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A스키드로우의 노숙자텐트와 고층건물이 묘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수십 층짜리 고층빌딩이 즐비한 호화찬란한 다운타운 고층건물 바로 뒤편에 자리 잡고 있는 노숙자들의 텐트 시티(Tent City)는 이제 LA 뉴타운 대명사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11일 선데이저널은 “에릭가세티 LA시장은 한인상권 밀집지역인 코리아타운 한복판인 버몬트와 윌셔 한블럭 남쪽 부근 공공파킹장소에 ‘임시 노숙자셸터를 설치하겠다’고 밀어 부치고 있어 지금 한인상인들이 공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코리아타운 안에 노숙자 텐트들이 속속 들어서기 시작한 시점은 2년 전인 2016년 부터다. 코리아타운의 거리에는 총 33곳에 59개의 노숙자 텐트가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고 200여개 이상의 노숙자 텐트가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지만 실제 파악되고 있는 노숙자 텐트는 2배 이상으로 추산된다. 7가와 호바트 근처 공터에는 아예 20여개 텐트 집단촌이 형성되어 있을 정도로 무서운 추세로 불어나고 있다.

코리아타운 노숙자 텐트는 윌셔 블루바드와 노먼디 애비뉴 사거리 반경 약 200피트, 버몬트 애비뉴 기준 양쪽 100피트 인근, 7가와 윌셔 플레이스에 집중돼 있다. 또한 다운타운으로 향하는 8가 110번 프리웨이 인근에 수십여개의 노숙자 텐트들과 101번 프리웨이와 알바라도 인근에 도로 양변에는 가히 노숙자 집단촌이 형성되고 있을 정도다.

지난해 한때 노숙자 텐트가 가장 많이 몰려있는 곳은 후버와 버몬트 사이 7가길, 구 정스프라이스 건물 앞이었다. 당시에는 이곳에는 총 12개의 텐트가 촌을 이루고 있었으나 모두 철거되었다가 최근 다시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했다. 비단 노숙자 텐트뿐만이 아니다.

길거리를 지나게 되면 여기저기 마켓 카트에 요란하게 짐을 싣고 가는 노숙자들을 자주 발견하게 된다. 이들 노숙자들은 시급한 용변을 해결하고자 한인타운 요식업이나 건물들을 찾는다. 이에 기겁을 한 상인들이나 건물주들은 아예 ‘No Public Restroom’이라는사인판을 붙혀놓고 이들의 출입을 막고 있을 정도여서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LA타임스는 지난 2월 1일자에서 “코리아타운의 멋진 콘도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어느 날인가 집 근처에 노숙자 텐트를 보게됐다. 그리고 음식 쓰레기와 방뇨 냄새까지 맡아야 했다” 기사를 통해 ‘홈리스’-노숙자(Homelessness)의 문제는 이제 코리아타운의 한인들에게는 남의 일이 아니게 되었다고 보도할 정도다.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할 노숙자와 코리아타운의 문제를 가세티 시장이 공청회조차 거치지 않고 일방적이고 임의적으로 한인타운 한복판을 ‘셸터’로 지정한다는 것은 한인사회의 정치력 부재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노숙자들의 생활과 현실

기자는 얼마나 심각한지를 가늠하기 위해 지난 6일 일요일 낮 12시 코리아타운 내 8가와 세라노 모퉁이 거리에 자리한 한 허름한 초록색 노숙자 텐트를 찾았다. 노크할 대문이 없어 텐트 앞에 앉아 “핼로우… 핼로우…”라고 소리내어 불렀다. 아무런 대답이 없어 그냥 돌아 서려는데, “누구요?”(Who’s there?)라는 여자 목소리가 가늘게 흘러 나왔다.

우선 반가웠다. 기자는 ‘신문 기자다’라고 답했다. 텐트 안에서 “왜 그러는가?”라고 해서, ‘인터뷰를 하려고 왔다’고 했더니, 이내 텐트 한쪽을 열며 의아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빠끔이 얼굴을 내밀었다.

핼쑥한 표정이지만 해맑은 모습의 한 여성이 앉아 있는 모습이 눈앞에 보였다. 헝클어진 머리 카락에 수놓은 셔츠에 강한 색감의 치마를 둘렀다. 옆에는 얼굴을 가리고 누워있는 한 남성이 보였다. 텐트 안에는 커다란 큐션 베개에 푹신한 매트리스에 온통 잡동사니 의류들과 담요들이 널부러져 있었다. 기자가 ID를 보여주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었다.

이름이 뮤제트(Mussette)라고 했다. ‘언제 부터 이곳에서 생활했는가’라고 묻자, 그녀는 “8개월 쯤 되었다”라는 답변이다. ‘옆에 있는 남자가 남편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해서 ‘혹시 직업이 있는가?’라고 하자 “8개월 전까지 일을 했었다”고 했다.

기자는 ‘최근 LA시장이 윌셔와 버몬트근처에 비상셸터를 마련한다는 기자회견 소식을 들었는가’ 했으나, 그녀는 “그런 소식을 알지 못한다”면서 “셸터가 생겨도 갈 마음이 전혀 없다”고 해서 ‘왜 가지 않으려 하는가’라고 하자, “오히려 이곳이 더 안전(Safety)하다”면서 “여기 코리아타운이 다른 곳 보다 안전해 떠나기 싫다”고 말했다.

그녀는 “집없이 거리의 텐트에서 지내지만 우리들에게 가장 중요한것은 안전 문제다”라고 말했다. ‘왜 노숙자가 되었는가’라는 질문에 “8개월전까지 아파트에 살았는데.. 쫓겨나는 바람에 할 수 없이 노숙자가 되었다”면서 씁쓸한 미소를 띄었다. 텐트에 살면서 가장 힘든 사항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녀는 “화장실이 없는 것이 가장 불편하다”면서 “근처 식당이나 카페를 이용했는데 요즘 그것도 불편해 빌딩을 찾아가 보지만 모두 거절 당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하나 불편한 것은 “매일 샤워를 할 수 없는 것도 불편한 사항이다”라고 말했다.

우편물이나 다른 이들과 소통은 어떻게 하는가라는 질문에, 그녀는 “근처에 어머니가 살고 있어 어머니 주소를 이용한다”고 했다. 거의 매일 어머니가 텐트로 찾아와 음식도 가져 오기도 한다는 것이다.

‘건강은 어떤가?’라는 질문에 그녀는 가슴을 쓰다듬으며 “통증이 있다”고 말했다. ‘언제까지 노숙자 생활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녀는 누워있는 남편을 바라보며 “저분이 직업을 다시 갖게 되면 …”이라고 다시 힘없는 미소를 띄었다. 기자가 하직 인사를 하면서 ‘사진 한 장을 찍어도 되는가’라고 말하자, 그녀는 잠깐 머뭇하면서 “머리를 빗어야 하는데…”라면서 끈으로 머리를 가리며 포즈를 취해 주었다.

현재 LA전체 인구가 미전국 인구의 3% 정도로 약 350만이다. 그러나 LA에 거주하는 노숙자는 전체 노숙자의 7%로 비율적으로 가장 노숙자 인구가 많아 “LA는 노숙자의 수도”(America’s Homelessness Capital)로 불리고 있다.

 
시정부, 근본적인 대안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

LA는 우선 비내리는 계절이 적고 날씨가 좋아 노숙자들에게도 좋은 환경이라 계속 증가 추세에 있다고 한다. 그래서 전국 50개주에서 노숙자가 가장 많은 곳도 캘리포니아주이고 그중에서 LA카운티가 가장 많이 거주하고 있다.

LA 카운티에 약 58,000 명의 노숙자가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들 노숙자들의 신상을 보면 8%는 재향군인들, 22%가 청소년, 19%가 신체장애자, 성인의16%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고교졸업 학력자는 48%이고, 대학졸업 또는 상위 학력자도 32%에 달한다.

그리고 지난해 1월 1일부터 10월 11일까지 LA시에 접수된 홈리스 텐트 철거 신고는 모두 1만 9735건 이다. 다운타운 스키드로 1826건에 이어 코리아타운이 999건으로 2위를 차지했다. 하루 3.5건 꼴이다. ‘스키드로’는 1930년대부터 형성된 노숙자 집단거주지로 홈리스들의 홈타운으로 불린다. 코리아타운에서 두 번째로 신고 건수가 많다는 것은 코리아타운이 노숙자들의 뉴타운이 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문제는 노숙자들 중 상당수가 가난과 관련이 없는 자생적 노숙자라는 점이다. 이들 중 상당수가 가난이 아니라 정신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기자가 만난 또 한명의 홈리스 피플의 텐트 안에는 고급 술병이 난무해 있고 대낮인데도 술에 취해 술냄세가 진동했으며 옆 텐트에서는 마리화나 냄새가 코를 진동하고 있었다.

노숙자들 일부는 크레딧카드를 소지하고 있어 인근 라프마켓에 가서 현금이나 카드로 와인이나 술을 사고 있는 모습을 종종 볼 수가 있다. 그 중 상당수가 얼마든지 일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유창한 영어사용과 건장한 체구에 고등학교 이상의 학력을 지니고 있음에도 일을 하기 싫어 노숙자로 생활하는 사람이 많다는 언론보도을 접하며 쓴 맛을 다시지 않을 수가 없었다.

‘가난은 나라 임금도 어쩔 수 없다’ 과연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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