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국대 길고양이 돌봄 동아리 ‘꽁냥꽁냥’이 제보를 받고 구조된 삼식이. 2018.05.11 (사진 = 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신소희 기자]어릴 때부터 함께 한 고양이가 집사의 공부습관을 길러준 덕분에 집사가 좋은 성적으로 대학을 졸업했다는 소식이 미국 고양이 전문 매체 러브 미아우가 지난 8일(현지시간) 소개돼 화제가 됐다.
 
4살 아이 애나 자매는 미국 미네소타 주(州) 농장에서 처음 새끼고양이 ‘샐리’ 형제를 발견하고, 자매가 새끼고양이들을 하나씩 나눠서 키우기로 했다. 그때부터 샐리는 애나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

애나의 자매가 키운 고양이는 13살에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하지만 18살 노령이 된 삼색고양이 샐리는 항상 애나 곁을 지키는 가장 친한 친구이자, 대학 공부를 마치게 도운 공부 친구로 지금까지 함께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몇몇 대학들이 ‘캠퍼스 고양이’ 돌보미를 자처하고 동아리까지 생긴지 이미 오래다.

전남대, 동아리 ‘아크’…유기동물 구조·치료·캠페인 활동

전남대 캠퍼스를 누비는 고양이들에겐 든든한 ‘집사’가 수십 명에 달한다. 전남대 학생들로 구성된 유기동물 보호 동아리 ‘아크(Animal Rescue&care Club)’의 활동덕분에 ‘캠퍼스 고양이’들은 팍팍한 겨우살이를 무사히 나고 있다.

아크 동아리 회원들은 2년째 캠퍼스 내에 고양이 ‘급식소’를 설치하고, 추위를 피할 ‘겨울집’을 마련하고 있다. 현재 학내 설치된 급식소는 2곳, 겨울집은 7곳이다. 아픈 동물들이 발견되면 구조와 치료에 나서기도 한다.

2016년 5월 동아리 활동을 시작한 아크는 현재까지 43명의 회원들이 가입했다. 활동 범위를 캠퍼스에 한정하고 있지만, 캠퍼스에서 살고 있는 고양이만 40여 마리로 결코 적지 않은 수다. 때문에 회원뿐 아니라 학우들의 관심과 지원을 독려하고 있다.

▲ 3월14일 숙명여대 길고양이 돌봄 동아리 ‘숙묘지교’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온 고양이 학생증. 2018.05.11 (사진 = 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숙명여대, 길냥이에 학생증 준 '숙묘지교'

'숙명이. 꼬리가 아예 없음. 예쁘게 생김. 주요 영역은 1 캠퍼스.'

숙명여대에 살고 있는 길고양이 '숙명이'는 지난 3월14일 학생증을 받았다. 학생증에는 이름, 나이, 중성화 여부, 구분 포인트 등이 적혀있다.

숙명여대 길고양이 동아리 '숙묘지교' 회장 김소정(21)씨는 "우리보다 학교를 더 열심히 다니는 애들이라서 만들어줬다"며 "밖에서 놀다가 학교 들어오는 게 학생 같다"고 말했다. 학생증을 받은 고양이는 15마리 정도다.

숙묘지교는 캠퍼스에 길고양이 급식소를 설치하고 구조 활동을 벌이는 교내 동아리다. 숙명여대의 '숙'과 고양이 '묘(猫)'자, '관포지교(管鮑之交)'라는 사자성어에서 이름을 땄다. 숙명여대와 고양이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라는 뜻이다.

김씨는 "지난해 꼬리가 썩은 숙명이를 구조해 치료하다가 혼자서 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김씨는 효율적으로 구조 활동을 벌이고 다른 고양이들도 같이 돌보기 위해 동아리를 만들었다.

숙묘지교는 아픈 고양이가 있다는 제보를 받으면 바로 구조하러 간다. 학생들은 포획 통 덫을 설치해 20~30분 간격으로 확인한다. 새벽 3시, 새벽 6시에 덫을 확인하러 가기도 한다.

올해만 해도 꼬리가 썩은 '다비'를 수술대에 올렸고, 다리를 절며 돌아다니는 '파이프'를 데려가 엑스레이를 찍었다. 뒷다리 뼈가 조각난 '아르곤'을 큰 병원에서 치료하기 위해 크라우드 펀딩으로 72만2150원을 모으기도 했다.

김씨는 "돈이 부족해 구조를 망설이지 않도록 재정을 안정화하는 것이 목표였다"며서 "모금이나 굿즈 판매를 해 지금은 바로 구조할 수 있는 재정 상태"라고 말했다. 김씨는 "아픈 애들이 안 잡히는 게 제일 힘들다"며 웃었다.

건국대, 수의학과 출동 '꽁냥꽁냥'

건국대 길고양이들은 수의학과 학생들에게 집중 관리를 받고 있다. 건국대 길고양이 돌봄 동아리 '꽁냥꽁냥'을 만든 김형준(25)씨는 "질병에 대해 직접 배운 후에 구조 작업을 한다는 점이 다른 동아리와 다른 점"이라며 "수의사에게 연락해 자문을 구해야 할 때 바로 학과 선배에게 연락하면 된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꽁냥꽁냥은 수의학과 소모임에서 시작됐다. 회장 최아름(24)씨는 "지난해 초에 교수님이 먼저 길고양이를 돌보는 동아리를 만들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며 "길고양이 돌봄 활동은 학교 전체를 아우르는 일이고 인력도 부족해 다른 과 학생들도 모집했다"고 전했다. 현재 수의학과 학생 20여명을 포함한 60여명이 동아리에서 활동 중이다.

이들은 '캣맘'의 제보를 받아 구조활동을 벌인다. 최씨는 "구역마다 고양이를 돌봐주는 캣맘이 많다"면서 "자기 새끼처럼 밥을 주고 돌보다가 아프면 우리에게 제보를 한다"고 했다.

피를 토하는 '삼식이'도 제보를 받고 구조했다. 병원으로 보내져 구내염 판정을 받은 삼식이는 전발치 수술을 하고 방사됐다.

꽁냥꽁냥은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의 지원을 받아 올해 초 길고양이 20마리를 중성화수술 시키기도 했다. 최씨는 "밥을 잘 주고 싶어도 고양이 수가 늘거나 소음이 발생하면 다른 사람들과 마찰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며 "중성화 수술을 하면 부정적 인식을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카라에서 길고양이 보호 활동을 하는 한혁 부팀장은 "대학이라는 공간은 도심 내 녹지공간이기 때문에 고양이 돌봄 활동을 하기에 좋은 공간"이라며 "사람이 수천명 밀집해 있는 곳이라 동물 복지에 대한 관심을 충분히 끌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