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 기자]"핵무력·경제 병진노선 성공/ 경제건설에 총력 집중/북부(함경북도 풍계리) 핵시험장 폐쇄/ 핵시험·대륙간탄도로케트(ICBM) 시험발사 중지/국제사회와의 긴밀한 연계와 대화 적극화."

북한은 20일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주재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3차)전원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결정서를 채택했다.

김정은 북한 위원장의 핵·미사일 실험 중단 발언을 두고 정치권에서도 환영 논평이 쏟아져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은 21일 박범계 수석 대변인의 서면 브리핑을 통해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비핵화를 위한 선언과 실천적 행동을 동시에 밝힌 데 대해 크게 환영한다"라며 "북한의 이번 선언은 이제 일주일 남은 남북정상회담에서 우리 민족이 평화롭고 공동 번영하는 열망이 담긴 합의를 이뤄 가는데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평했다.

정의당 역시 추혜선 수석대변인을 통해 "북한의 이번 결정을 크게 환영하며 매우 전향적이고 담대한 결정이라고 평가한다"라고 밝혔다. 또한 "핵폐기가 이번 정상회담의 주요의제인 상황에서 남북정상회담의 성공가능성이 몇 단계는 더 상승했다"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민주평화당 또한 최경환 대변인을 통해 "북한이 노동당 전원회의를 통해 핵실험장 폐쇄와 ICBM 발사 중지를 결정한 것은 핵폐기로 가는 과정에서 첫 사전 조치를 단행한 것으로 평가하며 환영한다"라며 "앞으로 있을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에서 핵 사찰과 검증, 핵폐기까지의 모든 과정이 충실히 합의되고 실천되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반면 자유한국당 정태옥 대변인은 21일 논평에서 "사실상 핵을 보유했다고 볼 수 있는 상황에서 추가 핵실험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면서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이전까지는 진전된 상황이라고 볼 수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그는 "김정은의 이번 핵 폐기 선언도 살라미 전술에 의한 위장 쇼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라고 했다.

외신들 "환영" vs "믿지말라"

미국 CNN 방송은 “북한이 한국과의 회담에서 미사일 발사를 동결하겠다고 한 것은 상당한 변화”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중요한 외교적 성과”라며 평창동계올림픽을 북한과의 긴장 관계 완화에 적절히 활용했다는 평가다.

뉴욕타임스는 “만약 북한이 이번 합의를 확인한다면, 이는 김정은 위원장이 처음으로 핵무기 폐기와 관련해 대화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워싱턴 포스트 등 일부 언론은 ‘북한의 비핵화’를 회의적 시각으로 봤다. 북한이 과거에도 핵 포기를 약속했지만, 주한미군을 철수하라는 등 조건을 제시하면서 이전 합의가 파기된 사례가 많았다는 지적이다.

 북, 비핵화 충격 줄이려는 '예방접종'

그러나 일부 외신의 우려와 달리 자유한국당의 주장은 맹목적 '반북'에 근거한 무조건 반대이거나, 그간 핵 문제 진행 과정과 북한의 내부 상황에 대한 무지에서 나온 주장으로 보인다.

21일 한겨레 역시 이번 북한 결정서의 주요 내용들은 대내, 대외적 의미를 모두 갖고 있겠지만 세밀하게 보면, '핵무력-경제 병진 노선 성공'과 '경제 건설에 총력 집중'은 주로 내부용 메시지라는 지적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실질적인 집권 2년차인 2013년 3월 31일에 한 당 중앙위원회 (제6기 23차)전원회의에서 '핵무력-경제 병진' 노선을 '새로운 전략노선'으로 설정했다. '새로 등장한 김정은 시대의 국가발전 전략'이라는 선포였다. 그러면서 핵무력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 "절대 내려놓을 수 없는 민족의 보검"이라고 북한 인민들을 설득하면서 핵·미사일 개발에 매진해왔다.

그리고 이제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에서 핵문제에 대한 방향 전환을 앞두고, 내부 설득을 위해 "강력한 보검을 갖추기 위하여 허리띠를 조이며 간고 분투해온 우리 인민의 투쟁이 빛나게 결속(매듭짓다)되었다", 즉 5년 동안 매진해온 핵무력·경제병진 노선'은 성공했으니 이제 '경제건설에 총력 집중'하겠다는 논리를 내세운 것이다. 일종의 '예방접종'인 셈이다.

따라서 이런 상황에서 '왜 명시적으로 핵을 포기하겠다고 말하지 않느냐'고 비판하는 것은, 북한의 현실 상황에 대한 의도적인 외면에 가깝다. 특히 본 게임인 북미정상회담은 물론 '길잡이'격인 남북정상회담도 하지 않은 단계에서, 모든 패를 다 드러내고 무장해제하라는 주장이라는 점에서, 설득력을 갖기 어려운 이야기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의 비핵화 선언에 일단 "아주 좋은 소식"이라며 "정상회담을 고대하고(look forward to) 있다"고 했다. 이번 북한의 결정서 발표를 '비핵화' 명시 안 해 '쇼'라고 외치면서 '기만술'이라고 외치는 한국당의 주장을 일축한 셈이다. 

한 네티즌은 "한국당의 요즘 행태는 '눈뜬 장님'을 보는 듯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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