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 기자]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부산·경남(PK)지역 광역지방자치단체장 대진표가 일찌감치 확정되면서 여야 모두 이 지역에서 6월 지방선거의 승패를 좌우할 지역으로 보고 승리를 위해 사활을 건 모양새다. 가히  ‘낙동강 혈투'. ‘PK 목장의 결투’라 할 만하다.

◇ 경남

가장 관심을 꿀고 있는 지역은 경남,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자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김경수 의원이 민주당 후보로 출마를 선언하면서 승리에 대한 기대치가 커지고 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과의 가상 매치에서 김 의원은 여유 있게 앞서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민주당은 부산과 울산, 경남 이른바 부울경 선거를 원팀(One team)으로 묶어 집중력 있게 치르겠다며 일전을 다짐하고 있다. 한국당은 인물난에 어쩔수 없지 전·현직 시장과 도지사를 공천했지만 '우리가 남이가'라는 텃밭 민심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있다.

그간 PK를 텃밭으로 여기던 한국당 역시 이곳의 수성이 절박하다.

김태호 전 경남지사를 후보로 추대한 지난 5일 홍준표 대표는 "경남은 우리가 사수할 낙동강 전선 최후의 보루"라며 결연한 의지를 보이는 한편 "경남지사 선거는 전·현직 지사의 신임을 동시에 묻는 선거"라며 자신의 신임을 걸었다는 점도 강조했다. 홍 대표와 김 전 지사는 모두 경남지사를 지냈다.

"경남의 오랜 친구 올드보이 김태호"라고 자신을 소개한 김 전 지사도 "제 모든 것을 바쳐서 뛸 기회를 갖게 된 것은 영광인 만큼 승리로 믿음에 보답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국당은 2010년 무소속이던 김두관 전 지사의 당선을 제외하고는 모든 선거에서 승리했다. 홍 대표는 최근 2차례 선거에서 62.91%, 58.85%의 높은 득표율로 승리한 바 있으며 김 전 지사도 60%대의 득표율로 2차례나 경남도지사를 지냈다. 김 의원도 2014년 경남지사 선거에서 36.05%를 얻는데 그쳐 홍 대표에게 참패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최근 판세는 크게 달라졌다는 것이 중론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당시 경남지역에서 36.73%를 득표해 37.24%를 얻은 홍 대표와의 격차가 0.51%p에 불과했다.

김 의원도 2012년 총선 김해을 선거에서는 47.88%를 얻어 52.11%로 승리한 김 전 지사에게 석패했지만 2016년 총선에서는 62.38%로 민주당 후보 중 최고 득표율로 의석을 거머쥔 만큼 리턴매치는 어느때보다 분위기가 좋다고 보고 있다.

특히 김 의원은 문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분류되는 '실세 의원'이다. 이 때문에 예전보다 무게감도 커졌다는 평가다. 반면 홍 대표는 "최근 여론조사를 돌려 보니 경남은 수월하게 이긴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김 전 지사가 앞서 후보 가능성이 거론되던 윤한홍, 박완수 의원보다 중량감이 있는데다가 도지사선거와 총선 등 지난 4차례 선거에서 한 차례도 패하지 않았다는 점 또한 간과하기 어렵다.

◇ 부산

부산도 경남과 닮은꼴이다. 경남의 ‘김경수 대 김태호’가 두 번째 대결이듯, 부산의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민주당)과 서병수 시장(한국당)의 대결도 리턴매치다.

부산은 경남과 달리 단 한 차례도 한국당이 선거에서 져 본 적이 없는 곳이다. 오 전 장관은 2004년과 2006년, 2014년까지 3차례나 부산시장 선거에 출마했지만 모두 패했다. 지난 선거에서는 무소속 출마를 강행했음에도 49.34%를 얻어 50.65%를 얻은 서 시장에게 분패했다.

최근 분위기는 4년 전과 달리 민주당 유리하다 평가가 우세하다. 지난 대선 당시 부산에서 문 대통령은 38.71%를 얻어 31.98%를 얻은 홍 대표에 6.73%p의 우위를 보였다.

오 전 장관은 민주당 후보가 유력했던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이 불출마를 선언함에 따라 큰 당내 갈등 없이 후보 자격을 얻었다.

반면 한국당은 홍 대표의 전략공천에 반발한 이종혁 전 의원이 강하게 당을 비판하며 무소속 출마를 불사할 의지를 밝히고 있는데다가 이성권 전 의원이 바른미래당 후보로 나설 준비를 하고 있어 보수 진영의 표가 분산되는 악재를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

서 시장은 현직 시장 프리미엄을 극대화해 선거운동을 펼칠 예정이지만 6일 징역 24년을 선고받은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었다는 점과 자신의 측근이 엘시티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는 점이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 울산

울산 역시 ‘낙동강 혈투'가 예상된다. 울산은 한국당의 김기현 현 시장에 더민주당은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고문인 송철호 예비후보를 각각 단수 후보로 공천해 맞설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당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상황이 부울경 지역에서도 유효하기 때문이다.

민주당 김영진 전략기획위원장은 “지난해 대선에서 (경남에서) 분위기가 아주 좋다고 했는데, 결과는 0.5% 차이로 졌다”며 “민주당 지지자는 다 의사표시를 하지만 한국당 지지자는 ‘잠시 유보' 상태라서 엄청나게 숨겨져 있다. 부산·울산·경남 선거가 그렇게 쉬운 선거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해 쉽지 않은 싸움임을 예고했다.

반면 한국당으로서는 이번 선거에서 PK 지역 사수가 절체절명의 과제다.

그동안 한국당은 부울경을 대구·경북(TK)과 함께 자신들의 텃밭으로 여겨왔으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을 거치며 반쪽짜리 'TK 당'으로 쪼그라들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또, 홍준표 대표는 부산·울산·경남을 비롯해 현재 한국당이 광역단체장을 점한 지역 6곳을 이번 지방선거에서 사수하지 못하면 대표직을 내려놓겠다고 승부수를 띄운 상황이다.

특히, 울산시장의 경우 최근 경찰의 ‘울산시청 압수수색' 건으로 주목도가 높아져 한국당은 여론의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이같은 논란들로 인해 지지율이 다소 요동치고 있음에도 대체적으로는 김 시장이 우위라는 평가다. 다만 선거 특성상 양자 구도가 지속될 경우 승리를 낙관하기는 이르다.

민주당은 송 전 위원장이 문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임을 강조하는 이른바 친문 마케팅에 올인해 지지율을 최대한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 울산지역에서 38.15%를 얻어 27.46%를 얻은 홍 대표를 여유 있게 앞섰다.

또한 진보색이 강한 울산에서 정의당과 민중당, 노동당 등 진보정당들이 김 시장의 당선을 막기 위해 민주당과 전략적 연대를 한다면 판세가 뒤집힐 가능성도 있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 허성무 후보와 단일화를 통해 창원시 성산구에서 승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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