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 기자]"의료를 멈춰서라도 의료를 살리겠다", "의료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투쟁에 모든 것을 바치겠다'", "감옥에 갈 준비까지 돼 있다'"

의료계 사회에서 ‘비주류’로 통했던 최대집 전국의사총연합 대표가 ‘문재인 케어 저지’라는 의사들의 바닥민심에 힘입어 제40대 대한의사협회장 선거에서 내건 케치프레이즈다.

최 당선인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태극기 집회에 참여하는가 하면 2015년 11월14일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사망한 고 백남기 농민의 사인을 두고는 '빨간 우의 타격설'을 주장했다. 그는 그동안 ‘자유통일해방군’이나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와 같은 극우 보수단체에서 공동대표를 맡아 활동해왔다. 벌써부터 의료계에서는 '초강성'으로 잘 알려진 최 후보의 당선으로 '의료인 총파업' 에 파란불이 켜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는 시도의사회나 개원의사회 등에서 활동을 하진 않았지만, 의사들의 강경파 조직인 전공의사총연합에서 2016년 12월부터 대표를 맡아왔다. 지난해부터는 추무진 당시 의협회장의 불신임을 추진하기도 했다. 지난해 9월 의사협회 임시총회에서 불신임안이 부결됐을 때 최 당선인은 임시총회장의 사회자 단상에 이마를 수차례 찧는 과격한 행동을 하기도 했다.

의료계 일부에선 그를 워싱턴 주류 정치계로부터 '아웃사이더'로 취급받던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것에 빗대기도 한다. 말과 행동이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도 비슷하다는 것이다.

이런 최 당선인이 의사들에게 각인된 계기는 ‘문재인 케어’에 반대하는 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의 투쟁분과위원장을 맡으면서부터다. 지난해 12월10일 비상대책위는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의사총궐기대회를 열어 3만명(주최 쪽 추산)이 모인 바 있다. 정부는 지난해 8월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 환자가 100% 부담하는 비급여 진료를 없애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덜겠다고 밝혔지만, 의사들은 건강보험 진료의 원가 보상이 선행돼야 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의사들 상당수는 “(문재인 케어에 따른) 충격이 2000년 의약분업과 맞먹는 수준”으로 본다. 의사협회 간부였던 한 의사는 “건강보험 진료는 가격이 정해져 있는데 원가에도 못 미친다. 정부나 건강보험 당국도 다 아는 이야기”라며 “상대적으로 가격 결정이나 진료비 심사에서 자유로운 비급여가 없어지는 데 대한 의사들의 불안감은 ‘의약분업’ 그 이상”이라고 말했다.

6명의 의협 회장 후보들이 모두 ‘문재인 케어’에 반대했는데도 최씨가 당선된 것은 그가 가장 강력한 대정부 투쟁을 할 것으로 기대됐기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다른 후보의 선거 유세를 도왔던 지역의사회 한 간부는 “2000년 의약분업 파업 때도 정부 대책을 가장 강하게 비판한 이들이 결국 의사협회장이 됐다”며 “최 당선인의 극우 활동을 오히려 강한 투쟁의 동력으로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의협을 상대로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이른바 '문재인 케어' 협상 중인 복지부는 최대집 후보 당선 소식이 전해지자 크게 당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계 총파업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 때문이다.

익명을 요고한 의료계 한 관계자는 "초강성인 최 후보가 당선되자 복지부가 크게 당황한 것으로 안다"며 "최 후보로 인해 의료계 총파업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졌기 때문에 복지부 셈법이 복잡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당선인은 “정부가 (건강보험)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를 강행하면 연내에 의사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주장해 왔다. 여론과 동떨어진 극우적 시각으로 정치투쟁을 일삼아온 그가 의협 회장에 당선되면서 의사들의 기득권 지키기 싸움이 강경 일변도로 전개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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