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 기자]4월 말 열리는 남북정상회담과 5월에 예정된 북미정상회담. 청와대가 이 기간 사이에 한미 또 한일 정상회담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이 한달여 간 숨가쁜 국제외교전이 펼쳐지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6일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면, 이어서 개최될 북미정상회담이 성공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잘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다수의 언론은 벌써부터 '한반도의 봄'이 올 것인가라는 제하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하지만 보수 언론은 문재인 정부 대북특사단이 내놓은 언론 발표문  제3항의 ‘한반도 비핵화’에는 심각한 속임수(cheating · trick)가 숨어 있다고 지적한다.

김정은이 말하는 (한반도) 비핵화’는 결코 ‘북한의 비핵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 핵개발·핵보유의 모든 책임을 미국에 떠넘기면서, 종국적으로 미-북 간 평화협정 ⇒ 미군 철수 ⇒ 미북 수교로 가려는 매우 포괄적이며 전략전술적인 속임수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한반도 비핵화의 진실은 무엇인가? 왜 북한은 핵미사일을 개발하면서 미국과 치킨게임을 벌이는 듯하다가 왜 갑자기 평화협상 국면으로 급선회 하였나?

김정은의 속마음을 들여다 보기 전에는 정확히 알 수 없겠으나 관련 정황들을 참고하여 그 배경을 추론해 보는 것은 가능하다.

작년 7월4일 북한은 화성14형 ICBM 1차 시험발사에 이어 7월28일 2차 시험발사에 성공하고 미국전역이 사정권 안에 들어왔다고 기염을 토했다. 이것이 김정은의 최대 실수로 보인다. 결코 건너서는 안될 금단의 강을 건넌 것이다.

핵은 약소국의 자주국방을 위해 가성비가 매우 높은 매력적인 무기이다. 2012년 국방부의 비공식 자료에 의하면 북한은 총 12-15억불을 들여 핵무기를 개발하여 언필칭 자주국방을 이룬 셈이다. 김정은은 여기에 머물지 않고 ICBM이란 달콤한 유혹에 빠져 결국 미국의 역린을 건드리고 말았다.

북한은 미국의 전략적 인내덕으로 한국과 일본을 전략적으로 제압할 수 있는 핵무기 개발을 할 수 있었다.

이란 이라크에 대해서는 핵개발 혐의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최고의 경제 군사 제제를 가한데 비해 북한은 핵폭파 실험을 한 현행범임에도 유연한 제제 이상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러던 미국이 북한의 ICBM 발사이후 태도가 달라졌다. 경제제제를 최고단계로 높이고 군사옵션 문제를 거론하기 시작했다.

트럼프가 부시 오바마 정부때 백악관과 행정부 책임자의 입에서 쉽게 들어볼 수 없었던 군사 옵션 문제가 빈번하게 들고 나온 것이다.

세계질서의 리더인 미국은 핵폭파 실험을 감행한 국가에 대해서 확산저지 의지만 있다면 하시라도 군사옵션을 동원할 수 있음에도 인내해 왔다. 그런데 북한의 ICBM 발사로 미국의 전략적 인내의 명분도 실익도 사라져 버린 셈이다.

김정은은 금단의 벽을 넘고 나서야 비로소 이런 사실을 깨달은 것으로 보인다. 핵개발 단계에서는 '서울 불바다' 등 벼랑끝 전술로 맞설 수 있었으나 ICBM 을 발사하고 나서는 군사옵션에 대응할 카드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급기야 서둘러서 금단의 강을 다시 건너오기로 작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

가히 세기의 회군이라 할만 하다. 그것은 전격적이었으며 한국과 미국의 허를 찌르는 일대 사건이 아닐 수 없었다. 평창 올림픽이 회군의 나팔을 불 절호의 기회라 여기고 한국에 손을 내밀었으며 문대통령은 김정은의 처지를 간파하고 기꺼히 그리고 따뜻하게 손을 잡아 줌으로써 전대미문의 앙상블이 펼쳐지고 있다.

문대통령이 "기적같은 기회"라고 표현한 점에서 사태의 성격을 가늠해 볼 수도 있다. 여기에서 김정은은 회군의 징표로 비핵화 카드를 내밀어 한국에는 평화의 약속을 트럼프에게는 자존심과 명예를 안겨준 것으로 보인다.

바야흐로 비핵화는 시작됐다.

우리는 비핵화를 핵폐기의 프로세스로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조건부 비핵화라는 점 때문에 비핵화의 경우의 수가 여러가지가 될 수 있으며 과정의 도처에 디테일의 악마가 숨어 있다는 것이다.

협상과정에서 북한의 속내와 미국의 패권주의 등이 개입될 소지가 다분하며 심지어 핵폐기인지 핵보유인지 구분이 안되는 비핵화도 있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어떤 형태의 비핵화를 이끌어 내느냐다.

바로 이제부터가 시작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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