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역거부 선언 기자회견
최근 종교적인 신념을 이유로 병역 의무를 거부한 혐의로 기소된 여호와의 증인 신도에게 법원이 징역형을 선고했다.

2004년부터 현재까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무죄 판결이 모두 60여 건에 이른 가운데 유죄 판결도 잇따르고 있다. 국제앰네스티와 민변 등 시민사회단체는 양심의 자유와 실정법상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에 대체복무제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이제 종교적 또는 양심적 병역거부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 오지 않았나 싶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사형제와 양심적 병역거부 등 8개 현안에 대하여 논쟁이 되고 있는 이슈에 대하여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또한 개헌안과 관련하여 핵심 쟁점인 권력구조 개편 외에 ‘사형제 폐지’ ‘양심적 병역 거부 허용’ ‘국민소환권 신설’ 등 세부 쟁점마다 여야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서 합의안 도출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양심적 병역 거부권을 헌법에 포함하는 문제에 있어서도 여야의 입장 차이가 크다고 한다. 양심적 병역 거부권의 신설을 당론으로 결정한 정당은 정의당 뿐이지만 문재인 대통령 또한 지난 대선에서 공약 사항이었다는 점에서 민주당은 긍정적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국가 마다 헌법에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기본권의 하나로 보장하여 입법한 국가들도 많다. 양심적 병역거부권은 시민의 수준에서 평화주의를 관철하려는 법적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 적지 않은 국가들이 헌법 또는 법률로써 「누구든지 그 종교적 또는 양심적 신념에 반할 때에는 군복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거부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잠깐 각국의 입법을 살펴보면, 최초의 입법례는 미국의 1861년~1865년에 걸친 남북전쟁 당시 북부연방과 남부연방이 처음으로 징병제를 채택하면서 몇몇 주가 특정종파에 대하여 종교적 반전권을 인정하였다. 미국이 연방정부수준에서 병역거부권을 인정한 것은 제 1차 세계대전 당시인 1916년 비로소 징병제를 채택했을 때의 일이다.

그 후 1948년 「일반군사훈련 및 병역에 관한 법률( The Universal Military Training and Servise Act」제6조 J항에서 종교적 교육과 신념을 이유로 모든 형태의 전쟁에 참가하는 것을 양심적으로 반대하는 사람은 군대에서 전투훈련이나 전쟁에 참가하는 것을 요구당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에도 제1차 대전이래(1916년) 종교적 이유뿐만 아니라 일부 정치적 동기에 의한 병역거부권도 인정되어 있다. 스웨던과 노르웨이는 1902년 이래, 덴마크는 1917년 이래, 핀란드는 1931년 이래 벨기에는 1964년 이래, 록셈부르크는 1963년 이래 전면적 또는 부분적 양심적 반전권을 인정하고 있다.

오스트리아는 1955년 이래 개인적인 정당방위나 긴급원조의 경우 이외에 다른 사람에 대한 무기의 사용을 거부하고 중대하고 확실한 양심적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병역거부권을 인정하고 있다. 이에 반하여 프랑스는 법률로써 병역거부가 인정되기 까지 격렬한 논쟁이 있었으나 1963년부터 모든 경우에 무기사용을 거부하는 종교적.양심적 신념을 이유로 하는 병역거부가 인정되었다.

브라질이 1891년 이래, 파라과이는 1921년 이래,멕시코가 1940년 이래, 남아프리카가 1912년 이래, 호주가 1903년 이래,뉴질랜드가 1912년 이래 종교적 또는 양심적 자유에 의한 병역거부권을 인정하고 있으며, 이스라엘의 경우 1949년 이래 여성에 한하여 양심적 또는 종교적 이유에 의한 병역거부를 인정하고 있다.

한편,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nternational Covenant on Civil and Political Rights, ICCPR) 제18조는 "모든 사람은 사상, 양심 및 종교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

이러한 권리는 스스로 선택하는 종교나 신념을 가지거나 받아들일 자유와 단독으로 또는 다른 사람과 공동으로, 공적 또는 사적으로 예배,의식, 행사 및 선교에 의하여 그의 종교나 신념을 표명하는 자유를 포함한다(제1항) 어느 누구도 스스로 선택한 종교나 신념을 가지거나 받아들일 자유를 침해하게 될 강제를 받지 아니한다.(제2항) 자신의 종교나 신념을 표명하는 자유는 법률에 규정되고 공공의 안전,질서,공중보건,도덕 또는 타인의 기본적 권리와 자유를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만 제한 받을 수 있다.(제3항)라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0년 3월에 상기의 국제규약에 가입함으로써 자유권규약위원회(Human Rights Committee)가 위반 여부를 심사할 권한을 갖고 있으며, 그 위반사실이 인정될 경우 구제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을 하였다.

현재 우리나라는 종교적인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자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판사에 따라 무죄 또는 유죄의 다른 판결을 하고 있다. 우선 헌법 제39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제1항) 라고 규정하고, 병역법 제88조는 현역입영 또는 소집 통지서(모집에 의한 입영 통지서를 포함한다)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일이나 소집일로부터 다음 각 호의 기간이 지나도 소집에 응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이하 중략(제1항)라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헌법 제6조는 헌법에 의하여 체결 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제1항) 헌법 제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그리고 헌법 제19조는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 헌법 제37조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헌법에 열거하지 아니한 이유로 경시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무죄를 선고하는 판사는 헌법 제6조, 헌법제10조, 헌법 제19조, 헌법 제20조 및 헌법 제37조와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을 주요 법적 근거로 판결하고 있으나 유죄를 선고하는 판사는 헌법 제39조의 제1항과 병역법을 주요 법적 근거로 판결하고 있으며 남북대치 상황이라는 것 또한 판결의 고려대상으로 보인다.

법원의 이러한 유.무죄의 다른 판결은 바람직해 보이지도 않으며 논란만 야기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주요 선진국들이 종교적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입법으로 규정하여 인정하고 있으며 , ICCPR 국제규약 또한 인정하고 있다. 법은 시대상황에 따라 변화해야 하고 기본권을 강화해가는 방향으로 발전해가는 것이 옳은 방향이다.

종교적 또는 양심적 병역거부로 인해 전과자가 되고 구치소나 교도소에서 젊은 청춘을 허송세월해야 하는 현상이 과연 올바른 사회인지 의문이다. 그들에게 다른 영역에서 국가를 위한 충성과 봉사를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법률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좀더 성숙한 사회가 아닐까 한다.

우리 사회는 이미 국방의무에 대한 대체 복무제도를 도입하여 시행하고 있기에 종교적 또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하여 대체복무제도를 적극적으로 검토하여 헌법에 규정하자는 것이다.

<김세래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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