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선데이저널 캡쳐
[김홍배 기자]박근혜 전 대통령은 철저하게 문고리 권력에 둘러싸여 국정을 펼치다 비극적 결말을 맞았다. 이른바 문고리 3인방, 더 넓게는 ‘십상시’로 불렸던 그들은 대통령 주변의 요직을 차지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을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할 수 없지만, 문고리 권력이 언론에 노출되기 시작하면 민심은 요동치게 된다는 것이 지난날의 교훈이다.

그런 면에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드루킹 사건은 문재인 정권에 심상치 않은 신호다.

드루킹으로부터 200만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된 송인배 제1부속비서관은 문 대통령으로 직접 통하는 최측근 문고리 권력이다. 부산대 학생회장 출신의 운동권 인사다. 지난해 대선 당시 문재인 민주당 후보의 일정총괄팀장으로, 문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도운 핵심 인물이다.

송 비서관은 2016년 4월 치러진 20대 총선 때 양산에 출마했다가 낙선했으며, 대선을 3개월 앞둔 지난해 2월부터 문재인 당시 민주당 경선 후보의 일정담당 비서를 맡았다.

25일 선데이저널에 따르면 “송 비서관은 이젠 문 대통령이 청와대 관저에서 출근하는 사진이 찍힐 때마다 그 옆에도 자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모든 일정은 송 비서관이 짠다. 임종석 비서실장조차 모르는 비공개 일정도 그의 손을 거친다.”고 전했다.

이어 매체는 송 비서관은 부속비서관으로 공식 임명되기 전부터 문 대통령의 일정을 챙겼다. 대선캠프에서도 일정총괄팀장을 맡았다. 그는 대통령이 참석하는 거의 모든 회의와 일정에 동행한다. 송 비서관을 거치지 않으면 문 대통령을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하기도 어렵다. 대통령에게 보고하기 위해 각 수석실에서 작성된 각종 문서도 부속비서관실로 모인다. 송 비서관이 ‘문고리 권력’이라는 이야기를 듣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송인배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과 댓글 조작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모(필명 드루킹)씨 관계에 대해 청와대가 해명을 내놓았음에도 의혹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청와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남는 의문점을 정리해봤다.

1. 문 대통령에 정말 보고 안 했나

가장 큰 것은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정말 보고를 하지 않았느냐는 점이다. 앞서 청와대는 민정수석실이 지난 4월 20일과 26일 송 비서관을 대면조사 했고 이를 임종석 비서실장에게 보고했으며 임 실장은 사안이 크지 않다고 판단해 문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시는 김경수 경남지사 후보(전 국회의원)가 긴급 기자회견(4월16일)을 한 직후로 정국이 드루킹으로 뒤덮였던 시점이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드루킹으로 온 나라가 들썩이던 시점인데 정권 실세인 송 비서관도 드루킹과 연관됐다는 보고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의 상황 인지 사실을 최대한 늦춰 문 대통령에게까지 화살이 돌아가지 못하게 하려는 심산이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2. 송인배, 매크로 인지 못했나

송 비서관이 불법 댓글 조작 프로그램인 매크로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도 석연치 않다. 청와대는 “송 비서관이 매크로 문제를 (드루킹과) 상의하지도 않았고 시연을 본 적도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송 비서관이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를 찾은 2016년 11월에는 이미 해당 장소에서 매크로 작업이 시행 중이었다. 경찰은 2016년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드루킹일당이 기사 9만건에 댓글작업을 한 정황을 확인한 상태다. 또 2016년 10월 김 후보가 느릅나무를 찾았을 때 드루킹이 매크로를 시연했고 이에 김 후보가 100만원을 건넸다는 드루킹 측 관계자의 증언도 나오고 있다. 이 외에도 송 비서관은 드루킹과 텔레그램을 통해 기사링크를 주고받거나 댓글과 관련된 것을 이야기한 적이 없다고 해명하지만 해당 휴대폰은 대선 직후 교체했다며 실제 대화내용 등은 공개를 하지 않은 상태다.

3. 커피숍에서 잠깐 이야기한 게 100만원짜리 간담회?

청와대는 송 비서관이 드루킹에게 받은 돈 200만원이 간담회에 따른 사례비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송 비서관은 2016년 6월 첫 만남 때 김 후보를 소개해주고 커피숍에서 이야기를 나눈 후 100만원을 받았다. 김영란법 시행 전에 정치인, 학계 인사, 장차관 등이 공개 강연을 하고 시간당 수십~수백 만원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었다지만 커피숍에서 잠깐 이야기를 나눈 대가로 100만원을 준 것을 간담회 사례비라고 칭하기에는 무리라는 지적이 많다.

이에 순수한 간담회에 따른 사례비라기보다는 김 후보 소개비나 추후 인사청탁을 위한 금품 제공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외에 송 비서관이 드루킹으로부터 받은 200만원에 대한 소득신고를 하지 않았다면 탈세에 해당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4. ‘민정, 제대로 조사했나?’ 부실수사 논란

민정수석실이 제대로 조사를 했는지도 의문이다. 송 비서관의 사무실은 문 대통령의 집무실이 있는 여민 1관 3층에 있다. 3층에 사무실이 있는 참모는 송 비서관이 유일하다. 송 비서관은 문 대통령의 고향이 있는 경남 양산에서 5번이나 국회의원으로 출마하기도 했다.

정권 최고 실세라는 의미로, 민정이 그를 철저히 조사했을 가능성은 낮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실제 민정은 송 비서관의 텔레그램을 복원해 들여다봤는데 별문제 될 것이 없고 그가 받은 200만원도 통상적인 정치인의 사례에서 벗어나지 않다고 사안을 판단했다. 그러나 당장 강연의 성격을 띠지도 않는 만남으로 송 비서관이 200만원을 받은 것은 부적절하다는 평가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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