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트럼프가 북한 김정은에게 당근과 '최후통첩'을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각) 북한의 비핵화와 그에 따른 보상과 관련해 "한꺼 번에 일괄 타결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 도중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일괄 타결 방식과 단계적 비핵화 가운데 어떤 것을 원하는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이어 "완전히 그렇게(일괄타결) 해야된다는 것이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한꺼 번에 '빅 딜(big deal)'로 타결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그런데 한 꺼번에 이뤄지는 것은 물리적으로 봤을 때 불가능할 수도 있으니 아주 짧은 시간에 딜이 이뤄졌으면 바람직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된 내달 12일에 열리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북한 김정은이 어떤 답을 내느냐에 따라 북미회담의 성사여부가 결정될 수 있다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정오쯤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문 대통령과 단독회담에 앞서 기자들의 질문에 “(북·미 정상회담이) 잘 되지 않을 가능성도 상당히 있다”며 “6월12일에 이뤄지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원하는 어떤 조건들이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러한 조건을 얻어낼 것이라고 본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회담은 열리지 않는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앞서 모두발언에서는 “싱가포르 회담이 열릴지 안 열릴지는 두고 봐야 될 것”이라며 “만일 그것이 열린다면 아주 좋은 일이 될 것이고, 북한에게도 좋은 일이 될 것이다. 만일 열리지 않는다면 그것도 괜찮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이 북·미 정상회담을 연기하겠다는 의미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6·12 북·미 정상회담을 예정대로 추진하고 있지만, 향후 북한과의 논의 상황에 따라서는 언제든지 접을 수 있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은 물론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협상 전략의 측면이 강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북·중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태도가 좀 변했다고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이 두 번째 시진핑 주석과 만난 다음에 내가 보기에는 김정은의 태도가 좀 변했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것에 대해 별로 좋은 느낌을 갖고 있지 않다”며 “그렇지 않기를 바란다. 왜냐하면 나는 시 주석과 굉장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결정한다면, 북한 체제의 안전을 보장할 것이냐’는 물음에 “보장하겠다. 그 것은 처음부터 보장하겠다고 이야기해온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김정은은 안전할 것이고, 굉장히 기쁠 것이다. 또한 북한은 굉장히 번영할 것”이라며 “북한 국민은 아주 열심히 일하는 국민이다. 북한 국민들을 위해서, 또 한국을 위해서도 상당히 좋은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미국은 지금까지 한국에 수조 달러의 지원을 해왔다. 지금 한국을 보시면 얼마나 세계에서 훌륭한 국가인지 다 알 것”이라며 “북한도 같은 민족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 협상이 잘 이뤄진다면 김정은이 굉장히 기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의 일괄 타결을 원하느냐’는 물음에는 “일괄 타결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도 “완전히 그렇게 해야 된다는 것은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한꺼번에 빅딜로 타결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꺼번에 이뤄진다는 것은 물리적인 여건으로 봤을 때 불가능할 수도 있으니 물리적인 이유 때문에 짧은 시간에 거래가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미 정상, 예정에 없던 질문 쏟아져 즉석 '기자회견'

한편 이날 한미정상회담에서는 예정에 없던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지면서 즉석에서 기자회견과 같은 분위기가 연출됐다.

애초 배석자도 없는 양 정상의 단독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의 구체적 방법론과 같은 내밀한 논의가 장시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으나 취재진과의 문답이 이어지면서 진정한 의미의 단독정상회담은 20분 남짓 진행됐다.

두 대통령은 단독정상회담에 앞서 한미 취재진 앞에서 모두발언을 했다.

먼저 모두발언을 한 트럼프 대통령은 "아주 중요한,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북미정상) 회담에 대해서 논의할 것"이라며 "싱가포르 회담이 열릴지 안 열릴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이 열리지도 않을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처음 언급한 터라 외신 등은 이 발언을 긴급뉴스로 전했다.

이어 모두발언에 나선 문 대통령은 "한반도의 운명과 미래가 걸려 있는 일이기 때문에 나도 최선을 다해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을 돕고 트럼프 대통령과 언제까지나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와 백악관 실무진은 두 정상의 모두발언이 끝난 뒤 취재진을 물리고 통역만 둔 채 배석자 없이 단독회담으로 이어가고자 했다. 그러나 취재진이 북미정상회담 성사 여부 등을 묻는 말에 트럼프 대통령이 답변하기 시작하면서 계획은 어그러지고 말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에게 집중된 질문에 "원하는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회담하지 않을 것", "6월에 회담 열리지 않을 상당한 가능성이 있다" 등의 답변을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재진과의 문답 중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고 나서 비핵화와 관련한 입장이 달라졌다는 취지로 말한 뒤 "다른 의견이 있다면 말씀하셔도 좋다"며 답변 기회를 문 대통령에게 넘겼다.

문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회의적 시각이 미국 내에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과거에 실패했다고 이번에도 실패할 것이라고 미리 비관하면 역사의 발전은 있을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 북한의 태도 변화 때문에 북미정상회담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걱정하는 게 있는데 저는 북미정상회담이 예정대로 제대로 열릴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다소 뉘앙스가 다른 두 정상의 발언에 긴장이 감도는 분위기였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농담한 몇몇 대목에서는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북한 문제를 푸는 데 있어 문 대통령의 중재 역할을 얼마나 신뢰하는가'라는 물음에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의 능력을 굉장히 신뢰한다"며 "문 대통령이 대통령이어서 한국은 아주 운이 좋다"고 말하자 장내에 폭소가 터졌다.

이어 문 대통령을 향해 '내가 잘 (답변)했나요. 이 이상 잘할 수 없을 것 같아요'라는 취지로 농담하자 양 정상은 웃으며 악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태도 변화에 대한 생각을 묻는 말에 문 대통령의 답변이 끝나고 나서는 "통역이 필요 없겠다. 왜냐하면 좋은 말일 것이기 때문"이라는 농담으로 '즉석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12시 5분에 시작돼 12시 35분까지 진행하기로 돼 있던 단독정상회담은 두 사람의 모두발언에 이은 질의응답만 12시 42분까지 진행됐다.

이후에야 비로소 열린 단독회담은 오후 1시 3분께 종료돼 애초 30분간으로 예정됐던 두 정상만의 회담도 21분밖에 이어지지 않았다. 별도의 기자회견은 계획하지도 않았던 청와대와 백악관으로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단독정상회담에 이어 양측 수행원들이 배석한 가운데 열린 확대정상회담은 예정된 시각보다 30분 남짓을 넘겨 시작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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