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 기자]‘기획재정부장관,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 대통령실 경제특별보좌관, 산업은행장…’

강만수씨를 수식하는 화려한 단어들이다. 그렇다. 그는 금융계 황태자정도가 아니라 MB시절 경제대통령이라 불릴 정도로 무소불위의 막강한 권한을 누렸다. 그 막강한 권한으로 좋은 일만 했으면 좋으련만 공직자로서는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했고, MB퇴임 뒤에도 ‘룰루랄라’ 웰빙하며 사정당국의 칼날을 피해가는 듯 했지만, MB퇴임 뒤 약4년 만에 마침내 영어의 몸이 됐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강 전 행장의 상고심에서 징역 5년2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11일 확정했다. 이와 함께 벌금 5000만원과 추징금 8800만원을 명령했다.

 강 전 행장은 지인 김모씨가 운영하는 바이오에탄올 업체 B사가 국책과제 사업자로 선정돼 정부지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지식경제부 담당 국장에게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조사결과 국책과제 사업자로 선정된 B사는 2009년 12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정부지원금 총 66억7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사업수행에 실패하면서 정부지원금 전액은 손실처리됐다.

 또 강 전 행장은 지난 2011~2012년에 당시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을 압박해 B사에 5차례에 걸쳐 44억원을 투자하도록 한 혐의도 받았다.강전행장은 2016년 검찰이 대우조선해양의 비리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직권남용, 뇌물수수 등 갖가지 비리가 드러났고, 정부와 산업은행에 수백억원의 손실을 끼친 것으로 밝혀졌다.

강전행장은 1심에서는 징역 4년이 선고됐지만, 2심에서는 이보다 더 중형인 징역 5년 2월이 선고됐고, 3심에서 2심형이 확정됐다. 2016년 12월말 구속된 강전행장은 현재 73세로, 사면이 없는 한 77세까지 철장신세를 면할 수 없게 됐다.

대법원은 검찰이 강전행장에게 적용한 6개의 혐의 중 5개는 유죄, 1개는 무죄로 판결했다. 대법원은 강전행장이 대통령실 경제특별보좌관으로 재직 중이던 지난 2009년 11월 지식경제부 국장에게 지시해, 자신의 지인인 전직 기자 김인식씨가 운영하는 바이오에탄올업체인 바이올시스템즈주식회사를 국책사업자로 선정한 혐의에 대해 유죄로 판단했다.

18일 선데이저널이 인용한 판결문에 따르면 2007년부터 김인식씨는 강전행장이 근무하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기획재정부등에 기자로 출입하면서 강전행장에 대해 호의적인 기사를 많이 써주면서 두 사람이 가깝게 됐고, 이를 계기로 2008년부터 강전행장, 임우근 한성기업 회장, 허경만 전 한국투자공사 감사, 비서 심미란 등과 함께 주기적으로 만나는 자칭 ‘패밀리’모임의 일원이 되면서 밀접한 관계를 유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사를 얼마나 잘 써줬는지는 모르지만 강전회장은 온 힘을 다해 김 씨를 지원한 것으로 밝혀졌다.

김인식씨는 2009년 4월 해조류에서 바이오에탄올을 생산하는 기술의 양산화를 위해 설립한 바이올시스템즈주식회사의 2대주주가 됐다. 그 뒤 2009년 11월 2일 바이올시스템스가 해양 바이오연료 생산을 위해 파일럿 플랜트 구축사업의 사업자 선정에서 사업수행능력,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탈락하자 패밀리모임의 멤버인 강전행장에게 지식경제부에 영향력을 행사해서 국책과제사업자로 선정돼 정부지원금을 받을 수 있게 해달라는 청탁을 했다고 판결문은 명시했다.

이에 따라 강전행장은 지식경제부 국장에게 바이올시스템즈의 탈락이유등을 보고하라고 지시 했다. 지경부 국장에게 대통령 경제특별보좌관은 생사여탈권을 지닌 사람이나 마찬가지였다. 지경부 국장이 같은 해 11월 10일 강전행장에게 바이올시스템즈의 탈락이유 등을 설명하자 강전행장은 냅다 화를 내면서 ‘국책과제를 추진하는 바이올시스템즈를 어떻게 탈락시킬 수 있느냐’고 질책하고 ‘올해 안에 바이올시스템즈를 국책과제 사업자로 선정하라’고 일방적인 지시를 내렸다. 지경부 국장은 정권실세로 알려진 강전행장의 지시를 어긴다면 인사상 불이익을 가할 것을 염려해 부하직원들에게 바이올시스템즈를 다시 국책과제 사업자로 선정하라고 지시했다.

불합격자 등급조작해 선정자 둔갑시켜

그 뒤 바이올시스템즈는 2009년 11월 19일 이의신청을 접수한 후 12월 4일형식적인 재평가를 거쳐 12월 15일 국책사업자로 선정됐다. 눈감고 아웅이었다.
바이올시스템즈는 국책사업자 탈락 뒤 새로운 자료도 제출하지 않은 상태에서 1개월 반 만에 탈락자에서 사업자로 선정됐고, 바로 이때부터 2011년 12월경까지 정부지원금 66억7천여만원을 지급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국책 사업자는 공정한 평가를 통해 결정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패밀리라며 하루아침에 불합격자를 합격자로 동변시킨 강전행장의 처사에 대해 1,2,3심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돌팔매를 당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로, 고위공직자로서 참으로 부끄러운 행동이 아닐 수 없다.

강전행장은 김인식씨와 보통 친한 관계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재판부는 김 씨가 강전행장에게 호의적인 기사를 다수 써주면서 친밀한 관계가 됐다고 밝혔지만, 강전행장이 느끼는 고마움은 그 이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강 씨는 산업은행장으로 재직 중이던 2011년 6월부터 2012년 1월까지 남상태 당시 대우조선해양사장에게 바이올시스템즈에 투자하도록 지시했다고 재판부는 밝혔다. 주목되는 것은 재판부는 ‘지시’라는 단어를 쓰고 있다는 점이다. 직접적인 상하관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강전행장은 남 사장에게 지시를 했다. 당시 김인식씨는 대우조선해양에 78억원 투자를 요청했으나 대우측은 투자가 힘들다는 결정을 내렸다. 남 사장은 이 같은 사실을 파악, 강전행장에게 보고하고 강전행장은 ‘김인식이 원하는 액수를 투자해 주라’고 지시했다는 것이 다.

대우조선해양실무자들은 ‘바이올시스템즈는 회사규모도 작고, 바이오연료분야도 생소해 투자 위험성이 크다’고 보고했다. 바이올시스템즈는 2009년에서 2010년까지의 누적매출이 6400만원에 불과했고, 손실이 24억여원에 달한 상태였다. 정상적인 비지니스맨이라면 이 같은 업체에 수십억원의 투자결정을 내릴까? 어불성설이다. 그러나 강행장은 산업은행 비서실장등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상세히 보고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바이올시스템즈에 대한 지원압력을 멈추지 않았다.

강행장은 2012년 1월 26일 산업은행 행장실에서 대우조선해양 비리적발에 따른 조치를 앞두고 남 사장을 만났다. 대우조선해양의 목줄을 쥔 산업은행장이 비리조서를 들고 흥정을 한 셈 이다. ‘내 말 들으면 살려주겠다’는 압력으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강전행장은 ‘바이올시스템즈에 대한 투자를 마무리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따라 남 사장은 2월 10일 바이올시스템즈와 55억원 플랜트사업투자계약을 체결하고 2012년 2월 23일 11억원, 2012년 12우러 24일 7억7천만원, 2013년 1월 8일 8억8천만원, 2013년 8월 1일 7억7천만원, 2013년 11월 29일 8억8천만원 등 다섯 차례에 걸쳐 44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검찰은 특가법상 배임죄와 제3자 뇌물수수죄를 적용했고 1심은 무죄를 선고한 반면 2심은 유죄를 선고했고 대법원은 2심판단이 옳다고 판결했다.

원유철 청탁으로 473억 부실대출 400억 손실

강전행장은 자신의 직위를 이용, 자신의 패밀리모임 멤버인 김 씨의 회사에 정부자금 66억여원, 대우조선해양의 자금 44억여원등 110억여원을 지원한 셈이다. 재판부는 지경부에서 지원한 66억여원의 상당부분은 모두 손실을 본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44억원이 남아있을 가능성도 없다. 혈세를 홀랑 날린 셈이다.

강전행장은 또 2012년 11월경 국회의원 원유철의 부탁을 받고 비서실장을 통해 대출심사담당자에게 지시, 우양에이치씨주식회사에 473억3400만원을 부실대출해 준 혐의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특가법상 배임죄로 판단했다. 원유철의원은 평택출신 새누리당 의원으로 2015년 7월부터 1년간 원내대표를 역임하기도 한 4선의원이다.

평택소재 우양에이치씨는 산업은행에 490억원대출을 신청했다가 기존차입금이 너무 많아 대출이 거절되자 이 지역 국회의원인 원유철 의원에게 부탁했고 원의원은 2012년 11월 12일께 산업은행장 집무실에서 강 행장에게 우양에이치씨 대출을 부탁한 것으로 드러났다.

강행장은 대출이 힘들다는 실무자들의 보고에도 불구하고 대출을 지시, 신용평가등급까지 거짓으로 상향조정해가며 2012년 11월 26일 490억원 대출을 승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당의원의 말 한마디로 보름 만에 대출부적격자로 판단됐던 업체에 490억원대출이 승인된 것이다. 산업은행은 원 의원의 청탁 뒤 우양에이치의 신용등급 상향조정 이유가 없음에도 신용등급은 거짓으로 상향조정하고, 재무등급이 ‘B-‘라는 사실을 누락시키고, 향후 매출은 특별한 근거없이 부풀려 대출금 상환능력이 있는 것처럼 조작한 것이다.

이에 따라 2012년 12월 21일부터 2014년 10월 24일까지 산업은행은 473억3400만원을 대출해 줬다. 하지만 우양에이치씨는 2015년 3월께 부도가 나면서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했고 이중 담보가치를 넘어선 274억원상당이 회계상 손실로 처리됐다. 또 128억원 상당은 출자로 전환돼 사실상 회수가 어렵게 됐다. 일단 473억원중 402억원은 회수가 어렵고 71억원도 받을 낼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또 원유철의원의 보좌관 권성철씨도 우양에이치씨 대표 박민관으로 부터 산업은행 대출 알선청탁 및 사례명목으로 5500만원을 받은 혐의가 드러나 2016년 11월 11일 구속기소 돼 재판을 받고 있다고 재판부는 밝혔다.

대우조선해양에 실세국회의원 7명 후원금까지

강전행장이 2012년 3월에는 대우조선해양 사장으로 내정된 고재호씨와 임기영 대우증권 사장에게 국회의원 7명에게 3840만원 후원금을 기부하도록 한 혐의에 대해서도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검찰은 뇌물수수죄, 금융지주회사법 위반죄, 정치자금법위반죄를 적용했고 1심은 이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지만, 2심은 유죄로, 3심은 2심 판단이 옳다고 판결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강전행장이 고사장과 임사장에게 후원을 지시한 국회의원 7명은 정두언, 김용태, 윤진식, 이성헌, 이용섭, 김진표, 우제창이다. 강전행장은 2012년 3월말 임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이들 국회의원 7명에게 각각 3백만원식 후원금을 기부하고 해당 국회의원에게 내[강만수]가 주는 후원금이라는 사실을 알려주라고 요구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임사장은 2012년 3월 26일 대우증권 직원 2명에게 국회의원 7명에게 후원금을 기부하라고 지시, 2100만원상당을 기부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들 직원들은 임 사장의 돈이 아닌 자신들의 돈으로 후원금을 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뿐 아니다, 강전행장은 고재호 대우조선해양 사장에게도 이들 7명에게 기부를 요청, 1740만원을 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사장은 2012년 3월 28일과 29일 정두언에게는 3백만원, 나머지 의원에게는 각각 240만원을 각각 기부했다. 강전행장이 정두언의원에게 가장 많은 돈을 기부토록 했음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만큼 정의원의 파워가 크다는 반증으로 볼 수도 있다.

특히 고사장이 정두언의원에게는 자신의 명의로 2백만원을 추가로 기부한 것으로 드러난 점도 정두언 의원의 파워를 실감케 한다. 고사장은 검찰조사에서 ‘자신이 국회의원들에게 후원금을 기부한 것은 강전행장이 자신을 대우조선해양의 대표이사로 선임한 것에 대해 감사하기도 했고,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의 관계상 산업은행장의 요구를 거부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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