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전직 대통령으로 헌정사상 네번째로 구속된 이명박 전 대통령의 표정은 만감이 교차하는 착잡한 모습이었다.

검사들과 함께 차고의 셔터 문을 열고 나와 맨 앞에 서 있던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51) 등 측근 3명과 악수를 하고 손을 흔든 후 곧바로 K7 검찰 관용 차량에 몸을 실었다.

이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71)는 대문 밖으로 나오지는 않았다. 하지만 자택 안에서 마지막 배웅을 하면서 이 전 대통령을 껴안고 펑펑 눈물을 흘렸다고 측근들이 전했다. 이 전 대통령의 아들 시형 씨(40)와 사위, 딸 등도 모두 울었다고 한다. 이 전 대통령은 “전부 다 열심히 일한 사람들인데 나 때문에 불명예스럽게 된 거 같아 미안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 1시간 만에 집행했다. 이 전 대통령은 자택 앞에서 별다른 입장 표명없이 호송차에 몸을 실었다.

그는 자택 앞에 모인 측근들에게 악수를 청했다. 옅은 미소를 띄고 가족들에게 손을 흔들기도 했다. 유일무이한 '샐러리맨 신화'를 쓰고 서울시장을 거쳐 대한민국 제17대 대통령까지 역임한 지 5년 만에 벌어진 상황이다. 피의자 신분으로 구치소로 향하는 마지막 모습이었다.

서울 논현동 자택에서 나와 이 전 대통령이 모습을 드러낸 것은 23일 0시1분께였다.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가 결정된 지 약 50분이 지난 뒤였다. 후송 차량이 도착한 것은 지난 22일 오후 11시54분, 채 5분도 걸리지 않아 영장을 집행된 것이다.

후송 차량이 도착하고 난 뒤 잠시 후 20여 명의 측근들이 자택에서 나왔다. 지지자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1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 때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흰색 와이셔츠에 회색빛 넥타이를 메고 남색 외투를 걸친 이 전 대통령의 표정은 덤덤했다. 서면심사를 하기로 결정된 전날 오전 9시께부터 15시간 가깝게 자택 밖으로 모습을 보이지 않았지만 마음의 준비를 한 듯 피곤한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대문을 나선 이 전 대통령은 자택 앞에 대기 중이던 호송 차량 옆쪽에 있던 측근 20여 명 중 3~4명에게 옅은 미소를 띈 채 악수를 건넸다. 통제 구역 밖에서 몇몇 시민이 '구속하라' '구치소 가라'는 외침에도 아무런 동요도 없었다.

이 전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한 말씀 해 달라', '심경이 어떤가', '정치보복이라 생각하냐'는 등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은 채 가족들을 향해 한 차례 손을 흔들고는 차량에 탑승했다. 23일 0시2분이었다.

이 전 대통령의 입장은 구속영장이 발부되자마자 페이스북을 통해 전달됐다. 이 전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친필로 쓴 편지를 올리고 "바라건대 언젠가 나의 참모습을 되찾고 할 말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며 "나는 그래도 대한민국을 위해 기도할 것"이라고 심경을 밝혔다.

취재진이 두줄로 나뉘어 확보한 차로 사이로 이 전 대통령을 태운 차량은 논현동 자택을 빠져나갔다. 이 전 대통령이 떠난 논현동 자택에는 취재진만 남은 채 고요함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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