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 기자]공석인 금융감독원장에 윤석헌 서울대 교수<사진>가 내정됐다.

윤 교수는 금융개혁에 앞장선 대표적인 금융경제학자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 금융행정혁신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금융감독체계와 관련해 금감원의 독립성을 강조해왔다. 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차명계좌에 대한 과징금 부과와 금융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 권고안 등을 내놓았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그동안 김오수 법무연수원장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지만 청와대에서는 고심끝에 윤 교수를 최종 낙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교수의 금감원장 내정으로 정부의 금감원장 ‘파격 인사’ 관행도 다시 한번 이어지게 됐다. 

앞선 지난 1일 청와대는 이번주 내 차기 금감원장 인선을 확정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다음날인 2일에 열리는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차기 원장을 제청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이날 금융위에서는 차기 원장에 대한 제청이 진행되지 않았다.

그동안 윤 교수와 함께 원승연 금감원 부원장과 김오수 법무연수원장이 후보로 거론돼왔다. 특히 이 때까지 김 법무원장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는데 청와대에서는 막상 김 원장과 윤 교수 사이에 고심하느라 금융위 제청을 미룬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이같은 고민은 3일 오전 청와대 발표에서도 나타났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 6시에 열린 브리핑에서 "추정보도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 거론된 그 분(김 원장)으로 현재 내정된 사실이 없다"고 언급했다.

또한 서울대 법대 출신 김 원장을 유념해 조국 민정수석의 대학 동기 아니냐는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다"고 일축한 바 있다.

전날 청와대 관계자는 "빠르면 이번주, 늦어도 다음주 초 내에는 선임이 확정될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청와대는 두 후보 중 고심하다 오는 7일 대체공휴일이 있어 선임을 더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 4일 금융위 제청을 확정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윤 교수와 함께 신임 금감원장을 거론됐던 원승연 금감원 부원장이나 김오수 법무연수원장은 모두 금융관료 출신이 아니라는 공통점이 있다”며 “청와대가 금감원장 자리만큼은 모피아(재무관료+모피아)에게 내주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은 김기식 전 원장 사태가 불거진 후 “근본적 개혁이 필요한 분야는 과감한 외부 발탁으로 충격을 줘야 한다는 욕심이 생긴다”고 밝힌 바 있다.

윤 교수가 차기 금감원장에 내정되면서 청와대가 요구하는 강한 수준의 금융혁신에 본격적인 드라이브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정부 출범 이후 금융위원회의 민간 자문기구인 금융행정혁신위원회를 이끌면서 ‘금융혁신’의 밑그림을 그렸었다. 이런 윤 교수가 금감원장직을 맡으면서 ‘설계자’에서 ‘집행인’으로 옷을 갈아입게 된 셈이다. 

그런만큼 금융위가 지휘하고 금감원이 따라가는 금융감독체계도 근본적으로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윤 교수는 금융감독체계를 정책과 감독 분야로 나눠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금융위는 금융산업 진흥과 같은 정책 기능을 가져가고 금감원이 감독 기능을 전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과거 금융감독위원회 체제로 회귀를 의미한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윤 교수는 청와대 실세인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경기고 동문으로 함께 금융 분야에서 진보적인 목소리를 내왔다”며 “금융감독체계 개편과 맞물려 금융감독의 무게추가 금감원 쪽으로 확 실릴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