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110억원대 뇌물수수와 350억원 비자금 등 혐의로 구속된 이명박(77) 전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검찰의 구치소 방문조사를 거부했다. 다만 재판까지 거부할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의 변호인인 강훈 변호사는 26일 서울 대치동 '법무법인 열림'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오전 접견에서 이 전 대통령이 의논 끝에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겠다고 말씀하셨다"며 "방금 검찰에 이런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강 변호사는 "전직 대통령으로서 법을 준수하는 차원에서 지난 검찰의 소환조사에 응한 것"이라며 "대통령께서는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물을 것을 여러 차례 천명했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구속 후에도 검찰은 함께 일한 비서진을 비롯해 주변 사람을 끊임없이 불러 조사하고 있고, 일방적인 피의사실도 무차별적으로 공개하고 있다"고 검찰을 비판했다.

강 변호사는 "이런 상황에서 공정한 수사를 기대하는 것은 무망하고, 검찰의 추가조사에 응하는 것도 무의미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이 전 대통령의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강 변호사는 "검찰 조사를 다 거부한다는 뜻"이라며 "다만 (재판 거부)까지는 생각 안했고, 재판은 당연히 와 주실 것으로(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검찰은 이 전 대통령 측의 조사불응 입장에도 예정대로 구치소 방문을 강행하기로 했다.

검찰은 이날 오후 2시 이 전 대통령이 구속된 서울동부구치소로 신봉수(48·사법연수원 29기)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장을 비롯한 검사와 수사관들을 보내 첫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일부 검찰 실무진은 오전에 먼저 동부구치소로 넘어가 준비 작업도 진행했다.

검찰은 일단 예정대로 구치소로 찾아가 이 전 대통령을 상대로 조사에 응하도록 설득할 방침이다. 검찰 한 관계자는 "정치적인 이슈도 아니고 재산 범죄인데, 왜 조사 거부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구속 기간을 한 차례 연장하면 내달 10일까지인 기한 내에 충분한 조사를 거쳐야 하는 검찰은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편 이날 검찰은 말맞추기 등 증거 인멸을 우려해 이상은·상득 형제와 이 전 대통령이 만나지 못하도록 조치했다. 검찰은 앞서 최순실씨 등을 상대로 이 같은 조치를 취한 바 있다.

하지만 이날 이 전 대통령 측이 공개적으로 불응 의사를 밝힘에 따라, 검찰 조사는 무산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