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 출석한 이윤택
[신소희 기자]"유체이탈 화법에 놀라 더 이상 그자리에 있을 수 없었다"

배우 김지현 씨가 지난달 19일 이윤택의 기자회견을 지켜보며 한 말이다.

극단원들에게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의혹이 제기된 연극연출가 이윤택(66)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17일 경찰에 출하면서도 김씨의 지적처럼 겉과 다른 속내를 드러냈다.

이날 오전 서울지방경찰청에 출석한 이 전 감독은 기자들의 질문에 "피해자들에 진심으로 사죄한다.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면서도 피해자가 몇명인지 아느냐는 질문에  "잘 기억 안 난다, 누가 고소했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성폭행에 대해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는 질문에도 옅은 웃음을 보이며 "사실 여부는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며 같은 즉답을 피했다. 

또 사전에 연습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에 대해선 "왜곡이었다"며 "연습이라기 보다는 우리가 어떤 일을 할 때 테크니컬하게 준비를 하는데 이 준비과정을 리허설이다. 연습이라고 왜곡되게 말하는 것 같다"고 세간의 의혹을 부인했다.
  
지난달 19일 연 기자회견에서 "피해당사자 분들께 죄송하다. 그분들의 상처를 위로할 수 있다면 그 어떤 벌도 달게 받겠다"며 고개를 숙여 사과한 것과는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앞서 이 전 감독은 성폭력 고발이 이어지자 지난달 19일 서울 명륜동 30스튜디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추행 사실은 인정하지만, 성폭행은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기자회견 직후 연희단거리패 단원 오동식이 "이윤택이 기자회견 리허설을 하자고 했다"며 기자회견이 연기와 연출로 이뤄진 것이라는 내부 폭로가 이어지며 논란에 불을 지폈다.

한편 경찰은 이씨를 상대로 성폭행·성추행 여부, 극단원들에게 상습적으로 성폭력을 가하면서 위력이나 협박·폭력을 행사했는지 여부 등을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앞서 김씨 등 피해자 16명은 성폭력 피해를 주장하며 변호사 101명으로 구성된 '이윤택 사건 피해자 공동변호인단'을 통해 지난달 28일 서울중앙지검에 이씨를 고소했다.

경찰은 검찰의 수사지휘를 통해 지난 5일 법무부에 이씨에 대한 긴급출국금지를 신청하고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경찰은 지난 11일 이씨가 거주하고 있는 서울 종로구 자택과 경남 밀양연극촌 연희단거리패 본부, 경남 김해 도요연극스튜디오, 서울 종로구 30스튜디오 등 4곳을 압수수색하고 휴대전화 등을 확보했다. 이씨는 지난 5일 긴급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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