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 기자]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이 북한에 과감한 경제 지원, ‘북한판 마셜플랜’을 시사하는 승부수를 띄우면서 '대동강 트럼프타워와 평양 맥도날드 매장'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현실로 무르익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사진) 미 국무장관은 13일(현지시간) 북한이 미국의 요구에 따라 핵 프로그램을 완전히 폐기할 경우 미국이 민간투자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마셜 플랜(Marshall Plan)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미국이 서유럽 16개국에 행한 대외원조계획이다. 정식 명칭은 유럽부흥계획(European Recovery Program, ERP)이지만, 당시 미국의 국무장관이었던 조지 마셜(George Catlett Marshall, 1880-1959)이 처음으로 공식 제안하였기에 그의 이름을 따서 ‘마셜 플랜’이라 불린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미 폭스뉴스 방송의 ‘폭스뉴스 선데이’에 출연해 “북한의 에너지망 건설과 인프라 발전에 미국의 민간 부문이 도울 수 있을 것”이라며 “이 같은 투자는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요구하는 바를 받아들이느냐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에너지망 등 사회기반시설 건설을 돕고 북한인들을 먹여살릴 농업에 투자할 미국 기업들이 (북한에) 밀려들 것”이라며, 다만 그는 “이 같은 투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북한이 충족하는지 여부에 완전히 달려 있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에 ‘신속한 비핵화’를 촉구하고 그 대가로 한국 수준의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돕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대해 북한은 곧바로 이에 호응했다. 12일 오후 10시쯤(한국시간) 북한 외무성은 공보를 통해 풍계리 핵실험장을 23~25일 중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이 추정한 국민총소득(GNI) 기준으로 북한의 경제 규모는 2016년 기준으로 남한의 45분의 1 수준이다. 장기적으로 북한 경제를 남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면 북·미 수교는 물론이고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세계은행 등 국제금융기구의 자금 지원이 불가피하다.

한 외교 소식통은 “그간 미국의 대북 기조인 ‘최고의 압박과 관여’에서 압박에 방점이 찍혀 있었는데 이제 관여로 무게추가 옮겨갔다. 경제적 보상을 포함한 최고의 관여를 통해 신속하고 과감한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낼 때가 됐다는 것이 미국의 생각이며 북한도 이를 반기고 있다”고 전했다.

▲ 2일 오후 평양시민들이 점심시간에 거리에 나와 길을 걷고 있다.
이렇듯 북·미 간에 북한이 취해야 할 구체적 행동에 대한 논의도 틀을 잡아가고 있는 가운데 강경화 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지난 11일(현지시간) 회동에서 북한이 추구할 비핵화 모델에 대한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뤄진 것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강 장관은 이 자리에서 ‘카자흐스탄 모델’을 언급했다. 1991년 소련 붕괴 뒤 신생 독립국이 된 카자흐스탄은 92년 소련이 자국 영토 내에 실전 배치했던 핵무기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하고 서방 국가들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아 성장을 이뤘다. 이 과정에서 카자흐스탄은 핵무기 1000여 기를 러시아로 반출했고 미국은 ‘넌-루거 프로그램’을 통해 카자흐스탄의 핵과학자들이 전직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문제는 검증이다. 미국 내에서는 북한이 핵무기를 순순히 내놓을 리가 없다고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의심을 제거하려면 북한이 약속한 비핵화를 제대로 이행했는지 철저한 검증이 선행돼야 한다.

이에 대해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의 비핵화 목표를 이루기 위해 강력한 검증이 필요하다”며 “전 세계 동반자 국가들과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6월 12일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이 핵을 포기하는 문서에 사인을 하는 순간 체제 안전과 경제 발전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받은 셈이다.

한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 미국 외교안보 라인의 두 핵심인물이 13일(현지시간) 나란히 방송에 출연해 북한 얘기를 했다.

볼턴 보좌관은 북핵 폐기 방법론을 언급했다. 북한이 만들어놓은 핵무기를 미 테네시주 오크리지의 핵·에너지 연구단지로 가져와야 한다고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농업 전력 기술 인프라 등 다양한 분야를 언급하며 미국이 북한에 제공할 경제지원 방향을 설명했다. 미국 민간기업의 막대한 대북 투자를 통해 북한을 한국만큼 번영한 나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의 발언을 합치면 “리비아가 했듯이 북한 핵무기를 미국에 가져오면, 미국은 엄청난 대북 투자로 북한을 잘살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벌써부터 외교가에서는 “올해 안에 평양에 대동강 트럼프타워와 맥도날드 매장을 볼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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