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의 의제를 조율하기 위한 실무협상이 팽팽한 기싸움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일단 협상멤버들의 면면부터가 쟁쟁하다.

미국 측에서는 성김 주필리핀 미국대사와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한반도 담당관, 랜달 슈라이버 미국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안보담당 차관보가 북측 지역으로 넘어갔다.

북한 측에서는 최선희 외무성 부상을 포함한 대표단이 미국 측 대표단을 상대로 비핵화 문제와 체제안전 보장 문제를 놓고 접점 찾기를 시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 양측 모두 상대방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참모들로 대표단을 꾸렸다. 성김 대사는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북한 핵문제를 전담해온 한반도 문제 전문가다. 그는 2008년 북핵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를 맡아 협의를 진행했으며, 지난 2016년 주필리핀 미국대사로 자리를 옮길 때까지 북핵 업무를 총괄했다.

최선희 부상은 북한 외무성의 대표적인 미국 전문가다. 그는 북핵 6자회담에서 통역을 담당했으며, 이후 외무성 미국 담당 부국장과 국장을 거쳐 부상의 자리에까지 오른 인물이다.

북한과 미국이 상대방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참모진으로 대표단을 꾸린 것은 서로의 입장만을 내세우며 한 차례 진통을 겪은 전례를 반복하지 않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불필요한 신경전과 마찰을 최소화하고 건설적인 논의를 진행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됐을 거라는 관측이다.

이번 실무회담에서는 우선 핵폐기 첫 수순으로서 북한이 보유한 핵탄두들을 국외로 반출하는 문제가 집중적으로 논의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교도통신은 28일 미국 관리들을 인용, 미국이 북한의 핵시설·핵물질 가운데 최대 20개로 추정되는 핵탄두부터 되도록 이른 시일 내에 국외로 반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백악관 안보사령탑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를 위한 구체적 조처로 거론해온 방식이기도 하다.

하지만 북한은 자국의 핵무기·미사일 전체를 국외로 반출하는 데 주저하고 있으며, 양국이 실무회담에서 비핵화의 구체적 방법에 관한 이견을 좁히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성김 등 판문점 협상팀은 전문가…합의 도달 시간이 문제"

이러한 가운데 이번 남북 협상의 목표는 북한 비핵화와 관련된 3단계 방안을 문서화하는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조지프 윤 전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2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측 협상팀을 이끌고 있는 성김 주필리핀 미국대사의 목표는 북한이 핵무기프로그램의 제거와 관련해 고려할 수있는 3단계 조치들을 구체화해, 양측이 합의할 일련의 문건을 만드는 일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3단계 조치에 대해 윤 전 특별대표는 ▲첫번째는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 문제를 풀어내는 데 있어 어느정도까지 갈 의지가 있는지에 대한 선언이고 ▲두번째는 북한이 비핵화 과정에 대해 구체적으로 얼마나, 그리고 언제 미국에 제공할 것인가 이며 ▲ 세번째는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 주장을 어떻게 검증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전 특별대표는 성김 대사를 비롯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의 한반도 전문가 앨리슨 후커, 이달 초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보좌해 북한을 다녀온 랜덜 슈라이버 국방부 아시아 태평양 담당 차관보 등으로 구성된 미국 협상팀에 대해 기대감을 나타냈다.

한편 미국 정부는 판문점 회담에 이어 28일부터 싱가포르에서 북미정상회담 사전준비 회담을 동시에 벌이고 있다. 조만간 김영철 북한 통일선전부장이 미국을 방문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만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윤 전 특별대표는 이런 움직임을 환영하면서도, 다만 6월 12일 정상회담까지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에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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