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 마시는 손학규
[김민호 기자]바른미래당 손학규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이 서울 송파을 국회의원 재선거 출마의사를 밝힌 24일 북·미회담 결렬이란 메가톤급 사건이 터졌다. 이른바 ‘손학규 징크스’가 또 재연된 모습이다.

손 위원장이 여의도 정치에 복귀할 뜻을 밝힌 이날 뉴스는 그러나 오후 11시 10분쯤 미국 측의 북·미회담 취소 소식이 전해지며 주목받지 못하게 됐다. 손 위원장이 정치적 결단을 하는 날에는 더 큰 일이 발생한다는 이른바 ‘손학규 징크스’가 또 벌어진 셈이다.

그 간 손학규 징크스는 셀 수 없이 많이 벌어졌다.

시작은 2006년 17대 대선이었다. 당시 대권에 도전한 손학규 위원장이 100일 동안의 전국 대장정을 마치고 부산에서 서울로 복귀하던 10월 9일, 북한이 1차 핵실험을 했다는 속보가 전해졌다. 서울역에서 그를 기다리던 취재진들도 대부분 자리를 떴다.

이듬해인 2007년 3월 손학규 위원장은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 불만을 표시하며 한나라당을 탈당했다. 당시 그는 한나라당의 유력한 대권 주자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었다. 자신의 정치 생명을 건 일생일대의 결정을 내린 것이다. 하지만 한미자유무역협정(FTA)가 타결되며 손학규 위원장이 한나라당을 탈당했다는 소식은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2010년 11월 정권의 민간인 사찰 특검을 요구하며 장외투쟁에 나선 이튿날엔 북한 연평도 포격사건이 일어났다.

2014년 정계은퇴 선언을 했다 2년 만인 2016년 10월 정계복귀를 선언했지만, 며칠 뒤 최순실 게이트가 터졌다.

지난해 대선 뒤 미국으로 떠났다 같은해 12월 귀국한 날엔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가 발생했다.

이런 일이 반복되자 손 위원장은 지난해 국민의당 대선 경선 도중 영화 ‘광복절 특사’를 패러디한 포스터(사진)를 선보였는데, 여기에 ‘손학규가 결단하는 날엔 무언가가 터지는 웃픈 현실’이란 자조적 문구를 삽입한 바 있다.

한편 박종진 바른미래당 송파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예비후보는 24일 손학규 중앙선대위원장의 갑작스런 '송파을 출마 결심'에 대해 "너무 놀랍고 정치가 무섭다"고 토로했다.

박 후보는 "입장을 정리할 수가 없다. 멘붕(멘탈 붕괴)에 빠졌다"며 "너무 충격을 받았다"고 심경을 말했다. 그는 손 위원장 출마 의사를 사전에 전달 받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못 들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다만 당초 예고했던 바른미래당 탈당 등 향후 거취에 대해서는 "지인들과 어떤 게 최선의 방법인지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유승민 공동대표는 전날부터 이날 새벽까지 이어진 비공개 최고위에서 송파을 공천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고, 이날 박 후보와 손 위원장을 만나 양측 의견을 들어보고 최종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

그러나 당초 출마 의사가 없다고 공언해온 손 위원장이 이날 유 대표와의 만남에서 송파을 출마 의사를 전격적으로 밝히면서 최종적인 공천 결론에 당 안팎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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