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해당영상 캡처
[이미영 기자]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모친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의 폭행·폭언 논란에 대해 경찰이 내사에 착수했다.

서울경찰청은 23일 이 이사장 사건을 광역수사대(광수대)에 배당하고 내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날 대한항공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 이명희 씨로 추정되는 갑질 영상도 공개됐다. 영상은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으로 추정되는 여성이 하청업체 직원에게 삿대질을 하고, 설계 도면을 바닥에 던지는 등의 행위가 담긴 영상이다.

이 이사장이 운전기사, 가정부, 직원 등에게 일상적으로 폭언했다는 증언이 나오고 이런 정황을 담은 음성파일이 공개된 적은 있었지만, 동영상이 공개되기는 처음이다.

23일 오마이뉴스가 익명 제보자에게 받아 공개한 동영상에는 이 이사장으로 보이는 한 중년 여성이 등장한다. 배경은 공사가 진행 중인 건물 옥상이다.

잔뜩 화가 난 것으로 보이는 이 여성은 흰색 안전모를 쓴 여성 작업자에게 성큼성큼 다가가 얼굴에 삿대질을 하고 심하게 나무라는 몸짓을 했다.

여성 작업자는 큰 잘못을 저지른 사람처럼 두 손을 앞에 가지런히 모으고 고개는 숙인 채 부동자세로 서서 중년 여성에게 머리를 조아리기도 했다.

중년 여성이 여성 작업자를 향해 계속 손가락질을 하자 여성 작업자는 쫓기듯 옆쪽으로 성급히 비켜났고, 중년 여성은 여성 작업자 쪽으로 다가가 그의 왼팔을 잡아끌어 반대쪽으로 내쳤다.

중년 여성은 그래도 분이 덜 풀렸는지 여성 작업자를 계속 쫓아가며 어깨를 밀치고 폭력적인 행동을 했다.

옆에 있던 남성 작업자가 황급히 중년 여성을 뒤에서 잡고 말렸지만, 오히려 중년 여성은 이 남성 작업자에게도 손찌검하려는 자세를 취했고, 이후 나가라는 듯 바깥쪽으로 손을 휘둘렀다.

이 중년 여성은 그래도 분이 안 풀렸는지 남성 작업자가 가지고 있던 종이뭉치를 빼앗아 바닥에 내팽개쳤고, 종이 수십 장이 바닥에 어지럽게 날렸다.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제보자는 "이 영상이 2014년 5월, 그랜드 하얏트 인천 호텔 공사 당시 촬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화면 속 인물이 이명희씨 인지는 정확한 확인이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관련 업계 등에서는 이 이사장이 자택 운전기사와 가정부, 직원 등에 일상적으로 욕설과 폭언을 했다는 증언이 이어졌다.

지난 19일 대한항공 계열사인 인천 하얏트호텔 직원들은 한 언론보도를 통해 이 이사장이 자신을 '할머니'라고 부른 직원에 폭언을 했고 해당 직원을 그만두게 했다고 증언했다.

2014년 인천 하얏트호텔 신축 조경 공사장 현장에서 한 여성이 현장직원의 팔을 끌어 당기거나 직원을 향해 삿대질을 하고 한 직원의 손에 있던 흰 종이 뭉치를 빼앗아 바닥에 던지는 모습이 담긴 제보 영상이 나왔다. 당히 현장 목격자로 알려진 영상 제보자는 이 여성을 이 이사장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날 이 이사장으로 추정되는 한 여성이 2013년 자택 리모델링 공사에서 작업자에게 폭언하는 음성파일도 사회관계서비스망(SNS)에 공개됐다. 자택 공사 당시 이 이사장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외 인터넷 상에는 이 이사장이 2011년 당시 과거 수행기사나 자택 가정부들에게 폭언과 폭행을 일삼는다는 제보가 이어졌다.

경찰은 언론보도를 통해 이 이사장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제보자들을 접촉, 구체적인 피해 사실을 확인할 예정이다.

인천 하얏트호텔 관련 사건에는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가 내사에 나섰다. 인천경찰청 광수대가 피해자 조사를 마무리하는대로 서울경찰청 광수대가 해당 사건기록을 넘겨받아 수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현행법상 폭행죄는 친고죄가 아니기 때문에 고소 여부에 관계없이 고발·신고·인지에 의해서도 수사가 개시될 수 있다. 다만 폭행죄는 '반의사불벌죄'이기 때문에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다.

반의사불벌죄란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할 경우에는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는 범죄를 뜻한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 조사를 통해 혐의점을 파악하면 이 이사장 조사도 진행할 것"이라며 "고소고발이 아닌 언론보도 등으로 촉발된 사안이기에 우선 피해자 접촉을 통해 사실관계 파악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한항공 조양호 부인 이명희 씨 추정 갑질 영상을 접한 네티즌들은 “이명희, 조현민 반드시 구속해라. 진짜 적폐다” “이명희 여사는 너무 안 어울린다. 극존칭 쓰지마세요” “명확한 갑질 영상이네요” “저런 사람들이 어떻게 기업을 경영하죠?” “범죄 아닌가요” “드라마도 아니고 실제라니, 그 어미에 그 딸이네요” 등의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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