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희 기자]진화한 보이스피싱에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스마트폰 메신저로 지인 행세를 하며 수억원을 가로챈 중국 사기단의 국내 인출책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앞서 방송인 홍석천도 SNS 계정을 통해 '아는 형'을 사칭한 보이스피싱으로 520만원 피해를 입은 바 있다.

경기일산서부경찰서는 13일 메신저피싱 수법으로 지인 행세를 하며 9억원을 가로챈 국제 사기조직의 국내 조직원 홍모씨(30대) 등 8명을 사기 혐의로 구속하고, 돈을 받고 이들에게 계좌를 양도한 박모씨(30대) 등 33명을 전자금융거래법위반 혐의로 입건했다고 1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홍씨 일당은 지난 2~3월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메신저로 가족이나 지인을 사칭해 피해자 191명으로부터 9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범행 전 중국 메신저 피싱 조직에서 해킹한 피해자의 계정을 통해 치밀하게 정보를 수집했다. 메신저 프로필 사진은 해킹한 가족사진으로 설정해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했다.

이후 가족이나 지인 행세를 하며 91만~98만원을 공인인증서 핑계를 대며 급하게 보내달라고 했다. 친인척 사이에 100만원 미만의 금액을 거절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광주에 거주하는 피해자 C씨(47)는 지난달 16일 조카에게서 온 "급한 송금 건이 있는데, 공인인증서에 문제가 있고 회사 미팅 중이라 처리할 수가 없다"는 메시지에 속아 91만원을 송금했다.

또 지난 2월 10일 피해자 D씨(51)는 처남 행세를 한 카카오톡 메시지에 속아 96만원을 보냈다가 뒤늦게 사기를 당했다는 걸 알았다.

경찰 관계자는 "범행에 이용된 계좌는 검거된 국내 조직원들이 일반인에게 “체크카드를 양도하면 돈을 주겠다”고 속여 모집한 계좌들로, 통장모집책이 양도자를 직접 만나 체크카드를 건네받아 총책에게 계좌번호를 보고한 이후 해당 계좌로 들어온 피해금을 인출·송금책이 출금해 중국 조직에게 보내 왔다."고 밝혔다. 이번에 검거된 홍씨 일당은 국내 계좌모집, 인출, 해외송금 등 역할을 해 2~5%를 수수료로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나 SNS를 매개로 한 해킹과 피싱은 앞으로 더 급증할 것”이라며 “이런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메신저의 비밀번호를 주기적으로 변경하고, PC와 스마트폰에 보안백신을 설치해 정기적으로 바이러스 검사를 실시하며, 메신저를 통해 송금을 요구받을 때는 반드시 전화로 상대방에게 확인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경찰은 중국 현지에서 활동하는 범죄조직원을 상대로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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