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희 기자]지난 1일과 3일 평양에서 열린 한국 예술단 공연, 북한은 아직 한국 예술단 공연 실황을 TV로 방영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한국 예술단의 ‘봄이 온다’ 공연 이후 가수 백지영이 부른 노래 ‘잊지 말아요’가 북한에서 최고 인기를 얻으며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북한 소식통을 인용, 10일 동아일보가 전했다.

이 소식통은 “남조선 예술단의 평양 공연을 동영상으로 담은 USB메모리(휴대용 저장장치)가 벌써 북-중 국경 시장에서 몰래 유통되고 있다”며 “동평양대극장 공연(1일)은 1부, 류경정주영체육관 공연(3일)은 2부로 소개돼 팔린다”고 말했다.

북한은 전기난으로 지방에서 TV를 거의 볼 수 없지만 태양광 등을 통해 충전시켜 USB메모리 저장물을 볼 수 있는 ‘노트텔’이란 기기가 광범하게 퍼져 있다.

특히 북한 주민들이 좋아하는 백지영이 부른 ‘잊지 말아요’는 2009년 방영된 드라마 ‘아이리스’ 주제곡으로, ‘아이리스’는 남북 간 제2차 6·25전쟁을 막기 위해 목숨을 걸고 임무를 수행하는 첩보원들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다. 이 드라마는 9년이 흐른 지금도 북한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 다른 대북 소식통은 “(주민들은) 아이리스 주제곡을 부른 가수가 평양에 직접 와 놀라는 분위기”라며 “백지영이 모란봉악단보다 노래를 훨씬 잘한다는 평가도 있다”고 말했다. 모란봉악단은 북한 최고 악단으로 손꼽힌다. 

북한 주민들만 백지영에 관심을 보인 것은 아니다. 1일 오후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공연을 관람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역시 백지영이 노래를 부르는 것을 보고 “저 가수는 남쪽에서 어느 정도냐”고 묻기도 했다.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유통되고 있는 이 USB 메모리에는 걸그룹 레드벨벳의 공연 모습도 담겨있다고 한다. 조선중앙TV는 4일 공연 소식을 전하면서 레드벨벳의 모습을 모두 삭제한 바 있다. 레드벨벳 역시 김정은이 언급한 가수다. 김정은은 “내가 레드벨벳 보러올지 관심들이 많았다”고 말하며 공연을 깜짝 관람했다.

하지만 이러한 남북 유화 모드에도 불구하고 북한 당국은 여전히 한국 가요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8일 “양강도 삼수군에서 금지된 한국 가요 50여 곡을 듣고 춤을 춘 16, 17세 청소년 6명이 지난달 22일 공개재판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들은 가요를 USB메모리에 복사해 다른 이들에게 전달하려고도 했다. 신문은 “반국가음모죄로 2명은 중범죄자들이 가는 교화소에 갔고, 4명은 노동단련형 1년을 선고받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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