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루킹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2016년 10월 3일 ‘10.4 남북 정상 선언 9주년 행사’에서 심상정 대표, 유시민 전 보건부장관, 녹색당 관계자와 나란히 맨 앞줄에 앉아 있는 모습. 빨간색 동그라미 남성이 드루킹으로 추정된다.(선데이저널 캡쳐)
[김홍배 기자] 댓글 조작 사건의 주범인 김모씨(드루킹'은 특별한 직업이 없다. 이런 김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을 소개하며 “운영자금이 연간 11억원”이라고 스스로 밝혔다.

그렇다면 무슨 돈으로 조직적인 댓글 조작을 벌일 수 있었을까.

지난해 대선 직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검찰에 수사의뢰한 ‘드루킹’ 김아무개(48)씨 관련 계좌에 있던 것으로 알려진 8억원의 출처는, 외부에서 들어온 ‘뭉칫돈’이 아닌 김씨가 만든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회원 1200여명이 1만여차례에 걸쳐 소액으로 입금한 회비나 비누 값 등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의 공소장을 보면 그는 파주의 출판사 건물에서 조직적으로 몇 년 간 이런 작업을 펼쳐왔다. 돈이 필요하단 얘기다. 2016년 경기도 파주의 4층짜리 건물 중 1~3층을 임대해 차린 ‘느릅나무 출판사‘의 서적을 통한 수익은 없다. 한 권도 출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무실의 임대료는 월 485만원. 4~5명 직원들의 인건비 등을 감안하면 한 달에 적어도 1000만원 안팎의 경비가 투입됐을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댓글 작업에 동원된 조직원 20~30명의 식대와 수고비, 경찰이 사무실에서 압수한 휴대전화 170여대의 비용을 추산해보면 최소 수천만 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이 와중에 정치후원금도 냈다. 김씨는 20대 총선 직전인 2016년 3월엔 노회찬 정의당 의원에게 현금 5000만원을 건네려 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당시 김씨는 자금 출처에 대해 “경공모 회원들에게 모금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의심되긴 하지만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경공모 회원들이 밝힌 드루킹 김씨의 자금출처는 강연비다. 강연은 경공모 회원들 사이에서 ‘산채’로 불리는 느릅나무 출판사 사무실에 진행된다. 강연은 연간 2회차(1기 : 1월 6일~5월 5일, 2기 : 5월 12일~9월 15일)로 운영됐다. 한 회차에는 12번의 강연이 있다.

경공모 회원이 밝힌 한 회 강연료는 3~4만5000원. 느릅나무 출판사의 지난 3월 20일 일계표를 보면 강연 한번 수입으로 175만원이 입금됐다. 약 40~60명이 강의를 들었을 때 나올 수 있는 숫자다. 이를 토대로 추산한 강연비 연간 매출(24회 강연)은 약 4200만원이다. 연간 지출액 11억원에는 턱없이 모자란다.

25일 검찰과 중앙선관위 말을 종합하면, 선관위 사이버선거범죄대응센터는 지난해 5월5일 경공모를 수사의뢰하기 전 경공모 회원들이 돈을 주고받은 136개 계좌의 자금 흐름을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2016년 1월부터 1200여명의 회원이 1만원, 2만원, 10만원 단위의 돈을 김씨 등에게 입금한 사실을 확인했다.

경공모가 통상 공직선거법이 금지하는 유사기관이나 사조직이라면 특정 후보자를 지지하는 글을 쓴 대가로 회원들에게 돈이 ‘지급’돼야 하는데 오히려 거꾸로 ‘입금’이 된 것이다. 당시 선관위는 “불명확한 자금흐름이 확인됐고, 공직선거법의 매수죄 위반 혐의가 있다”면서도, 이런 점을 고려해 고발보다 수위가 낮은 수사의뢰 형식으로 자료를 검찰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검찰은 136개 계좌에 더해 회원들이 입금한 소액이 모이는 4개 계좌를 추가로 조사했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해당 기간에 만원 단위의 돈이 1만차례 이상 핵심 계좌 4개로 모여 총 8억원이 됐다. 흐름을 파악해보니 돈이 (회원들에게) 내려가는 게 아니라 모두 위로 올라갔다. 외부에서 들어온 뭉칫돈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검찰은 계좌에 모인 돈이 회비나 강연 참가비, 비누·수건 등 김씨가 회원들에게 판 물품값이었고, 댓글 관련 대가성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경공모 내부에서만 돈이 돌았다는 설명이다. 검찰 관계자는 “핵심 4개 계좌명도 사람 이름 옆에 ‘경공모’라고 적힌 ‘공식 비즈니스 계좌’였다.

또 검찰은 8억원이 경기도 파주의 출판사 느릅나무의 임대료, 직원 급여, 강연료, 비누 원재료 비용 등으로 지출된 사실을 확인하고 무혐의 처분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씨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지방경찰청은 전날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에 당시 수사자료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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