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 최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물밑접촉을 하며 북미 정상회담 준비 작업을 이끌고 있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내정자의 인준안이 상원 외교관계위원회를 통과한 가운데 지난해 미국 CIA는 트럼프에게 '김정은은 자기애가 강하고 모욕에 독하게 반응하며 내가 곧 내 나라라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는 분석 보고서가 화제가 되고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김정은은 "자기애가 강하며, 모욕에 독하게 반응한다"고 평가했다. 또 "자신과 북한이라는 나라를 따로 떼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

CIA는 지난해 트럼프에게 이 같은 보고서를 올리고, "김정은 개인을 공개적으로 지목해 모욕하지 않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전 세계가 보는 앞에서 '로켓맨' '매드맨' 같은 별명을 붙이지 말라고 조언했지만 트럼프는 듣지 않았다. 히지만 트럼프의 '한 방'은 이 같은 CIA 심리 분석 덕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CIA의 이 같은 프로파일링 기법이 효과를 본 건 지난해 미중 회담.

작년 4월 6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이 미·중 회담을 마치고 만찬장에 마주 앉았다. 트럼프 외손주가 나와 중국 민요 '모리화'를 불렀다. 이어 웨이터들이 캘리포니아산 포도주와 최고급 스테이크를 테이블마다 날랐다.

시 주석은 흐뭇한 얼굴로 스테이크를 썰었지만, 트럼프는 노리는 게 있었다. 미·중 회담 전, CIA가 트럼프에게 시 주석의 표정과 몸짓을 토대로 성격을 분석한 보고서를 트럼프에게 냈다. "매우 신중한 성격으로, 무슨 일이건 준비를 게을리하지 않고, 실수도 적다. 그 대신 예상을 뛰어넘는 돌발적인 일에 약하다"는 내용이었다.

트럼프는 정보를 십분 활용했다. 스테이크를 다 먹고 초콜릿 케이크가 나왔을 때, 트럼프가 시 주석에게 "할 말이 있다"며 "방금 시리아 공격 명령을 내렸다"고 했다.

허를 찔린 시 주석은 10여 초간 침묵하다 "어린이에게 가스를 사용한 사람(아사드)이라면 공격해도 된다"고 했다. 평소 '내정 불간섭'을 주장해왔는데, 엉겁결에 전 세계가 보는 앞에서 공격을 승인한 것이다. 트럼프는 이걸 두고두고 써먹었다. 본인이 직접 폭스TV에 출연해 "시 주석이 괜찮다고 했다"고 몇 번씩 강조했다.

이 같이 CIA는 시 주석을 분석할 때, 일명 '페이셜 프로파일링(facial profiling)'을 활용했다.

미국은 2차대전 때부터 심리 분석을 활용했다. CIA의 전신인 미 전략사무국(OSS)이 아돌프 히틀러에 대해 '종국에는 미치거나 자살할 가능성이 높은데, 자살할 경우엔 최후에 가장 드라마틱한 방법을 택할 것'이라고 예측한 게 대표적이다(1943년 보고서).

페이셜 프로파일링은 냉전의 무기로도 활용됐다. CIA는 1961년 '흐루쇼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거친 촌사람처럼 행동하지만 실제로는 자기 힘을 숨기는 데 비상한 재주가 있다'는 보고서를 케네디 대통령에게 올렸다. 쿠바 지도자 카스트로에 대해선 '비판받으면 감정적으로 불안정해지며, 에고이즘(자기중심주의)이 아킬레스건'이라고 썼다.

페이셜 프로파일링이 본격적으로 발달한 건 1970년대 들어서다. 언어와 문화가 달라도, 감정과 표정은 보편적·자동적이라는 게 근거다. 화를 내는 이유는 달라도 화났다는 감정은 똑같고, 화난 걸 드러내는 얼굴 근육도 같다. 뇌가 '감정을 숨기라'고 명령해도 뇌의 명령이 닿기 전에 근육이 자동으로 반응한다. 따라서 훈련된 눈으로 얼굴 근육의 미세한 움직임을 관찰하고, 몸짓 분석까지 보태면, 심리 파악이 가능하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 기법의 최강국으로 꼽힌다. CIA는 1990년 사담 후세인에 대해 '본인의 운명이 곧 이라크의 운명이라고 여기며, 양심 때문에 갈등하는 일이 전혀 없다. 불타는 벙커에서도 출구만 있으면 마지막까지 버틸 사람'이라고 했다.

일본도 2010년부터 심리 분석을 외교에 활용 중이다. 일본 총리가 주요국 정상과 정상회담을 하기 전, 전문가 2~3명에게 의뢰해 종합적인 성격 리포트를 받고 있다. 최근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아베가 트럼프와 인간관계 맺는 데 이 보고서가 큰 도움이 됐다"고 보도했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