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합뉴스 캡쳐
[이미영 기자]지난 18일 카카오톡에 대한항공의 '을(乙)'들이 뭉쳐 만든 '대한항공 갑질 불법 비리 제보방'이 사흘만에 700명이 넘었다. 이 채팅방은 제보자가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익명으로 운영되고 있다.

21일 복수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현재 이 채팅방에는 다양한 제보가 쏟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여객, 화물, 정비 등 각 부문 직원들이 익명으로 참여하고 있어 총수 일가 관련 제보가 폭넓고 다양하게 모이고 있다 것.

또 이 채팅방은 현재 총수 일가와 관련하여 폭언 및 녹취 파일, 갑질이나 폭력 등 부당한 업무 환경, 부당 인사, 탈세나 비자금, 국토교통부 관련 비리나 비위 등을 최우선으로 제보 받고 있다.

게시글에는 총수 일가가 회사나 기내에서 직원에게 폭언과 부당한 대우를 했다는 ‘갑질’ 제보부터 면세품 등 처리 과정에서 난 손실을 승무원 사비로 메우도록 했다는 제보, 해외에서 각종 물품을 사오면서 이를 회사 물품으로 둔갑시켜 운송료와 관세를 내지 않았다는 구체적인 사례까지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특히 대한항공 사무실과 한진그룹 총수 일가 자택 등에 대한 관세청의 압수수색이 이뤄진 21일에도 제보가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이날 올라온 제보 내용이다.

한 직원은 “2014년 1월 20일 미국 로스앤젤레스공항(LAX)에서 온 KE214편 화물기를 통해 가구가 많이 들어왔었다”는 제보 글을 올렸다.

다른 직원은 ”상무는 그랜저나 K7, 전무는 제네시스인데, 조현민 전무는 상무 때부터 벤츠 AMG S 63, 마세라티 기블리를 타고 다녔고 최근에는 테슬라 모델S로 바꿨다”며 ”모두 한진렌터카에서 회사비용으로 빌린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규를 위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처럼 회사 내부 상황을 잘 모르면 하기 어려운 구체적인 제보가 잇따르고 있어, 민감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거나 구체적인 증거 자료 등은 텔레그램 등을 이용해 별도 수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채팅방 관리자는 “민감한 자료는 절대 단톡방에 올리면 안 된다. 텔레그램 1대 1 대화를 신청해 보내달라”며 “텔레그램은 서버에 저장되지 않고, 메시지를 삭제하면 추적이 아예 되지 않는다”고 안내했다.

한편 경찰도 이 채팅방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경찰이 '조현민 사건' 수사를 위해 갑질이나 폭행, 폭언 등을 당했던 직원 제보를 바란다고 알려왔다"는 관리자의 공지도 이뤄졌다고 한다.

대한항공에 대한 경찰, 관세청, 국토교통부 등의 수사나 조사가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을'들의 이 같은 움직임이 총수 일가의 뿌리깊은 병폐를 도려내는 데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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