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일 오전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방침에 따라 폐쇄된 한국지엠 군산공장 내부가 텅비어 적막감이 흐르고 있다.
[이미영 기자]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방침에 따라 31일 한국지엠 군산공장 문을 닫았다. 가동을 시작한 지 22년 만이다.

지난 1996년 대우자동차가 '누비라'와 '레조'를 양산했고, 2002년 지엠이 인수한 이후 '라세티'와 '쉐보레 올란도', '올 뉴 크루즈'의 생산기지였다.

자동차 산업에서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전북지역에 대규모 자동차 산업 진출은 지역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왔다.

자동차 산업에서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전북지역에 군산GM공장은 지역 경제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왔으나 이런 명성은 과거가 됐고, 갈 곳 잃은 노동자들만 남았다.

이 뿐이 아니다. 군산이 이른바 ‘차이나 팩터’에 울고 있다. 지역 경제를 떠받쳐온 양대 산업인 ‘조선’과 ‘자동차’가 물량 공세를 앞세운 중국과 경쟁에 밀려 휘청이면서 일자리가 주는 등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또 올해 땅값 상승률(공시지가)도 그 여파로 전국 평균의 5분의 1 수준에 그치는 등 도시 전체가 세계화의 파고 속에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31일 국토교통부가 공개한 올해 (2018년 1월1일 기준) 개별 공시지가에 따르면 전북 군산시의 땅값은 전년 대비 1.14% 상승했다. 이는 전국 평균인 6.28%보다 5%포인트 이상 낮은 수준이다.

군산시의 땅값 상승률은 개발호재를 등에 업은 경쟁 도시와 비교하면 더 초라하다. 영어교육도시 개발사업을 등에 업은 제주 서귀포시(18.71%)의 16분의 1수준에도 못 미쳤다. 아울러 탐라문화광장을 완공한 제주시(16.7%), 부산 동래구(14.95%), 부산 해운대구(13.61%), 연구개발 특구를 조성중인 전남 장성군(13.34%) 등에 비해서도 상승률이 10%포인트 이상 낮다.

군산시의 지가 상승률이 1%대에 그친 데는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작년 7월 문을 닫은데다 지역경제를 먹여 살려온 또 다른 축인 GM자동차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며 양질의 일자리가 대거 사라진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인구·상권 이동으로 도심공동화도 심화됐다고 국토교통부는 설명했다. 조선소 폐쇄, 자동차 공장 가동률 저하의 불똥이 튀며 인구도 줄고, 상권도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지가 부진'의 이면에는 이른바 ‘차이나 팩터’가 자리잡고 있다. 그 발단은 지난 2008년 9월 미국발 금융위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서브 프라임 모기지 위기로 미국 경제가 직격탄을 맞고, 그 위기의 불씨가 유럽으로 번져가면서 세계 해운업 물동량이 급락한다. 이어 경영위기에 내몰린 해운사들의 선박 수요가 줄자 일감이 뚝 끊긴 국내 조선사들도 위기로 내몰린다.

현대중공업 등 국내 조선사들의 위기를 심화한 장본인은 중국 후진타오(胡錦濤)정부다. 후진타오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불똥이 중국으로 튀는 것을 막기 위해 무려 4조 위안에 달하는 막대한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했다. 이 돈은 조선업을 비롯한 국유기업으로 대거 흘러 들어가며 이 분야의 과잉생산을 부른다. 홍성국 전 대우증권 사장은 “중국은 2009년 이후 조선업에 어마어마하게 투자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의) 조선업은 구조적으로 끝난 산업"이라고 평가했다.

지역경제를 떠받쳐온 또 다른 축인 GM의 군산 공장도 이러한 ‘중국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않다. 상하이GM이 중국이라는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을 앞세워 이 자동차 회사 글로벌 경영의 중심축으로 부상하고 있는 반면, 한국GM은 그 위상이 쪼그라들면서 생산물량 등이 갈수록 위축돼 왔다는 것이다. 한국GM 군산공장은 첫차를 출시한 지 22년 만인 31일 문을 닫았다.

이러한 중국 변수는 군산의 지가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한국GM군산공장이 31일 폐쇄돼 역사속으로 사라짐에 따라 내년 지가는 위기를 잠재울 특단의 개발 계획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상승폭이 더 줄거나, 하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군산은 일제 시대 조선에서 생산한 쌀을 일본으로 실어 나르는 대표적인 수출항이었다. 또 조선업과 자동차 등 양대 성장 엔진을 가동하며 한때 호남 경제를 선도하는 등 빠른 성장을 했다. 하지만 중국변수에 흔들리며 일자리는 줄고, 도심 공동화를 우려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 관계자는 군산 등 일자리가 사라지는 도시에서 ‘도시재생’이 해법이 될 수 있는가는 질문에 대해 즉답을 피했다. 그는 “군산도 이번 위기를 반면교사로 삼아 특정기업에 과도하게 의존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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