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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향군인회의 '변신은 무죄' ..."안보 본질은 평화, 文정부 적극 지지"
김승혜 기자  |  shk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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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5.06  20:4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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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창성동 별관 앞에서 남북 정상 회담 성공을 기원하는 시민과 문재인 대통령이 인사하고 있다.
[김승혜 기자]지난 27일 2018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청와대를 나서 판문점으로 출발하는 문재인 대통령을 태극기를 흔들며 가는 길마다 열렬히 응원했던 사람들이 있었다. 문 대통령은 차에서 내려 이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이들은 바로 재향군인회(향군) 소속 6000여 명의 퇴직군인들이었다. 이들은 창성동 별관부터 적선 로터리, 세종문화회관, 광화문역에 이르는 1.2㎞구간을 미리 준비한 ‘비핵화’, ‘정상회담 성공기원’이 적힌 피켓을 들고 문 대통령을 환송했다. 

하지만 TV에 비친 이 모습이 어딘가 낯설어 보인 까닭은 무엇인가

그동안 향군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서 “박근혜 석방, 좌파 정부 타도”를 외치는 단체라는 편견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날 재향군인회는 완전히 달랐다. 이들은 남북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정부에 힘을 강하게 실어줬다. 앞서 향군은 지난 3월 15일 10대 주요 일간지에 ‘남북정상회담’ 지지 광고를 냈고 향군본부 건물 등 전국 235개소에 “1000만 향군은 남북ㆍ북미 정상회담 성공을 성원합니다”라는 현수막도 걸었다.

"비핵화 실현을 위해 간다는 대통령에게 당연히 힘을 실어줘야죠. 그게 안보단체가 해야 할 일 아닌가요."

황동규 재향군인회 대변인 겸 홍보실장의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황 실장은 "안보단체로서 이 땅에 평화가 오고 한반도가 통일되기를 바라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평화의 키포인트가 비핵화이고, 그 목표를 위해 열린 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나기를 바란 것 뿐"이라고 했다.

재향군인회에 따르면 이날 문 대통령 환송 이벤트에 대한 아이디어는 김진호 재향군인회장으로부터 나왔다. 환영 행사를 열면 어떻겠느냐는 의견이 나왔고 각 시도 회장들 간의 내부 공론화를 거쳐 결정됐다. 

우리나라 상당수 보수 단체는 국민 다수의 인식과 동떨어진 편향성으로 악명 높다. 이를 테면 어버이연합, 엄마부대, 태극기부대 류의 집회 참석자들은 '박근혜'와 '빨갱이'라는 단어를 입에 달고 사는 이미지로 대변되며, '상식적인 보수의 부재'라는 말과 상통한다.

그렇다 보니 전직 군인들 모임인 재향군인회가 그들의 주적(主敵)으로 불리는 북한군 수장을 만나러 가는 대통령을 배웅하는 건 일반 국민이 알던 보수 단체의 행동과 연결지어 생각하기 힘든 일이었다. 조직의 규모나 역사성으로 볼 때 재향군인회는 자유총연맹과 함께 국내에서 강경 보수를 대표하는 전통적인 양대 단체로 꼽혀왔다.

"내부 반대가 없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공론화를 통해 그렇게 (문 대통령을 환송) 하기로 결정한 거죠. 물론 천안함 폭침이나 연평도 포격 같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그건 분명 잘못된 일입니다. 하지만 크게 봤을 때 안보라는 본질이 흐트려져서는 안 된다고 판단한 겁니다. 안보의 본질은 결국 평화이니까요."

   
▲ 태극기 든 재향군인회
황 실장은 재향군인회의 정체성을 보수 단체가 아닌 안보 단체로 규정했다. 회원 개개인에게 보수 성향이 없지 않지만, 안보라는 가치를 정치적 지향을 뛰어넘어 바라보고 싶다는 의미였다. "이제 보수·진보 논리에 휘말리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회담이 재향군인회의 성격을 재정의하는 전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런 변화는 합창의장 출신인 김진호 예비역 대장이 2016년 1월 36대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시작됐다. 황 실장은 "재향군인회가 정치 논리에 의해 흔들리던 때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회장님이 취임하면서 안보 단체 정체성을 확고히 했다"고 설명했다.

 재향군인회는 이번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황 실장은 "북한이 말을 바꿀 수 있다는 우려가 없지 않지만 이번 회담에서는 전에 보여준 적이 없던 진정성을 보여줬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북미정상회담에서 미국 안을 대체적으로 수용한다면 그 결과는 우리에게도 큰 성과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저희는 국가 안보의 제2 보루라고 자칭합니다. 정부가 안보 논리에 맞지 않는 정책을 내세운다면 비판에 나서야죠. 하지만 국가 안보 정책이 정당하다면 국가가 추진하는 일을 적극 지지하고 뒷받침해 줘야죠. 그게 저희의 역할입니다."

예비역 육군 대령인 황 실장은 육군3사관학교 5기 출신으로 고려대 정치외교학 학사, 동국대 행정학 석사 학위를 갖고 있으며 육군본부 보도과장, 합참 대변인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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