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 국민 10명 중 5명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1심에서 징역 24년의 중형을 선고받은 데 대해 '형량이 부족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9일 나왔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는 지난 6일 CBS 의뢰를 받아 전국 성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신뢰수준 95%에서 표본오차 ±4.4% 포인트) 형량이 '부족하다'는 응답은 47.8%, '과하다'는 응답은 28.9%로 각각 나타났다고 밝혔다.

우리 국민들의 절반이 박 전 대통령의 형량이 낮게 나왔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이 지난 6일 1심에서 징역 24년의 중형을 선고받은 후 일각에선 ‘사면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박 전 대통령이 판결 확정 뒤 20여년 간의 수감생활을 과연 마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시대 상황의 변화, 대통령 사면권 제한 분위기, 박 전 대통령 재판 장기화 등으로 인해 ‘정권 말 사면’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22년 전 박 전 대통령과 같은 법정인 서울중앙지법 417호에서 군사반란과 내란죄 등 혐의 모두가 유죄로 인정돼 각각 사형과 징역 2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또 두 전직 대통령이 재임 동안 기업 등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2259억원과 2838억원을 추징금으로 선고했다. 이들은 같은 해 열린 항소심에서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17년으로 감형됐으며, 이듬해 4월 대법원은 2심 형량을 그대로 확정했다. 김영삼 대통령은 1997년 12월 '국민 통합' 차원에서 두 전직 대통령을 특별사면 했으나, 추징금은 그대로 유지했다.

당시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은 당시에도 자의적 권한 행사라는 비판이 있었으나, 대승적 견지에서 사면이 필요하다는 여론도 비등했다. 14대 대통령 선거 당시 유력 대선후보들 모두 '국민 통합'을 내세우며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공약했고, 김대중 전 대통령도 이들의 사면과 복권을 지지했다. 김 전 대통령은 당시 "국민의 대통합을 실현하는 것이 다음 정권이 가장 역점을 둬야 할 문제 중에 하나"라며 보수층 끌어안기에 나섰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은 현 정부의 기조와 형평성 문제 등을 이유로 가까운 시일 내 이뤄지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현재 적폐 청산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으며, 후보 시절부터 사면권을 제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국정농단의 공범과 방조범들이 복역 중인 가운데 주범인 박 전 대통령을 사면하면 형평성 문제가 불거져 여론이 악화할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은 국가정보원 자금을 뇌물로 받은 혐의와 옛 새누리당 공천에 개입한 혐의 등에 대해서도 재판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의 국민 여론은 자신이 지은 죄에 대한 처벌은 똑같이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의 처벌은 이른바 ‘촛불혁명’을 거친 국민적 단죄 성격이 짙어 수년 내에 사면에 동조하는 여론이 형성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 적폐 청산 작업이 어느 정도 정리되고, 다음 대선이 가까워져 오면 여론에 따라 보수표를 확보하기 위해 사면을 고려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는 의견도 있다.

이에 대해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지금의 정치 상황으로 볼 때 문재인 정권이 끝나도 보수의 정권재창출은 어려워 보인다. 무엇보다도 작금의 국민 눈높이에서 박근혜 사면은 결코 국민 정서상 용납될 사항이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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