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세월호 유가족에 사과…"개각 등 후속조치"

박근혜 대통령은 16일 세월호 침몰사고와 관련해 "저도 앞으로 개각을 비롯해서 후속조치들을 면밀하게 지금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또 특별법 제정과 특검 도입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세월호 사고 가족 대책위원회 대표단 17명과 면담한 자리에서 해양경찰청 등 정부 대응의 문제점을 지적한 유가족에게 이같이 말했다고 청와대가 전했다.

▲ '대통령의 눈물'
박 대통령은 "지금 검경수사본부에서 조사를 철저히 하고 있다"며 개각을 포함한 후속조치를 수립 중임을 밝혔다. 이어 "이런 부분에 대해 누군가 책임질 사람은 책임지게 됐을 때 비로소 조금이라도 유족 여러분이 갖고 계신 마음의 상처를 푸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그 부분에 대해서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세월호 침몰사고와 관련해 '개각'을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따라서 박 대통령이 조만간 있을 것이라고 예고한 대국민담화에 개각안이 담길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개각이 단행될 경우 이미 사의를 표명한 정홍원 국무총리를 포함해 이번 사고와 관련해 허점을 드러낸 정부부처인 안전행정부와 해양수산부, 해양경찰청 등의 수장이 교체될 것으로 보인다. 내각의 전면적인 새판짜기를 위해서 현오석 부총리 등 경제팀 교체 가능성도 점쳐진다.

청와대도 이번 사고수습 과정에서 "국가안보실은 재난과 관련한 컨트롤타워 역할이 아니다"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나서면서 논란을 증폭시킨 바 있어 개각의 칼바람을 피해가긴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세월호 특별법 만들어야…특검도 필요"

박 대통령은 유가족들의 세월호 침몰사고 특별법 제정과 특검 도입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표했다.

박 대통령은 "특별법은 저도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검·경 수사를 하고 있는 것 외에도 진상규명을 하고 특검도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낱낱이 조사를 해야 된다고 생각해 그런 뜻을 조만간 밝히려고 한다"고 언급했다.

특별법과 관련해 "국회에서 애끊는 유족 여러분들의 마음이 잘 반영되도록 협조를 해주도록 하겠다"며 "거기(국회)서 그 법을 갖고 많은 토론이 있을텐데 제가 유족의 애끓는 마음이 잘 반영되도록 해달라고 지원을 하겠다"고도 했다.

박 대통령은 또 "공직자윤리법도, 국회에서 그동안 통과를 안 해줬던 부패방지법이라든가 이런 부정부패를 아주 원천 방지할 수 있는 이런 것도 다 이번에 통과돼 기반을 닦아놓고, 그 다음에 이걸 해나가는 과정에 있어서 투명하게 그 결과를 유족 여러분한테 공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거기에 대해 유족 여러분이 이 점은 좀 부족하다든지 이건 어떻게 된 건지 그런 게 있으실 것"이라며 "그런 것은 항상 어떤 통로를 통해 계속 여러분들의 의견을 수렴해 조사하는 과정이라든가 이걸 집행하는 과정에서 의견이 항상 반영될 수 있도록 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오후 청와대에서 세월호 참사 유가족 대표단과 면담을 나눈 후 유가족을 위로하며 배웅을 하고 있다.
◇"희생 헛되지 않게 공직사회 바꿀 것"

박 대통령은 이번 참사에서 드러난 사회 곳곳의 부정부패와 관련해 "오죽하면 비정상의 정상화를 기치로 내걸고 저도 몸부림을 치면서 한번 바꿔볼까 했는데 결국 이런 일이 생겼다"고 안타까워 했다.

이어 "대한민국은 그런 부패나 기강해이라든가, 또는 헌신적으로 나라를 위해서 일을 해야 될 사람들이 유착이나 이상한 짓을 하는 게 끊어지는 나라를 반드시 만드는 것이 사명이라고 생각하고 반드시 그렇게 해 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또 "공직기강부터, 정말 국민한테 헌신하는 공직사회로 바꾸고 부패구조도 뿌리 뽑아 (학생들의) 희생 위에서 이렇게 달라졌다는 것을 만들어내는 것만이 안타까운 희생이 헛되지 않게 하는 것"이라며 "많은 상처를 받은 유가족 분들에게도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는 길이라고 다짐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재난안전처 신설과 관련해서는 "그냥 하나 만드는게 아니라 정말 이것을 통해 국민이 고통과 재난을 당하지 않도록 실질적 역할을 하는 구조를 굉장히 고민하고 있다"며 "공모를 통해 최고 전문가들이 다 들어오게 하고 계속 교육·훈련해 현장에서 즉각 국민을 구해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안산꽃빛공원에 추모공원을 건립하는 과정에서 부지면적 때문에 그린벨트 완화가 필요하다는 건의에는 "적극적으로 검토해보겠다"고 답했으며 추모비에 대해서도 "의미있게 희생을 기릴 수 있도록 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다만 박 대통령은 강제수사권을 민간진상조사위원회에 부여해달라는 요구에 대해서는 "그게 효율적이겠느냐 하는 것은 좀 생각해 봐야 될 것 같다"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과정을 유족 여러분과 철저하게 공유해서 그 뜻이 반영되도록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지 않을까 한다"고 말해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朴대통령 세 번째 '세월호 사과'…유가족 만나서는 처음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과 면담을 갖고 정부의 부실한 대응을 직접 사과했다. 세월호 침몰사고와 관련해서는 지난달 29일 국무회의와 이달 6일 부처님오신날 법요식에 이어 세 번째다. 유가족들을 만나 직접 사과한 것으로는 처음이다.

이날 오후 3시45분께 청와대에서 면담을 시작한 박 대통령은 "마음고생이 이루 말할 수 없이 크실 텐데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정부의 부족했던 부분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어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회의 안전 시스템을 근본부터 다시 바로잡고 국가대개조라는 수준으로 생각하면서 사회에 기초부터 다시 세우는 것이 안타까운 희생을 헛되게 하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유가족들이) 생계 문제로 고통을 받으시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된다"고 우려를 표하는 한편, 대책위 측의 질문을 메모지에 적으면서 "4월16일 이후 세월호 이전 대한민국과 그 후의 대한민국은 전혀 다른 나라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대책위 측 별도 기자회견…유가족들은 "아쉽다"

그러나 유가족 측은 진상조사 요구 등과 관련한 박 대통령의 답변에 아쉬움을 표했다. 이날 면담 뒤 대책위 측은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별도로 기자회견을 갖고 박 대통령과의 면담 내용에 대해 이 같은 입장을 설명했다.

대책위는 세월호 사고 진상조사와 관련한 특별법 요구와 관련해 "박 대통령은 질문 내용에 대해 확답을 피했다. 대신에 '특별법의 포괄적 의미에 대해 공감한다', '특별법에 많이 공감하고 필요하다고 느낀다'는 답을 위주로 했다"고 전했다.

이날 대책위는 면담을 마치면서 "오늘은 아쉬운 점이 많다. 많은 기대를 갖고 왔지만 결과적으로 아쉽다"고 했고 이에 박 대통령도 아쉬움을 표하면서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같이 대화를 나누자"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대책위는 밝혔다.

대신에 주광덕 청와대 정무비서관은 기자회견 뒤 대책위 측 발표 내용과 관련, 특별법 요구에 대해서는 유가족들의 마음이 반영될 수 있도록 박 대통령이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주 비서관은 또 전날 유가족들에게 면담을 요청하면서 비공개 원칙을 전제했다는 대책위의 발표에 대해서는 "박 대통령은 '최대한 유족들 불편하지 않게 언론에 공개하지 않고 와서 하실 말씀 다 하고 그러는 게 더 좋지않겠느냐'고 한 걸 저희가 유족의 배려, 존중, 최대한의 예의 차원에서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날 면담에 앞서 박 대통령은 본관 1층에서 17명의 유가족들을 맞이하며 일일이 악수를 청했다. 1시간20분동안 이뤄진 면담에서 박 대통령은 모두발언 내내 침울한 표정으로 시선을 아래에 뒀다.

한편 대책위는 청와대 방문 전 각 언론사에 취재요청서를 보내 ▲실종자 전원 수습 ▲피해자 가족의 진상규명 전 과정 참여 ▲사고 전 과정에 대한 진상규명 및 충분한 조사기간 확보 ▲지위고하를 막론한 진상규명 ▲정부기관의 관련 정보 투명 공개 ▲강제조사권 갖춘 진상조사기구 설치 ▲민·관 차원 진상조사 결과 반영 ▲관련기관 및 관련자에 대한 민사·형사·행정·정치·도의적 책임 ▲확실한 재발방지시스템 구축 등의 요구사항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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