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 캡쳐
[신소희 기자]5ㆍ18 민주화 운동 38주년인 지난 18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광주 북구 망월동 ‘5·18 옛 묘역’에 들어서면서 바닥에 묻힌 ‘전두환 기념비’를 밟고 지나가는 모습이 비춰졌다.

전두환 기념비는 애초 1982년 전두환 전 대통령이 망월동 묘역 인근인 전남 담양군 마을을 방문했을 때 묵었던 민박집에 세워졌던 것이다. 이후 1989년 광주·전남민주화운동동지회가 이를 부순 뒤 5·18 옛 묘역으로 옮겨 참배객들이 밟고 가도록 땅바닥에 박아 놓았다. 과거의 악행에 대한 응징인 셈이다.

또 이날 경기도 포천시 소흘읍 축석고개 입구에 전두환 전 대통령의 친필이 새겨진 기념비를 덮은 가림막에 불을 지른 60대가 경찰에 입건됐다. 이 남성은 전 전 대통령에 분노를 느껴 불을 냈다고 했다.

"개국 이래 수많은 외침으로부터 굳건히 나라를 지켜온 선열들의 거룩한 얼이 깃든 이 길은 전두환 대통령 각하의 분부로 건설부와 국방부가 시행한 공사로써 '호국로'라 명명하시고 글씨를 써주셨으므로 이 뜻을 후세에 길이 전한다"

경기도 의정부와 포천을 연결하는 국도 43호선(호국로) 축석고개 입구에 5m 높이의 비석. 1987년 12월 10일 세워진 이 비석 아래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친필로 이같이 씌여져 있다.

경찰 조사에서 이 남성은 “전두환 전 대통령에 분노를 느껴 불을 붙였다”고 진술했다.

포천진보시민네트워크는 "전두환은 군사반란과 내란의 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범죄자이고, 재임 시절 저지른 범죄만 하더라도 헤아릴 수가 없다"고 꼬집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호국로에 설치된 공덕비에는 전두환을 찬양하는 내용이 적혀 있다며“민주 시민의 수치"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전두환 대통령 각하의 분부"로 세워진 기념비는 이곳 뿐일까

6·25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을 기념하기 위해 지난 1984년 문을 연 인천상륙작전기념관. 자유수호의 탑으로 향하는 계단 머릿돌에서 '대통령 전두환'을 먼저 맞닥뜨린다.

"어떤 이유로든 전쟁은 막아야 하며 이런 비극이 이 땅에 또다시 되풀이 되어서는 결코 안된다. 그길은 국력을 신장시켜서 평화적 통일을 성취하는 길 뿐이다."

인천지역 시민단체 등은 수년 전부터 이 머릿돌을 철거하자고 주장했다. 자신의 권력욕으로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 사람의 문구가 인천상륙작전기념관에 있는 건 국군과 우방국의 희생에 대한 모욕이라는 주장이다.

또 전두환 전 대통령의 고향 경남 합천에서는 전 전 대통령의 아호를 딴 '일해공원' 표지석이 해마다 철거 시비에 휘말리고 있다.

충주댐 준공기념비에 새겨진 '전두환' 이름은 이미 누군가에 의해 훼손됐다.

하지만 일반인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에도 전 전 대통령의 흔적은 많다. 군부대 등에는 지금도 '기념비'가 많다는 것이다.

군대를 동원해 12·12 쿠데타를 일으킨 전 전 대통령의 기념비. 무엇을 기념하기 위한 것인지 되묻고 싶은 5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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