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만나 북미 고위급 회담 결과에 대해 한국 시간으로 6월1일 오전 3시15분 뉴욕 팰리스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한다.

회견에서는 북미 고위급 회담의 결과를 발표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 관련 합의내용을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김 부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과의 회담 결과, 이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예방 여부 등에 따라서 북미 정상회담 개최의 성패가 가늠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까지 전해지는 뉴욕 협상의 낙관적 기류를 고려할 때 청와대가 이후의 남북미정상회담과 종전선언 성사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키울만한 환경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 부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은 30일(현지시각) 뉴욕에서 만나 한 만찬회동은 90분간 진행됐다.

만찬장 분위기가 정확히 전해지지는 않았지만 짧다고만은 할 수 없는 '탐색전' 성격의 회동에서 상대의 의중을 파악하기 위한 밀도 높은 논의가 오갔을 것으로 관측된다.

김 부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은 하루 뒤인 31일 '메인 게임'이라 할 수 있는 본 회담을 열어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와 체제안전 보장(CVIG)의 '빅딜'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지난 29일 트위터를 통해 '북미정상회담과 '그 이상의 것'을 위한 접촉들'이 열리고 있다고 표현했고, 백악관은 또한 다음 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것으로 보이는 북미정상회담 계기에 종전선언 등을 위한 남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될 가능성을 묻는 질의에 "동맹국들과 계속 조율하고 있다"고 30일(현지시간) 답변했다.

이들 언급은 결국 싱가포르에서 북미정상회담에 이은 +α의 회담, 다시 말해 남북미정상회담이 있을 수 있고 나아가 종전선언이라는 대형 이벤트가 뒤따를 수 있다는 시나리오와 관련해 주목되는 대목으로 받아들여진다.

김 부위원장은 지난 27일 판문점에서 열린 실무회담 결과를 바탕으로 폼페이오 장관과 회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또 이번 방미기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북미 정상회담 합의문 초안을 도출하는 데 최대한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30일에도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 등 미국대표단과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이끄는 미국 대표단이 실무회담을 한 차례 더 열었지만, 지난 27일 1차 회담에서 양측의 입장과 쟁점은 어느 정도 정리가 돼 김 부위원장에게 전달됐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김 부위원장의 방미 '관전 포인트'는 북한의 중대한 비핵화 조치와 그에 상응하는 미국의 북한에 대한 체제 안전 보장 사이의 '절충점' 찾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미국은 그동안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나 핵물질을 반출하는 선제적 조치를 요구하고 있고, 북한은 보다 확실한 체제 안전 보장 조치를 요구하면서 '줄다리기'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미국이 요구하는 것은 가시적으로 성과를 보여줄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핵탄두에 관한 것"라며 "북한 입장에서는 ICBM과 핵탄두 등이 마지막 수단이기 때문에 가지고 있어야 미국의 체제 보장 관련한 이행력을 높일 수 있는 수단이 된다"고 분석했다.

홍 실장은 그러면서 "북한이 요구하는 것은 테러지원국 지정, 대북제재 등을 빨리 해제하는 것과 관계 정상화"라며 "연락사무소 채널을 설치하는 것보다 더 크게 무역대표부 정도로 시작했으면 좋겠다는 식으로 관계정상화에 속도를 내고 원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북한은 미 의회의 입법 조치 등 선제적인 비핵화 조치에 대해 더 확실하게 보장받을 수 있는 방안을 요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폼페이오 장관이 지난 24일 미 상원 의회에서 북미 정상회담 합의가 이뤄지면 조약 형태로 의회의 동의를 받겠다고 밝힌 것도 이같은 북한의 요구를 고려한 입장이라는 분석이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북한 입장에서 보면 미 행정부가 동의해도 의회가 동의를 안해주면 안전보장이 이뤄질 수 없기 때문에 김정은 위원장이 이행문제를 강조한 것"이라며 "의회에서 입법화돼 조약으로 만들어지면 행정부도 그렇고 의회도 그렇고 (북미 정상회담 합의 사항을) 쉽게 못 바꾼다"고 밝혔다.

조 수석연구위원은 "폼페이오 장관이 미 상원에 이야기하는 순간 상당 부분 초안 작업 들어갔을 것으로 보인다"며 "입법화에 대해 (북한에) 이야기를 해줘야 북한이 설득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번 북미 정상회담 준비과정에서 아직까지는 '이상기류'가 없다고 분석했지만, 여전히 곳곳에 '암초'는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미 간 실무회담이 아직 진행되는 가운데 김영철 부위원장이 급하게 방미한 것에 대해 의문이 남아 있는 상태다.

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일반적 상황이라면 실무회담이 끝나고 잘 돼서 김 부위원장이 바로 워싱턴으로 날아가서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했을 것이고, 그게 가장 자연스러운 것"이라며, 이번 방북이 통상적인 상황은 아님을 시사했다.

신 센터장은 그러면서 "서로 줄다리기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최악의 경우에는 '브래킷(bracket·괄호) 정상회담', 즉 괄호로 핵심은 놔두고 정상회담을 하는 경우도 예상해봐야 할 거 같다"며 "정상회담 통해서 괄호를 채우려면 리스크(risk)가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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