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혜 기자]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운동을 통해 성폭력 의혹이 제기된 유명인 가운데 첫 번째 사법처리 대상자가 나왔다.

경찰이 18년 동안 극단원 17명에게 상습적으로 성폭력을 벌인 의혹을 받는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 감독 이윤택씨(66)에 대해 21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성폭력범죄특별수사대는 상습강제추행 등 혐의로 이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이날 오후 신청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구속영장 신청 이유는 상습성이 있어 중죄이고 도주 우려나 피해자 회유 등 증거인멸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는 극단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을 맡고 있던 1999년부터 2016년 6월까지 극단원 17명을 상대로 성추행 및 성폭행 등을 상습적으로 저지른 혐의를 받는다.

이 가운데 공소시효 만료에 해당하지 않고 상습범 적용이 가능해 실제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는 2010년 4월15일부터 2016년 6월까지 피해건수는 피해자 8명으로부터 나온 24건이다.

경찰은 상당수의 성폭력 행위들이 친고죄가 폐지된 2013년 이전에 발생했고, 특히 성폭행은 상습죄 조항이 만들어지기 이전에 발생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성폭행 혐의는 적용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다만 경찰은 양형이나 증거관계, 상습성의 당위성을 알리기 위해 17명의 피해자로부터 나온 62건의 사례 모두를 영장에 적시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2차례에 걸친 경찰 조사에서 대체로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일부 혐의에 대해서는 "발성연습 등 연기 지도차원에서 한 행위", "기억이 나지 않지만 피해자가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부인하는 취지로 진술했다.

아울러 경찰은 이 씨의 행위를 조력한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극단 압수수색 등 수사를 진행했으나 관련 증거는 찾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씨의 성폭력을 방조하거나 도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던 김소희 씨(48·여)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으나 관련한 혐의는 찾지 못했다.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이 검찰의 검토를 거쳐 청구되면 이 전 감독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구속전피의자심문)는 이번 주 후반이나 다음 주 초께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들이 더 용기를 내주면 의혹 단계, 사실관계 있는 것들도 조사가 가능하다"며 "미투 운동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면 많은 분들이 용기를 냈으면 한다"고 적극적인 제보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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