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 달 열릴 것으로 보이는 북미정상회담 후보지로 '널빤지 다리 마을' 판문점을 전격 거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한국의 비무장지대(DMZ)가 앞으로 열릴 미북 정상회담 장소가 될 수 있으며 그럴 경우 아주 흥미로운 회담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트위터를 통해 판문점의 평화의 집/자유의 집이 미북 정상회담장이 될 수 있다고 밝혔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을 방문한 무함마두 부하리 나이지리아 대통령과의 공동기자회견에서 또 다시 지난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처음으로 만났던 판문점이 앞으로 3∼4주 안에 개최될 것으로 보이는 미북 정상회담 장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이같이 밝혔다.

비록 의견을 구하는 차원이라는 식으로 말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 개최 장소를 구체적으로 거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성공리에 개최하면서 전 세계의 이목이 한반도의 운명을 가를 북미정상회담에 온통 쏠린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이어 트럼프는 "누구는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고 누구는 좋아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제3국이 아닌 그곳(판문점 비무장지대)을 선호한다. 그곳에서 일이 잘 풀린다면 정말 축하할 만한 것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과 비무장지대에서 미북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문제를 논의했으며 문 대통령이 이를 북한 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이어 "좋은 소식은 모든 사람들이 우리를 원한다는 것이다. 큰 사건이 될 수 있다"라고 말해 많은 나라 정부들이 미북 정상회담을 자국으로 유치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이어 "개인적으로 (회담이)성공적일 것으로 생각한다. 성공적이지 않다면 나는 즉각 떠날 것이다"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밖에도 김정은 위원장은 지금까지 핵실험장을 제거하고 탄도미사일 발사를 중지하는 것을 논의하는데 있어 매우 공개적이고 솔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란과의 핵협정에서 철수하는 것이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는 것이 되지 않겠으냐는 질문에 트럼프는 단호하게 "노"라고 대답하며 이란에 관한 한 자신이 100% 옳다고 주장했다.

한편 북미회담 개최지로 판문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월 김 위원장의 정상회담 제안을 수락한 직후부터 1순위 회담 후보지로 꼽혔다. 워싱턴과 평양이 두 정상에게 정치적 부담을 안길 수 있다는 이유로 배제되면서다. AP통신도 판문점을 회담 후보지 중 첫 번째로 지목했었다.

그러나 판문점은 장소가 갖는 상징성 때문에 북미정상회담의 의미를 줄일 수 있고 한국 정부의 중재역할이 지나치게 부각되는 점에 대한 경계감으로 인해 트럼프 행정부에서 꺼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 결심을 했는지, 북한과 조율을 거쳤는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의 시발점이자 세계사적 장소가 되기에 충분하다고 평가함에 따라 역사적 대좌의 무대로 최종 낙착이 될 가능성은 한층 커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무함마두 부하리 나이지리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후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제3국이 아닌 그곳(판문점)에서 하는 게 엄청난 기념행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 변화에는 문 대통령이 지난 28일 밤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통화에서 북미정상회담 장소를 제안한 것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9일 기자들에게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통화하면서 북미회담 2~3곳의 후보지를 놓고 각각의 장단점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고 전했다.

만약 문 대통령이 판문점을 제안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것이라면 북한 비핵화의 최종 문턱이 될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두 정상 간 신뢰와 공조가 긴밀한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도 이야기했고, 문 대통령을 통해서 북한과도 연락했다"고 말했다.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미정상회담이 '널빤지 다리 마을' 판문점에서 개최된다면 아마도 세계인에게 '평화의 상징=판문점'으로 각인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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