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완구 전 국무총리
[김민호 기자]이완구(68) 전 국무총리가 문무일(57·사법연수원 18기) 검찰총장을 형사 고소했다. 이 전 총리는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관련 특별수사 과정에서 직권을 남용하고, 직무를 유기했다”며 “너무 억울해서 그런다”고 주장했다.

30일 검찰에 따르면 이 전 총리는 지난 주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 팀장이었던 문 총장과 수사검사들을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관련 특별수사 과정에서 직권을 남용하고 직무를 유기했다는 혐의 등으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검찰은 이 전 총리 측 고소장을 접수받고 고소 건을 서울중앙지검 형사 1부(부장검사 홍승욱)에 배당했다.

앞서 성 전 회장은 지난 2015년 4월 자원외교 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중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당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메모 및 기자와의 전화 등을 통해 이 전 총리 등 유력 정치인에게 금품을 건넸다는 취지로 생전 마지막 인터뷰를 남겼다.

이후 검찰은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을 꾸리고, 정치권 금품 로비 의혹을 수사했다. 문 총장을 팀장으로 한 수사팀은 같은 해 7월 이 전 총리와 홍준표(63) 자유한국당 대표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이 전 총리의 경우 지난 2013년 4월4일 재 보궐 선거 출마 당시 충남 부여읍에 있는 자신의 사무소에서 성 전 회장으로부터 3000만원을 받은 혐의가 적용됐다.

1심은 정치 자금을 건넸다는 성 전 회장의 사망 전 인터뷰 녹음파일과 녹취서,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인 메모의 증거능력을 인정해 유죄로 판단, 이 전 총리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추징금 30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성 전 회장의 생전 마지막 인터뷰 녹음 파일과 메모 등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아 1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무죄 판결은 지난해 12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법원은 홍 대표에 대해서도 1심 유죄, 2심 무죄 판단을 거쳐 최종 무죄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선고 당시 이 전 총리는 취재진에게 "검찰이 법원에 제출했던 증거자료를 재판이 끝나기 전에 조작하고 폐기했다"라며 "문 총장은 수사 책임자로서 답을 해야 할 것"이라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이후 이 전 총리는 법리 검토를 거쳐 문 총장 등 당시 수사팀을 고소하기로 했다.

이 전 총리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으면 재론하지 않으려는 게 보통의 경우지만 이 건의 경우 너무나 억울하다"라며 "고소장을 제출한 것은 다시 한 번 이 사안을 정확하게 돌아보자는 취지다.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벌여졌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전 총리는 고소장을 통해 수사팀이 본인에게 유리한 증거를 삭제하거나 법원에 아예 제출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성 전 회장 비서가 갖고 있던 법인카드 사용 내역 등을 삭제하는 등 증거를 변조하거나 숨겼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 전 총리는 당시 수사팀이 유리한 증거를 발견했음에도 법원에 제출하지 않은 것이 검사로서의 직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검사로서 수사상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직무유기라고도 주장한다.

이 전 총리 측은 "당시 증거가 제출되지 않거나 변조됐기 때문에 1심 유죄 선고에 큰 영향을 미쳤다"라며 "2심에서 이에 대한 증거 조사가 이뤄졌고, 무죄 판결을 받을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 전 총리 측 고소장을 접수한 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홍승욱)에 사건을 배당했다.

한편 문 총장은 지난해 7월 청문회 준비 과정에서 성완종 리스트 수사가 부실했다는 일부 지적에 대해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다 했다"라며 "정말 최선을 다했다. 좌고우면한 게 전혀 없다"라고 반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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