원들을 향해 "다들 수고하셨다"라고 짧게 말했다.

약 1년 전 박근혜(66·구속)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와 조서 열람·검토를 합쳐 21시간 30분을 청사 안에서 머문 것보다 한시간 가량 일찍 청사를 빠져나갔다.

한편 검찰은 이 전 대통령 혐의가 무거운 데다 범행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르면 이번 주 안으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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